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일기

실패마저 그립다

by 채송화

위치추적을 한다.

남편의 동선을 따라 스마트워치와 스마트폰이 한 쌍으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지도에서 움직인다.

마음이 놓인다.

차라리 바람이 나서 이런다면 그것은 행복이다.

치매는 배신이다. 가장 강력한 존재의 배신.



" 그립다. 그립다. 그립다."

" 실패마저 그립다."



치매 남편이 쓴 일기를 본다.

아내 걱정, 먹고살 걱정, 안개 낀 머릿속의 답답함이 절절하게 묻어난다.

잃어버리고 온 우산이 안타까운 건 사라져 가는 자신의 기억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기억은 지워져도 감정은 남는 것이 치매라더니.

신혼 때 남편과 단짝처럼 지냈던 주둥이 까만 우리 개를 그리워하고 있구나.

그립구나.

그립겠구나.

얼마나 강렬하게 그리우면 실패마저 그립다고 썼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