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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Aug 23. 2022

노래를 듣는 이유

노래 같은 글을 쓰고 싶다.


  귓가에 맴도는 멜로디와 가사, 좋아하는 노래를 듣는 시간은 소중하다. 특별히 무언가 더하지 않아도 노래를 듣는 것만으로 몸과 마음이 변한다. 신나는 노래를 들으면 세포 하나하나가 들썩여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고, 추억이 묻어있는 노래를 들으면 자연스럽게 시간 여행을 하게 된다. 그저 재생 버튼 하나 눌렀을 뿐인데, 노래에는 내가 있는 시간과 장소를 순식간에 다른 곳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다. 그래서 일상 속에서 노래가 없는 장면은 상상하기 어렵다.




  태교 할 때도, 육아할 때도 연주곡이든 노래든 틀어두곤 했다. 라디오를 켜 두고 새로운 노래를 듣거나 좋아하는 노래가 흘러나오면 좋아하기도 하고, 처음부터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로 재생목록을 만들어서 틀어두기도 했다. 그 덕분일까, 아이는 커갈수록 흥도 많고 노래를 좋아하는 아이가 되고 있다. 좋아하는 노래를 편히 듣지 못하고 아이의 선곡 요청에 따라야 하는 순간이 많아졌지만, 아이가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고 그것을 요청할 만큼 자랐음이 신기하다.


  노래를 듣는 이유는 다양하다. 소리가 비어있는 시간과 공간을 견디지 못해서, 여행을 떠나는 길의 흥을 키우기 위해서, 힘든 하루 끝에서 위로를 받고 싶어서, 좋아하는 목소리와 멜로디를 듣고 싶어서. 이유가 어찌 됐든, 노래가 나오기 시작하면 멈추기 어렵다. 더 듣고 싶어 지고, 자꾸 볼륨을 높이고 싶어 진다. 예전에는 그저 노래 참 좋다 에서 끝났는데, 요즘은 노래를 만드는 작사가와 작곡가의 능력과 감성이 부러워져서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진다.



  마음을 들여다본 듯한 가사와 그 가사와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멜로디. 그런 노래를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고민했을까. 이선희의 그중에 그대를 만나, 아이유, 김연아의 얼음꽃 등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포함해서 히트곡이 300개가 넘는 김이나라는 작사가 쓴 가사들은 특히 마음에 와닿는 경우가 많다. 어떤 생각을 하면 이런 가사들을 쓸 수 있을지 궁금해서 이 사람이 쓴 책도 읽어보려고 담아뒀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 모두 비슷하다는 것은 다 알지만, 그 공감대를 글로 담아내는 능력이 부럽다.


  육아가 힘든 날은 아이를 위한 연주곡이나 동요 대신 내가 좋아하는 노래로 선곡한다. 며칠 전 크라잉넛의 노래를 재생했더니 연관된 노래들이 자동으로 흘러나왔다. 그러다가 봄, 여름, 가을, 겨울의 Bravo My Life에서 내 마음이 흔들렸다. 예전에 이 노래를 들을 때는 딱히 느끼지 못했던 감정들이 올라왔다. 상황이 달라지니. 노래를 듣고 느끼는 감정도 달라졌다. 눈물이 차오르려는데, 다음 노래로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이 나왔다. 두 노래의 가사가 지나간 나의 시간을 위로해주며, 앞으로의 시간을 응원해줬다.


서툴게 살아왔던 후회로 가득한 지난날,
그리 좋지는 않지만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었어.

내일은 더 낫겠지,
그런 작은 희망 하나로 사랑할 수 있다면,
힘든 1년도 버틸 거야.

Bravo Bravo My life 나의 인생아,
지금껏 달려온 너의 용기를 위해-
- 봄, 여름, 가을, 겨울의 Bravo My Life 중 -
어제의 일들은 잊어.
누구나 조금씩은 틀려.
완벽한 사람은 없어.
실수투성이고 외로운 나를 봐.
- 이상은의 비밀의 화원 중 -

 


  남편은 이런 나보다 더 노래를 사랑한다. 장거리 연애하던 시절, 그는 이동하는 동안 영상을 보거나 노래를 들으며 시간을 보냈다. 어느 날은 마음을 울리는 노래를 듣고는 눈물을 흘렸다고 말했다. 계절이 바뀌는 시기나 남편의 상황이 힘들던 시기에 종종 더 그랬었다. 그래서 그도 나도 좋아하는 영화도 음악 영화였다. 함께 보고 나서 한동안 그 영화의 OST만 찾아서 들으며 영화의 여운을 나누곤 했다. 우리가 함께한 10년이 넘는 시간 속에 추억마다 녹아든 노래들도 가득 쌓였다.


  멜로디도, 가사도, 그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것. 그게 노래의 매력인 것 같다. 어떤 노래를 원곡 가수가 아닌 다른 사람이 불렀을 때 주는 신선한 느낌도 좋지만, 원곡 자체의 느낌을 더 좋아하는 것도 그렇고. 노래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의 마음과 손길이 담긴 것처럼 나의 글에도 더 많은 마음과 눈길을 담을 수 있으면 좋겠다. 비슷한 느낌과 주제의 글, 영상 등이 넘쳐나고, 읽을거리, 볼거리 등 시간을 보낼 거리가 풍부한 세상 속에서 나의 글도 잠시 멈춰 서서 듣고 싶은 노래처럼 매력이 있으면 좋겠다.



  A4 한 장 이상의 글을 매일 쓰지는 못했지만, 어느 정도 주기적으로 쓰기 시작한 지 3달이 지나가고 있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많이 읽는 것부터가 시작이라고 한다. 다른 사람의 글도 많이 읽고, 책도 읽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음악인 김태원은 자신이 만들고 등록한 노래는 400곡이 넘지만, 대중이 알고 있는 히트곡은 10곡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것이 세상의 법칙이고 우리가 꿈을 얻기 위해서 가져야 할 기본자세이자 우리가 현실에 충실해야 하는 이유라고 말한 그의 말을 떠올려본다. 노래를 듣는 시간처럼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시간은 육아도 살림도 일상도 잠시 내려두고, 나에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다. 꿈을 얻기 위해 이 소중한 시간을 오늘도 열심히 채워본다. 한술 밥에 배부르랴. 계속 쓰면 되지.




*전체 이미지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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