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야말로 끝까지 난리였던 2025 KBO 정규시즌 마지막에 대한 단상
2025년 10월 1일, LG 트윈스의 정규시즌 우승이 확정되었다.
하지만 그 순간 잠실의 주인공들은 더그아웃에 없었다.
NC에 패배한 선수단은 이미 경기장을 떠난 후였고,
텅 빈 관중석에는 오직 1시간 넘게 자리를 지킨 팬들의 함성만이 울려 퍼졌다.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다른 구장에서 터진 SSG 이율예선수의 끝내기 홈런.
06년생 올해 데뷔한 타 팀의 신인 선수,
그 선수가 멱살 잡고 이끌어준 2025년 LG 트윈스의 우승.
이 기적 같은 우승은 어째서 이토록 복잡한 뒷맛을 남겼을까.
LG트윈스의 수장, 염경엽 감독은 사실 역대급 기록을 갖고 있는 감독이다.
그가 SK와이번스 감독이던 당시, 그는 9경기차 1위를 역전당해 2위로 시즌을 마무리한 적이 있다.
그는 "그랬기에 끝까지 방심하지 않는다"고 했지만, 그의 선택은 말과 다른 모양새였다.
우승이 결정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포스트시즌을 대비한다는 명목으로
주전포수 박동원의 출장을 늘리고, 선발 투수 손주영을 불펜으로 돌렸다.
결과는 실패였다.
박동원은 시즌 막판 이해할 수 없는 실책으로 경기를 내줬고,
손주영은 불펜에서 불필요한 자책점만 떠안았다.https://www.spochoo.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044
흔들리는 챔피언의 빈틈을 라이벌들은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각본 없는 드라마의 조연들은 저마다의 이유로 필사적이었다.
두산은 '내년 시즌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들의 목표는 오직 하나, 잠실 라이벌의 우승 축포를 막는 것이었다.
순위가 확정된 시즌의 마지막 경기,
신인에게 기회를 줘야 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를 2명이나 동원하고
시즌 내내 2군으로 내쳤던 베테랑을 모두 총동원 하는 모습은 처절함 그 자체였다.
결국 그들은 목표를 이뤘다.
NC 역시 마찬가지였다. 작년까지 LG의 수석코치였던 이호준 감독에게 시즌 초,
덕담 아닌 조언을 던졌던 탓이었을까. NC는 유독 올 시즌 내내 LG를 상대로 매섭게 몰아쳤고,
마지막 경기에서도 그 집요함은 변치 않았다.
LG의 우승이 결정된 상황으로 돌아가보자.
LG트윈스는 NC다이노스에 패배했고
한화 이글스는 SSG 랜더스에 9회말 1아웃까지 2:5로 리드하고 있었다.
(재밌는 건 하필 우천 지연으로 인해 한화 이글스 경기가 1시간 정도 지연 시작되었다.이것도 참 드라마다.)
그리고 나온 한화 이글스 마무리 김서현,
올해 첫 마무리임에도 불구하고 블론 세이브가 고작 3개밖에 없을 정도로 강력한 모습을 보여줬다.
많은 LG팬들과 SSG 팬들은 이미 포기하고 말았을 지 모른다.
하지만 정말 이번 시즌의 모토는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일까,
연달아 터진 투런 홈런 2개,
심지어 마지막 9회말 투런 홈런은 올해 데뷔한 이율예 선수.
마법처럼 SSG는 6:5 끝내기 승리를 거뒀고,
그와 동시에 LG 트윈스의 우승이 확정되었다.
사실 잠실 야구장에서 선수단은 이미 철수했다.
현재 1위임에도, 홈경기장이자 정규시즌 마지막 경기임에도
그들은 마치 패잔병처럼(아니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한 팀도 하는 홈 경기장 인사도 하지 않고)
조용히 인사만 하고 사라져버렸다.
묵묵히 한화의 경기를 기다리며,
어쩌면 있을 지 모를 마법같은 순간을 기다렸던 엘지 팬들만이 경기장을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SSG의 홈런이 터진 순간,
1시간을 기다린 팬들은 미친듯한 함성으로 경기장을 가득 메웠고
그 소리를 들은 선수들은 이제서야 나와 우승 세레모니를 하기 시작했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
한화 이글스의 9회말도 끝날때까지 끝나지 않았고,
LG팬들의 응원도 끝날때까지 끝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LG트윈스는 참으로 아쉽게도 여러 번, 끝나기 전에도 끝내버렸다.
끝날 때 까지 끝난 게 아니다는 이야기는 사실,
올해 데뷔한 06년생 이율예 선수처럼,
막판 8연승을 거두며 5위에 합류한 NC 다이노스와 같은 이야기를 뜻할지 모른다.
우리는 막판까지 마음을 졸였던 LG 트윈스,
9회말에 말도 안되는 패배를 당한 한화 이글스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물론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은 지금, 또 다른 기적이 끝날 때 까지 펼쳐질 지 모른다.
하지만 정규시즌이 끝난 LG 팬의 입장에서
돌아볼 것이 정말 많은 최근의 이야기.
이 이야기를 정리해보며 드는 생각은 나 역시
모든 것을 끝날 때까지 끝나지 않게 대해야 겠다는 생각 뿐.
야구는 인생이고, 우리의 야구는 또 한 번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