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의 이이 불이

떠날 때의 나와 돌아올 때의 나는 다르다

by 채송화

강이 시작되는 발원지. 원천은 깨끗한 옹달샘일 거라는 선입견은 시작과 동시에 깨졌다.

시골 동네. 버려진 쓰레기들. 더럽고 초라한 또랑물. 첫 단추부터 잘 못 끼워진 것 같은 실망감.

하지만 외면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응시하며 물길을 따라갔다.

미호강 200리 물줄기 탐사. 그 하루 여정은 깨달음의 연속이었다.


물과 물이 만나면서 점점 불어나고 넓어진다. 그 과정에서 시작이 더러웠다 해도 흘러온 물은, 물의 연대로 비로소 자정작용 정화작용을 거쳐, 50여 종의 민물고기를 길러 내는 생명의 강으로, 몰라 볼 정도로 거듭났다.

미호강에만 산다는 모래를 닮은 '미호종개'라는 물고기까지 발견되었다지. '미호종개'는 생태계의 건강성을 상징하는 미호강의 마스코트로 활약한다. 그런 미호강은 금강과 만나 합쳐진다. 강과 강은 어우러지며 모두 함께 이윽고 바다로 나아간다.


떠날 때의 물은 쓰레기를 떠안았지만, 물의 고향 바다를 향해 가면서 이행하고 변용하는 물의 본질은 그대로였다. 떠날 때의 물과 돌아올 때의 물은 다르다. 둘이면서 둘이 아닌, 이이불이(二而不二).

떠날 때의 더럽고 초라한 물은, 이행과 변용의 전 과정을 거치며 생명의 강이 되어 바다로 돌아간다.


한나절 물길 따라갔다. 선입견은 몇 번이나 깨졌다. 좌절의 자리에서 희망이 다시 일어서는 것을 체험했다.

오염원에 따라 하천 오염을 깨끗하게 하는 방법은 다르다고 한다. 한 곳에서 더러워지는 점오염과 여러 곳에서 더러워지는 비점오염. 한 곳은 한 곳만 치우면 되지만, 여러 곳의 오염 원인은 파악도 어렵다. 따라서 다루기 힘들다고 한다. 생활하수, 공장폐수, 어디서 섞이는 줄 모르고 오염되는 물. 그럼에도 모래가 도와주는 정화작용을 거쳐 깨끗한 물이 되는 것을 보았다. 죽은 듯 엎드려 있던 물줄기들도 흐름을 멈추지 않았기에 새 물로 탈바꿈하고, 합강에 합류한다. 거의 90여 킬로미터를 끈덕지게 흐른 덕분에, 더러움을 씻을 수 있었다.

세상이치, 자연의 이치, 병의 이치. 다 비슷한 메커니즘이구나 싶었다.


알츠하이머병도 셀 수 없을 정도의 원인이 얽히고설켜 치료가 어려운 병이다. 점오염원과 비점오염원이 한 가지 원인이냐, 여러 가지 원인이냐로 나뉘듯이. 병증도 그렇다. 한 가지 원인이면 그 한 가지만 치료하면 된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는 말하자면 비점오염이다. 어디서 어떻게 흘러 들어와 오염되었는지 출처를 밝히기 까다롭다. 그럼에도 희망을 품는 것은 이치의 메커니즘을 믿기 때문이겠지. 하나씩 메꿔가며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는 이치. 언젠가 합류하며 합강을 이룰 수 있는 희망 아니 기적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믿음. 모든 치매 환자와 가족들의 바람은, 현실적인 믿음의 양태인 '신약'이겠지. 그리하여, 인간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삶의 마지막을 맞이하는 것. 물의 '이이불이'처럼 인간의 '이이불이'로 마치기를 바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