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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을꾸다 Sep 23. 2022

육아와 자아, 두 마리 토끼.

어쩌면 다른 게 아닐지도 모를.



  하루 24시간 중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은 얼마나 될까. 현재 휴직해서 육아가 내 업이 되었으므로,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을 먼저 계산해본다. 31개월이 된 우리 아기는 요즘 밤잠을 보통 9시간에서 10시간을 잔다. 낮잠은 1시간에서 2시간, 길게 자는 날은 2시간 30분쯤 잔다. 아이가 잠을 자는 10시간에서 12시간을 제외한 아이가 깨어있는 시간 중 평일 5일은 오전 2시간~3시간은 어린이집을 간다. 그러면 하루 24시간 중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평균 9시간에서 10시간이 된다.


  시간대로 나눠보면 어린이집 가기 전 아침 1시간~2시간, 어린이집 다녀와서 낮잠 자기 전 2시간~3시간, 낮잠을 깨서 밤잠 자기 전 4시간~5시간이다. 정리해보면 어린이집을 가는 오전 2시간~3시간, 낮잠 자는 1시간~2시간, 밤잠이 든 시간 중 내가 잠들기 전 시간이 나를 위해 쓸 수 있는 시간이다. 아이가 밤잠이 들고 나서 나도 일찍 자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잠들기 전 누릴 수 있는 여유로움과 자유로움을 포기하기가 어렵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는지 돌아봤다. 보통 평일에는 청소기를 돌리는 소리를 싫어하는 아기를 위해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 동안 환기도 하며 청소기 작동을 시작으로, 식기세척기도 정리하고, 점심이나 아이와 함께할 놀이도 준비하고, 세탁실에 가서 빨래도 돌린다. 시간이 남는 날은 장을 보기도 하고 쓰레기 정리까지 하고 나면 오전 집안일 루틴이 채워진다. 간헐적 단식을 하느라 아침 식사를 하지 않는데, 오롯이 집안일만 해도 시간이 부족하다. 화요일과 목요일에는 1시간 정도 ESL 수업을 듣기 시작해서 조금 더 바빠졌다. 남편은 집안일을 하지 말고 시간을 즐겨보라고 했지만, 이 시간대에 내가 집안일을 해두지 않으면 집안이 엉망이 된다.


  아이가 낮잠을 자는 시간에는 나를 위해 시간을 쓰는 편이다. 블로그 포스팅을 하거나 사진 정리를 하기도 하고, 브런치 글쓰기를 하기도 한다. 운동, 독서, 영어 공부 등 매일 유지하려고 노력 중인 루틴을 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한글학교 수업을 맡게 돼서 이 시간에 수업 준비를 하기도 한다. 하루 중 가장 평화롭고 마음이 편안한 시간이다. 육아하는 동안 깊숙하게 묻어둔 자아를 꺼내 반질반질 닦아서 빛을 내는 기분이 든다.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가 낮잠을 거부하는 날이나 예상보다 일찍 깨어난 날은 답답하고 화가 날 정도로 나에게는 자아를 충전하는 시간이자 나를 버티게 하는 시간이다.


  아이가 밤잠이 들고 난 시간은 재우다가 같이 잠드는 날도 많아서 아예 0시간이 되기도 한다. 혹은 아쉬운 마음에 밤을 지새우며 무한대로 시간을 가져보려고 욕심을 내기도 한다. 그렇게 누리는 시간은 정말 달콤한 꿀 같지만, 결국은 다음날을 버틸 에너지를 끌어다가 빚을 진 것이다. 보통은 간단하게 거실과 주방을 정리하고, 낮에 끝내지 못한 루틴을 마무리하며 시간을 채운다.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낮보다는 지쳐있어서 요즘에는 욕심을 내려놓고 아이와 함께 잠드는 쪽을 택하기 시작했다.





  육아와 자아,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었다. 육아는 육아대로, 자아는 자아대로 잘 지켜나가는 엄마가 되고 싶었다. 아니, 사실 육아보다 자아가 더 소중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은 너무나 느리게 느껴지고,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은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 육아하면 할수록 자아는 사라져 간다는 기분이 슬펐다. 나를 찾고 싶어서 허우적거렸고, 애꿎은 아이에게 화를 내는 날이 많았다. 가만히 돌아보면 엄마로서의 나도 자아였다. 육아는 결국 아이만 키우는 게 아니라 나도 키우는 것이었다. 육아도 자아는 각기 다른 토끼가 아니라 토끼의 쫑긋거리는 두 귀처럼 함께할 때 더 사랑스러운 것이었다. 


하루 24시간을 나의 사랑스러운 토끼를 키우기 위해 부지런히 노력하는 나에게 

채찍보다는 당근을 더 많이 주리라 다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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