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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Sep 05. 2022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 한다.

누구에게나 있는 순간, ‘처음’



  엄마, 선생님, 아내, 며느리, 친구, 작가, 블로거, 나를 이루고 있는 것에는 ‘처음’이 있다. 사실상 ‘이번 생은 처음이라’라는 드라마 제목처럼 세상에 태어나는 순간부터 ‘처음’의 순간은 채워지고 있다. 나로 살아가는 이번 생도 처음, 엄마로 살아가는 생도, 선생님으로 살아가는 생도 처음이라 어딘가 어설프고 막막하면서도 설레기도 한다. 게임을 시작하기 전에 필요한 지침과 정보를 제공해주고 연습 기회를 주는 튜토리얼이 우리의 인생에도 있다면 좋으련만, 인생이라는 게임은 사람마다 지침도 다르고 연습 기회도 주지 않는다. 



  첫 단추부터 잘 끼워야 한다는 말처럼 ‘처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그 처음을 어떻게 해내야 하는지 알기는 어렵다. 경력직 우대만 하면 신규는 어디서 경력을 쌓냐는 말도 있듯이 처음부터 잘할 수 없기에 경력직을 우대한다지만 그 경력자도 결국은 신규라는 처음을 거쳐야만 했다. 그런 시간을 잘 버텨왔기에 경력직이 된 것이고 처음을 어떻게 해내야 하는지 알게 된다. 그런데 보통 이러한 과정 속에서 흔히 말하는 첫 마음, ‘초심’도 잊게 된다.





  누구에게나 주어지는 ‘처음’에는 첫 마음이 따라온다. 첫 마음에는 열정, 의지, 긍정, 목표 등 에너지가 가득하다. 무엇이든 열심히 할 수 있을 것만 같고, 어떤 힘든 상황이 생기더라도 최선을 다해 이겨낼 수 있을 것만 같다. 나는 3번의 도전 끝에 선생님이 되었다. 대학에도 한 번에 붙지 못해서 선생님이 되고 싶은 마음은 실패 속에서 더욱 간절해졌다. 교사가 되기만 하면 어떤 지역에서 근무하든, 어떤 업무를 맡게 되든, 어떤 과목을 맡게 되더라도 행복하게 임하리라 다짐했었다. 그런데 지금 돌아보면, 그 초심의 유효기간은 반년도 가지 못했다.



  내가 가장 되고 싶었던 또 하나의 처음은 ‘엄마’였다. 임신기간 중 입덧으로 힘들기도 하고, 고위험군 결과로 니프티 검사로 초조하기도 하고, 임신성 당뇨로 먹고 싶은 음식도 마음껏 먹지 못했다. 몸과 마음이 힘들 때마다 배를 쓰다듬으며 아기에게 말을 건넸다. 다른 건 중요하지 않으니 건강하게만 태어나 다오. 아이를 건강하게 만나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다. 출산한 날에도 아이가 아픈 곳 없이 잘 태어났는지를 연신 물었다. 그랬던 아이가 이제 곧 세 돌이 된다. 선생님으로서의 초심이 반년도 가지 못했던 것처럼 엄마로서의 초심도 금방 무너졌다. 건강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마음에 욕심이 하나둘 얹어지기 시작했다. 잠도 잘 잤으면, 밥도 잘 먹었으면, 배변도 규칙적으로 잘했으면, 혼자서 잘 놀아줬으면.





  초심의 유효기간이 짧기에 주기적으로 초심을 떠올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했다. 교사로서의 초심이 떨어질 때쯤이면 시험을 준비하며 적어뒀던 일기를 읽어보기도 했다. 엄마로서의 초심이 떨어질 때쯤이면 임신테스트기에서 처음 아이를 확인했던 날, 아이의 심장 소리를 들었던 순간, 아이를 처음 안아 본 순간,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웃어본 순간 등을 떠올리곤 했다. 그리고 나를 이루고 있는 이 일상과 자리에 오기까지 얼마나 간절히 바랐는지, 이것들이 사라지고 나면 얼마나 후회할는지 생각해봤다.



  튜토리얼도 없고, 모범 답안이나 해설지도 없는 인생에서 흔들릴 때마다 중심을 잡아주는 것은 첫 마음, 초심이다. 첫 마음을 간직하는 일은 누구에게나 있는 처음을 기억하는 일과 같다. 그런 점에서 첫 만남, 첫 출근, 첫 대화, 첫 여행 등 처음을 기억하고 기록하는 일은 첫 마음을 잊지 않도록 도와준다. 아이가 태어난 뒤 매일 사진, 영상, 일기 등 여러 가지 방법을 활용해서 아이의 처음을 남겨주고 있다. 아이의 처음은 곧 엄마의 처음이기도 해서 그 순간마다 감동하기도 하고 힘들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했다. 아이가 커가면서 아이의 처음을 남기는 일이 소홀해졌다. 그래서일까, 엄마로서의 초심도 자꾸만 잊혔다. 잊혀가는 첫 마음을 다시 간직하고자 글을 써본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나와 아이의 시간은 처음으로 가득함을 새겨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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