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책, 김수영
지구에 묻은 풀잎이라니. 서책의 숙련이라니.
꿰뚫는 통찰. 기가 막힌 비유. 어쩜 저렇게 시를 잘 쓸까.
감동도 잠깐. 시세계에서 현실 세계로 나오면, 헤매는 남편이 있다.
남편 시 외울 때 첫 일주일이 제일 힘들다.
왜 경력직만 뽑는지 알 것 같다.
숙련공은 편하다. 어느 정도 숙련되면 힌트만 주면 된다.
체크만 하면 된다.
사람들은 곧잘 부러워한다.
어떻게 저렇게 춤을 잘 출까.
어떻게 저렇게 노래를 잘할까.
어떻게 저렇게... 어쩜 저렇게...
손이 먼저 안다는 '호떡의 달인'처럼.
그 뒤에 자리 잡고 있는 건, 살아 낸 숙련이겠지.
남편 종아리가 수상하다. 하지정맥류가 의심된다. 고쳐가며 사는 시대.
'숙련'된 의사를 검색해 본다. 병원에 전화해서 예약을 잡았다.
나와 달리 남편은 부담감을 느끼지 않는다. 치매 덕도 본다.
모두가 숙련공을 찾는 세상,
앳된 간호사의 염려 어린 목소리가 죽비처럼 나를 쳤다.
나는 위로받았다.
아니 내가 오히려 안심시켰는데 그것이 위안이 되어 돌아왔다.
"치매요? 음... 초음파는 서서 받아야 되는데..."
전혀 사무적이지 않은 진심 걱정하는 목소리. 정말 오랜만에 들어본다.
"아 괜찮아요. 아직 초기라서... 헬스장도 다니는걸요."
숙련되지 않아도 위로와 감동을 줄 수 있다.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