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그렇게 당신을 사랑합니다, 한용운
달아, 힘을 내. 동그란 보름달이 될 거야.
괜찮다. 내가 들었으니까. 내가 아니까. 내가 봤으니까. 다 외운 줄 내가 아니까.
그거면 된 거다. 이 망망대해. 쪽배 위에 우리 둘 뿐. <지 알고 내 알고 하늘이 안다>
치매 남편의 첫 여행, 시낭송여름학교.
가난한 내력 서류 한 장으로 증명할 수 없듯이.
치매 남편의 시낭송 내력 나태주도 이상록도 모른다.
하지만, 동료들과 2박 3일 무사히 첫 여행 끝내고 온 남편이다.
남편도 3년 만의 외출이다. 걱정했던 기백만 원어치 물건을 다 챙겨 왔으면 된 거다.
허리에 매는 새로 산 가방 하나쯤 잃어버려야 치매 맛이다.
하루치 치매약 빼먹었어도, 되가져 왔다는 게 의미 있는 거다. 버리지 않고 챙겨 왔다는 것이 놀라운 일이다.
내년부터 여름마다 여름학교에 참여하게 된다면, 이번을 계기로 그러면 된 거다.
8월 한 달, 딴 데 정신 팔린 여자처럼, 오직 걱정은 물건 잃어버리고 오면 어쩌나. 그 걱정 하나였다.
보청기 두 짝 삼백만 원. 스마트폰 스마트워치 백여만 원.
'민생지원금'으로, 가방 사고 모자사고 아래위 옷 사 입혔다.
수학여행 가는 듯 보냈고, 잘 돌아와서 나는 좋았다.
나와 달리 남편은, 유명 시인들까지 초대된 큰 자리에서,
석 달 외운 시를 낭송하다가 까먹은 게 내내 마음에 남았나 보다.
한용운 시인은 왜 헷갈리게 시를 써 가지고.
그래도 내 앞에서 낭송한 남편은 하나도 안 틀리고 외웠습니다. 한용운 시인님.
늘 더 많이 줄 수 없음에 아파하는, 시의 마음을 가진 남편. 내가 압니다.
남편은 그런 사람임을 내가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