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송화가 피어 있다

채송화, 송찬호

by 채송화

"병 앞에 체면 따질 것 없느니" 문학의 위로를 받으며,

꽃을 향해 돌진하는 꿀벌처럼. 남편은 여름 내내 도전의 연속이다.

시낭송여름학교 갔다 온 남편. 통영 박경리 선생 태어난 집 앞, 사진 속 웃고 있는 남편.


<토지>의 문의원님께서, "병 앞에 체면 따질 것 없다"시며, 남편을 어루만져 주셨는가 보다.

여행에서 자신감을 얻었는지, "잊어버리면 어때?" 남편이 도전하겠다고 한다.


이번 무대는 박물관. 초대 시인 송찬호 시, <채송화>를 한 달 안에 외우겠다고 도전한다.

알츠하이머병은 성격 변화를 일으킨다더니, 난폭하게 변한다더니,

얼마나 평소에 온순했으면 도전한다는 말이 남편의 최대 폭력성일까 싶다.


새마을금고에서 받아 온 큰 달력에 그림을 그리는 남편.

채송화. 구두 한 짝. 돛단배. 깨진 조각 거울.

시어를 그대로 옮겨 놓은 알록달록 예쁜 그림이다.


고양이는 고양이 수염으로 알록달록

달력은 남편 그림으로 알록달록


시인의 소인국은 책 속 가득 핀 채송화

남편의 소인국은 달력 가득 그려진 채송화

나의 소인국은 브런치스토리의 채송화


채송화 꽃이 피었습니다.

저마다 마음에 채송화가 가득이다.



고양이는 고양이 수염으로 알록달록 포도씨만 한 주석을 달고

비둘기는 비둘기 똥으로 헌사를 남겼다

물뿌리개 하나로 뜨락과 울타리

모두 적실 수 있는 작은 영토

나의 책에 채송화가 피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