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처럼 솟아오른 놈

생활, 김수영

by 채송화

모든 것을 제압하는 생활 속에 애정처럼 솟아오른 놈




모든 것을 제압하는 생활 속에

애정처럼 솟아 오른 놈

김수영 시인의 웃음이 터져 나오게 한 놈

좌판 위에 쌓인 호콩마마콩


모든 것을 제압하는 치매 속에

남편의 시선을 끌어

순간포착 찍힌 놈

밤을 까먹는 청설모


빛나는 생활의 발견. 웃음. 기쁨.


시인과 남편은 생활의 발견으로 웃으며 기뻐하는데, 나만 심각했다.

시인이 웃음이 터졌다던 '호콩마마콩'에서 남편은 늘 멈췄다.

사실 호콩마마콩이 뭔지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도 외우지 못하는 남편이 야속했다.


시장거리에 응?

먼지 나는 길 옆에 응?

좌판 위에 쌓인 응?

호콩마마콩이라고 호콩마마콩!!!!!


시인의 콩이든, 남편의 밤이든

잠시라도 몰입하는 그 현장에서 웃을 수 있다면 좋은 건데,

그런 장면과 상황이 많을수록 기쁜 일이거늘...

맞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노여워하지 말랬지.


남편이 밤을 먹는 청설모 사진을 보여 줬다.

"이것 봐 귀엽지?"

"우와. 너무 귀엽다. 꼭 토토로 같아."


언제 또 저런 사진을 찍었을까.

세밀한 관찰이 치매에 좋다고, 늘 주변을 관찰하라고 했던 정보를 기억한 걸까?

아니다. 순간포착은 마음이 움직여야 하는 것이다. 사진은 순간의 감동을 가슴에 담는 것이다.

순간 포착은 감동 포착이다. 마음이 움직이는 자리에 기억도 남겠지.


남편은 사진을 잘 찍는다. 자주 찍고 많이 찍는다. 나도 모르는 의외의 내 사진도 많다.

남편의 가슴은 늘 감동 중이었던 것이다.

모든 것을 제압하는 생활. 그 속에서 빛나는 생활의 발견.


남편은 그 뒤로, 내가 좋아하는 김수영의 시를 '특별히' 세 편이나 더 외웠다.



무위와 생활의 극점을 돌아서

나는 또 하나의 생활의 좁은 골목 속으로

들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