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떠난 자리
요즘 나는 침잠상태다. 나를 지탱해 줄 한 가지를 남긴다면 무엇일까 꼽아 본다. 의리로 정해야겠다.
내 삶에 대한 의리. 내 결혼에 대한 의리. 내 인연에 대한 의리.
새벽에 가위눌리다 깼다. 깨면서 내가 꿈에 소리 지르고 있었구나 싶었다. 고독사는 이렇겠구나 싶었다.
둘이 산다지만 혼자나 다름없구나 실감했다. 치매 남편. 청각장애까지 있으니 내가 비명을 지른다 한들 알아채겠나. 지지고 볶고 싸우더라도 부부라면 자다가 달려와 왜 그러냐 물어봐야 부부라 할 수 있을 텐데.
나는 그런 건 이제 없구나 싶었다. 우리 사이에 남은 것은 딱 하나, 배우자로서 내 부양의무뿐이다.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따위는 이제 나한테 가지치기당했다. 부부란 무엇으로 사는가 또한 마찬가지.
모든 것에 마음이 떠났다.
마음이 떠난 자리에 의리를 남긴다.
내 삶에 대한 책임이라 해도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