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눈물로 채우지 마라

연어, 정호승

by 채송화

인생을 눈물로 가득 채우지 마라

사랑하기 때문에 죽음은 아름답다



비가 갰다. 물구경 가보자.

습지가 많았던 동네다. 다 메꾸고 퍼내고 그래도 몇 개 남아 있다. 산자락을 끼고 물이 불어 났다.

동네 구석구석 우리는 구경 다닌다. 산이고 동네고 우리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 안다.

뭐라는 건 별건 아니지만, 우리한테는 별거다. 뱀딸기는 어디에 많은지, 홍매는 어디서 처음 피는지.

계절 따라 피고 지고, 우짖는 것들. 우리는 좋아한다. 어느 원룸 건물 앞에 박하가 핀다든지.


박하가 자랄 때쯤 박하꽃이 필 때쯤 질 때쯤 시기별로 가 본다. 한 번은 몇 줄기 끊어서 냄새 맡으며 걸었다.

누군가 "어? 무슨 냄새지? 껌인가? 치약인가?" 두리번거렸다.

우리는 허브를 좋아해서 엄마 산소 옆에 종류별로 심기도 했었다. 그래도 제일 좋은 건 토종 박하다.

강원도에서 처음 이사 왔을 때 우리 집 뒤뜰에 있었다.

박하 냄새는 그렇게 오래가는 거구나. 오십 년이나 가나보다.


비는 그치고 햇볕은 쨍하다. 산에서 솟아나는 맑은 물이 수로를 따라 흐른다.

얇은 물살이 햇빛에 빛난다. 반짝인다.

콩벌레 한 마리가 수로를 따라 올라간다.

콩벌레 등도 반짝인다.


와 쟤좀 봐. 잘 간다. 엄청 빠르다. 와...

저 작은 것도 생각이 있나? 살려고 저렇게 빨리 가는 건가?

아주 그냥 전속력을 내네.


콩벌레한테는 수로를 흐르는 빗물도 태평양일걸.

거친 파도는 연어만 뛰어넘는 건 아니었어.

우리는 한참을 응원했다.


쟤도 시낭송하러 가나보다.

가라. 가서 너도 최우수상타라.

너도 우리 신랑처럼 상장이랑 트로피 받아와라.

거친 물살을 거슬러 올라갔으니까. 너도 연어다.

최우수 콩벌레다.



거친 폭포를 뛰어넘어

강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고통이 없었다면

나는 단지 한 마리 물고기에 불과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