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도 순하고 동그란 감옥이여

소, 김기택

by 채송화

말은 눈물처럼 떨어질 듯 그렁그렁 달려 있는데

몸 밖으로 나오는 길은 어디에도 없다.

마음이 한 움큼씩 뽑혀 나오도록 울어 보지만

말은 눈 속에서 꿈쩍도 하지 않는다.



가위눌린 것 같다. 남편의 시공간은 얼어붙은,


소처럼 평생 일했건만, 손에 쥔 것은

치매라는 '세경'으로 돌아오다니.

삶의 배신이다.


희망이 절망으로 바뀐 자리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나도 알아 들어야 한다.

소처럼 커다란 눈으로 무언가 말하고 있는 남편의 마음을.

소가 가진 말이 다 눈에 들어 있듯이,

남편이 가진 말을 남편의 눈에서 읽어야 한다.


내 속에서

나도 소처럼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겨야 한다.


왜곡되어 보이는 치매의 언어를 바로 읽어 내야 한다.





어찌해 볼 도리가 없어서

소는 여러 번 씹었던 풀줄기를 배에서 꺼내어

다시 씹어 짓이기고 삼켰다간 또 꺼내어 짓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