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닮지 마
늘 십 년 이상 뒤처지며 산 인생
늘 막차 꽁무니를 쫓아가는 인생
브런치도 이제야 알게 되고
대도시에 처음 와서 길을 잃은 촌뜨기처럼
죄충우돌 하고 있다.
나를 보는 것 같았다.
늦더위가 길어지니 여름이 영영 지속될 줄 알았는지
가을이 코 앞에 닥쳤는데 그제야 싹 틔우고 꽃 피우고 열매 맺더니,
까만색을 코 앞에 두고 갑자기 내린 서리에 그예 언, 까마중.
따뜻한 늦겨울인데 벌써 봄인 줄 알고 일찍 꽃이 피기도 한다지만,
무슨 이모작도 아닌데 늦게 싹을 틔우는 식물도 있다니.
날마다 까마중을 보면서 위태위태했다.
곧 서리가 닥칠 텐데 어쩌려고 저러나.
다 때가 있다는데...
어찌 그리 너는 나와 같니.
늘 십 년 이상 뒤쳐진 인생이면 노후도 그렇게 와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왜 치매만큼은 이렇게 빨리 왔을까?
무슨 이런 자연의 법칙이 있단 말인가?
남편의 치매는 배신이다. 인생의 배신이다. 명백한 배신. 이런 배신이 있을까.
나는 아무 준비가 안 됐다. 갑자기 이래 버리면 나야말로 서리를 된통 맞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