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가는 길입니다

늙어 가는 길, 윤석구

by 채송화

"가만있어!"

치매 엄마를 치과에 모셔놓고 바깥에서 기다리는 딸.

의사가 엄마를 개 취급하는 것 같아 눈물이 쏟아졌다고 한다.


잠시 후 의사가 나왔다.

"어쩔 수 없어요. 이래야 말 들어요. 시간을 두고 한 번 치료해 봅시다."

이번에는 쫓아내지 않은 게 고마워서 또 울었다고 한다.


혈관이 잡히지 않는 노인들의 팔. 묶어놓고 여기저기 찔렀다며 붓고 멍든 팔과 손을 보여주며 아이처럼 우는 부모들. 가슴이 찢어지는 자식들. 그럼에도 냉정해야만 한다. 그 앞에서 최소한의 인간적 대우를 요구해서는 안 된다. 목구멍 밖으로 나오려는 울음과 설움을 꿀꺽 삼켜야 한다. 집에서 모시지 못하니 누구를 탓하랴.


부모를 시설에 두고 오면, 다들 그렇게 가시가 박히기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도 그랬다.

할머니의 애지중지 첫 손녀딸. 언니가 애기 안듯이 할머니를 안고 입에 물잔을 댔다.

할머니는 한참을 물을 드셨다. "거봐. 할머니 물도 안 줬어. 오줌 쌀까 봐." 언니가 울었다.




해마다 3월이면 묏등에서 꽃을 찾는다.

겨울의 끝일가 봄의 시작일까.

무덤에서 할미꽃이 올라온다.


늙어 가는 길.

늙어 가는 여러 갈래의 길. 인간의 마지막 길. 말 못 하는 짐승만은 되지 말아야 한다.

기도는 간절하다.


처음 가는 길입니다.

한 번 도 가본 적 없는 길입니다.


꽃보다 곱다는 단풍처럼 해돋이 못지않은

저녁노을처럼 아름답게 아름답게 걸어가고 싶습니다.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아름답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