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을 더듬어 불러본다, 엄마

어머니의 기억, 신석정

by 채송화

아무리 불러도 어머니는 대답이 없고

내 지친 목소리는 해풍 속에 묻혀 갔다,

어머니를 부르던 그때 나는 소년이었다.



남편의 어머니를 나는 모른다. 본 적이 없다. 일찍 돌아가셨다고 했다.

그때 남편은 아홉 살이었다. 고구마밭에 있었다고 한다. 왜인지는 모른다고 한다.


남편의 기억은 아마 가을이 아니었을까 싶다. 마지막 엄마의 기억이. 유난히 고구마를 좋아하는 남편이다.

나는 평소에 우리 부부는 하나도 맞는 게 없다고 했는데, 하나 있다. 열쇠와 자물통 같은 그런 것 하나가.


"자기는 죽기 전에 하나만 먹으라면 뭘 먹을 거야?"

"당연히 고구마."

"자기는?"

"나는 고구마 줄거리 무침"

우리는 고구마 줄기를 벗기며 웃었다.


남편이 시를 외운다. 신석정의 시, <어머니의 기억>


얼마나 엄마를 부르고 싶었을까.

딱하고 가엾다. 아홉 살에 엄마 잃고. 학교도 가는 둥 마는 둥.

국민학교 졸업하고 중학교도 가지 못했다고 한다.

"막둥아, 중학교 가고 잡냐?"

"네."

큰누나가 보내줬다고 한다.


아홉 남매 막내. 형과 누나는 모두 객지로 나가고. 아버지와 둘이 남아.

엄마도 못 불러본 남편이.

환갑에.

외우는 시를 통해, 어머니를 부른다.

어머니. 어머니. 날마다 부른다.

시를 외울 때까지 몇 달을 부른다.

아버지 나이에. 아버지처럼 치매에 걸려.


폭풍 속에 해풍 속에 노을 속에

그때 어머니를 부르던 소년은

지금도 어머니를 부른다.


나는 들었다. 어머니이...

남편이 시낭송 속에서 부르는 그 외로운 아이 같은 심정을.


아무리 불러도 어머니는 대답이 없고

나는 청개구리처럼 갑자기 외로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