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환자의 스마트폰 사용 딜레마
언젠가 윤정희 배우가 "저희는 휴대폰 하나로 같이 써요" 그러길래, 참 투명한 부부구나 싶었다.
지금 생각해 보니 배우가 치매라서 그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없는 시대. 스마트폰을 잘 다뤄야 살 수 있는 시대다.
남편은 점점 스마트폰과 멀어지고 있다. 알츠하이머 진단 초기인 23년만 해도, 브이로그를 배우러 다녔었다. 노트에 적어가며 배우려 했었다. 애쓰는 것에 비해 진도를 따라가지 못했다. 또 젊은 여자 강사는 느려터진 나이 든 남자를 시종일관 외면했던 것 같다. 남편은 은근히 자존심이 강하고, 고집도 좀 센 것이, 꼭 소심한 어린 사내아이 같다. 선생님이 다정하게 인솔해 주면 잘 따라 한다. 그래서 첫 민화 수업을 좋아했다. 그림을 얼마나 잘 그렸는지 표구를 세 개나 했다. 1년 결석 없이 다니고, 연말 전시회도 함께 했다. 남편은 정말 즐거워했었다. 선생님이 바뀌고 신경을 덜 써주니 이듬해는 상반기 하고 그만둬 버렸다. 취미는 편식이다.
뭐든 손에 익어하던 것은 계속 이어가야 한다. 특히 스마트폰은 더 그렇다. 그런데 치매는 그게 잘 안된다.
카톡 보내는 것도 벌써 역력하게 서툴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라도 카톡을 자주 보낸다. 손가락 연습이라도 하라고. 또 수강료 보낼 때도 남편이 하게끔 옆에서 코치한다. 은행앱으로 들어가고, 패턴 그리고, 이체하고.
느려도 시작부터 끝까지 해 내게끔 지켜본다. 성질이 급한 나는 당장 폰을 뺏어 휘리릭 하고 싶지만 참는다. 하긴 나도 뭐 잘하는 것도 아니지만. 나보다 더 못 하는 남편 앞에서만 기세 등등이다.
신문맹. 디지털 문맹. 그러니 이런 기기들을 다룰 때 나는 막막해진다. 특히 컴퓨터. 메일을 보내면 다시 변환해 달라고 하는데 못하겠어서 철철 울기까지 했었다. 사진을 첨부하라는 둥, 통장 사본을 보내라는 둥, 유튜브 찾아서 하는 법을 배울 때도 있고, 모르면 안 할 때도 있다. 이렇게 기기 까막눈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배워야 한다고만 생각했었다.
그런데 카페에 누가 글을 올렸다. 그 집도 우리처럼 남편이 초로기 치매다. 그런데 그 집 남편은 자꾸 스마트폰으로 물건을 산다고 했다. 그러다 보이스피싱 당할까 봐 겁난다고 했다. 어떻게 하면 스마트폰을 뺏을 수 있는지 팁을 구했다. 우리와 반대다. 듣다 보니 그럴 만도 하다 싶다.
스마트폰 없이 살 수 있을까? 본인 인증을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가.
윤정희 배우한테 오는 전화를 남편 백건우 피아니스트가 받았을 것이다. 나도 지금은 남편 스마트폰을 매일 확인한다. 여러 개의 취미반 공지사항을 확인한다. 아직은 발등에 불이 떨어지지 않았지만, 곧 닥치면 어떻게 해야 할지. 둘 다 까막눈인데. 둘 다 또랑에 처박히는 <소경의 인도>처럼은 되지 말아야 할 텐데.
낫 놓고 기역자도 몰랐던 우리 할머니는 92세에 요양원에서 처음으로 '공부'를 하셨다.
단체로 둘러앉은 공작시간에, 갈 곳 잃은 손이 부끄러웠다고 하셨다.
'말 탄 서방 머잖았다'더니 곧 닥칠 내 미래인가 싶어, 정신이 아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