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김기택
가위눌린 것 같다. 남편의 시공간은 얼어붙은,
소처럼 평생 일했건만, 손에 쥔 것은
치매라는 '세경'으로 돌아오다니.
삶의 배신이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자리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나도 알아 들어야 한다.
소처럼 커다란 눈으로 무언가 말하고 있는 남편의 마음을.
소가 가진 말이 다 눈에 들어 있듯이,
남편이 가진 말을 남편의 눈에서 읽어야 한다.
내 속에서
나도 소처럼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겨야 한다.
왜곡되어 보이는 치매의 언어를 바로 읽어 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