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대하여, 신경림
그런 산이 집 앞에 있다.
참 예쁜 산. 참 고마운 산. 그런 산에 남편은 날마다 간다. 맨발로 간다.
맨발로 낮은 산을 걸으며 시를 암송한다.
산 밑으로 귀촌해 사는 예술가 부부를 만난 적이 있었다. 우리도 그럴까 둘러보러 갔었다.
"돈 걱정 없어요. 사계절 산에 먹을 것이 다 있어요."
자랑하며 따라 주는 산야초 약차를 마셔봤다. 20년 전이다.
산에는 가고 싶고 늙을수록 도시에 그것도 병원 근처에는 살아야 하고, 이 동네는 그에 딱 맞다.
산에 갔다가 집에 온다. 병원에 갔다가 집에 온다.
우리들의 따뜻한 숨을 자리도 산 아래 동네에 있다.
새들도 벌레들도 나무들도 꽃들도 구름도 달도 별도 해도 우리 집으로 들어온다.
우리도 산으로 들어간다. 산과 우리는 서로 이웃하며 살림살이 서로 다 잘 알고 있다.
시 속의 동네, "간난이네 안방 왕골자리" 알듯이. 산과 우리는 왕래하는 사이다.
산의 위로를 받으며 산의 보살핌을 받으며 우리는 날마다 산속으로 들어간다.
산은 우리 두 부부, 받아 주었다.
남편이 나를 받아 주었듯이.
남편은 나한테 산장 같았었다. 지치고 힘들었을 때 언제든 쉬고, 쉬다가 떠나도 잡지 않고, 또 와도 상관없는. 그런 존재였다. 그런 산장이 이지러지고 있다.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고민을 앞산이 도와주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한테 몸소 보여주며 말 걸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