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을꾸다 Sep 19. 2022

정답이 없다는 답을 인정하는 일.

오늘도 시행착오 반복하기.


이미지 출처: Unsplash



  매일, 아니 하루에도 몇 번이고 생각했다. 과연 무엇이 옳은 것인가, 나는 지금 잘 혹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교사로 근무하던 때는 담임, 교과 담임, 업무 보직 등을 처리하면서도 나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는 날이 많았다. 자질이 부족하고 적성에 맞지 않는 교사라는 생각이 들 때마다 그만두고 다른 일을 찾아봐야 하나 고민했다. 그토록 원했던 꿈이었지만 막상 되고 나니 나의 길이 아닌가 싶은 현실이 속상했다. 그러다가 아이가 태어났고 교사가 아니라 엄마로 나의 주요 역할이 바뀌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 더 많은 고민과 좌절의 순간을 만났다. 아이의 얼굴과 몸을 매일 살피며 조금이라도 낯선 변화가 생기면, 무언가 실수를 했을까 초조했다. 아이가 잘 먹지 않거나 잠을 잘 자지 못하거나 울음을 쉽게 그치지 못할 때도 내 탓처럼 느껴졌다. 맘카페에 가입해서 수시로 들락거리며 질문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의 글을 보며 같이 초조해했던 것도 이 시기였다. 엄마가 될 준비를 충분히 했다고 생각했는데, 엄마가 되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조차도 버겁게 느껴졌다. 그런 마음이 들 때마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우울해졌고, 부족한 나를 만나 아이가 고생한다는 죄책감까지 들었다.



이미지 출처: Unsplash



  교사로도, 엄마로도, 혹은 나라는 사람 그 자체로도 나는 내가 너무나 부족하다고 느꼈다. 세상에는 너무나 뛰어난 사람이 많고, 그에 비하면 평범함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스스로 정한 최소한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 매일 노력했다. 그 노력이 오히려 나를 갉아먹는 줄도 모르고. 나의 모습을 만족하지 못한 채로 어떤 노력을 해도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기분이었다. 괜찮은 교사, 행복한 엄마, 좋은 사람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답을 찾고 싶었다. 책도 읽어보고, 영상도 찾아보고,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다른 사람과 이야기도 나눠보며 어딘가 있을 정답을 찾으려 애썼다.



  끊임없이 애썼지만, 나에게 딱 맞는 기준과 방식을 찾지 못했다. 다른 사람이 말하는 답을 보고 이렇게도 해보고 저렇게도 해보며 매일 시행착오를 반복했다. 왜 정답을 찾지 못하는 것인가 좌절하면서 늘 나만의 정답을 갈망했다. 정답 찾기에 집착할수록 일상도 부정적으로 느껴졌다. 육아도 힘겹고 복직도 두렵고 사람을 만나는 것도 불편했다. 무엇을 해도 부족한 느낌이 들고, 정답이 아니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 우울한 나날 속에서 결국 정답이 없다는 답을 인정하게 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정답이 없다는 답을 찾은 계기는 아이와 보낸 어느 평범한 하루였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아도 아이와 눈을 맞추며 웃고 안아주고 손을 잡고 걷는 그런 하루. 아이의 웃음에 나도 함께 웃는 그런 하루였다. 아이 식사, 독서, 놀이 등 아이를 위해 특별히 무언가 해줘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고 아이의 마음에만 주파수를 맞추려고 했다. 엄마와 아이의 마음이 같은 주파수로 통하기 시작하니 아이의 웃음이 저절로 늘어났다. 정답대로 아이를 돌보는 엄마가 좋은 엄마라고 생각했는데, 아이는 그저 함께 웃는 행복한 엄마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다.



  정답 찾기도 내려놓고, 정답이라고 생각하는 기준대로 살아야겠다는 강박도 내려놓기 시작했다. 정답은 없고,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고, 정답은 몰라도 괜찮다고 되뇌었다. 내 마음이 답이고, 시행착오를 반복하며 맞춰가는 과정도 답이었다. 괜찮은 교사, 행복한 엄마, 좋은 사람이 되는 고민도 내려놓았다. ‘괜찮은, 행복한, 좋은’의 기준이 모두 다르고, 정답이 없다는 답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여전히 조급함과 불안함이 불쑥 들기도 하지만, 그런 과정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정답이 없다는 답을 인정하는 일, 그 일은 어렵지만 정답을 찾기 위해 부단히 애쓸 때보다 어렵지 않았다. 밑 빠진 독이었던 마음의 밑이 채워진 기분이다. 나의 독에 물이 찰랑찰랑 채워지고 있다. 마음의 갈증을 채워줄 물이.



이미지 출처: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