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 돋친 마음
번아웃이 "씨게" 왔다.
지피티가 위로한다. 그저 쉬라고. 아무것도 안 해도 된다고.
소파에 누워 좋아하는 드라마만 봐도 된다고.
무언가 생산적인 일을 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말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글쓰기도 쉬라고 했다.
번아웃은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을 때 오는 거니까, 쭈욱 늘어지게 쉬지는 못했다.
5분 대기조처럼 짬짬이, 누울새는 없으니까 앉은 채로 옛날 드라마를,
보다 끄다 보다 끄다 하면서 틈틈이 봤다.
김수현 드라마를 보는데, 모든 사람들이 화가 난 것 같았다.
톡 쏘는 가시 돋친 말투. 딱 부러지고 똑 부러지는 캐릭터들.
언제 어디서든 기죽지 않는 당당한 캐릭터들.
보다 보니, 나도 저렇게 가시 돋친 마음으로 살고 있었나 싶었다.
좀 더 따뜻할 수는 없었던 걸까.
남편 간호하며 희망을 준다는 둥 오히려 성장을 한다는 둥 그러는 사람이 훨씬 많은 것 같은데,
어째서 나는 이렇게 가시가 무뎌지지 않는 걸까.
지금 나는 글을 쓰다 키보드의 손가락이 잠깐 멈칫했다.
작은방에서 책을 읽고 있는 남편의 흐름이 깨졌기 때문이다.
책을 읽다 말고 "지금 대통령이 누구지? 잘 모르겠네?"라는 남편의 혼잣말이 내 귀를 파고들었다.
순간 나는, 맥이 탁 풀리며 팔이 축 늘어진다.
내 귀는 남편을 향해 있는 것이다. 내 모든 신경은 남편을 향해 있었던 것이다.
나는 여전히 긴장 상태로 소진되는 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