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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세계를 만드는 사람들의 힘

생각을 현실로 이루어 가는 이들을 위한 찬사

by 아비치크


이 말을 들은 친한 친구는

'정말 N같다 ㅎㅎ'라 하지만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어떻게 이런 곳을 만들 생각을 다 했을까?


대다수의 차를 끌고 가는 카페들은

차 없이 가기 어려운 숲 한복판에

건설 자재는 어떻게 수급했을까,

이 길은 어떻게 포장했을까 의문이 듦과 동시에

만들어진 광경이 너무나도 깨끗해서 현실과 다른 곳이라는 느낌을 받게 한다.




생경하게도 최근 방문한 결혼식에서,

이러한 감정을 받았다.


헌팅의 메카로 유명했던 양양의 서피비치,

바로 옆 작은 카페,


인연을 시작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공간 옆

필연을 시작하려는 사람.


소중한 지인이 결혼을 한다는 소식에 방문하게 되었다.


조금은 먼 거리,

야외 결혼식이라 날씨에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 환경,

결혼을 다짐하고 식까지 두 달밖에 남지 않은 그 일정에

적지 않은 걱정이 든 것도 사실이었다.


하지만 항상 생각을 현실로 그대로 구현하는 사람이기에

스스로의 결혼식은 어떠한 이벤트로 꾸며낼지 호기심과 기대감이 가득했던 것도 함께 든 생각이다


3시간 반이라는 긴 시간동안 차를 끌고 도착한 곳,

서피비치는 전성기가 지난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한산한 사람들 사이에서 음악소리만 맹렬하게스스로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는데


그와 대조되는 산뜻한 가을 소리가 가득한,

드레스코드로 지정한 블루, 화이트, 베이지가 가득한 지중해 같은 공간이


길을 잃지 않도록 신랑, 신부의 이름을 너무 매력적이라 폰트가 궁금한 표지판과 함께

우리를 반겼다.




그들의 매일이 오늘과 같기를 하늘도 바란 건지,

너무나도 쾌청하고 드라마를 써도 욕먹을 만큼

적절하고 따뜻한 기온과 햇빛이 반기는 이 공간


공간은 적절히 세련되었고 충분히 '힙'했다.

메뉴는 과하지 않게 풍족했고, 퀄리티는 만족스러웠다.

은은하게 퍼지는 매력적인 향,

아기자기한 신랑 신부의 사진과 포스터까지.


이 모든 걸 어떻게 두 달만에 준비했을까 감탄하게 되는 아이템들이

먼 길을 달려온 우리의 피로를 씻어주려는 듯 방긋 웃고 있었다.



어제의 회사는 지난 생의 일인 것처럼,

현실을 잊게 만드는 공간 속,


이 짧은 시간동안에 인생에서 가장 중요할 시간을

자신의 생각만으로 원하는 대로 구현하는 것을 보며

이 사람의 실행력이, 실천력이, 생각이 궁금해졌다.


우연이라 했다.

결혼도 사장과 손님이라는 우연의 시작이었고,

결혼식 역시 우연히 같은 공유 오피스에서 일하는 이 곳의 사장님을 만나 시작하게 되었다 했다.


우연이 만든 필연을 만드는 행사.

자신의 삶을 개척하고 만들어 가는 사람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스스로의 미래를 밝게 만드는지

체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공간의 주인, 이 행사의 주인.

그들은 아무것도 없던 이 모래사장 위에서

자신의 공간을 세웠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자신의 시간을 채웠다.


생각하고 이루기 위해 그들이 겪었던 시간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두 달이라는 시간을 남기고 모든걸 채워야 했을 막막함,

모래사장 위에 첫 삽을 꽃고 난 이후에 고개를 들어 보았을 적막함.


그걸 모두 이겨내기 위해

시간을 신중히 채워나갔을 충실한 그들의 하루 하루.


그들의 실행력이, 각자의 소중한 아이디어가,

아니 그 공간을 방문하고 자신의 결혼을 축하해줄 사람들을 위한 조금은 따뜻한 마음이 결과물을 만들어 냈을까.


생각이 가득한 순간, 또 다른 반짝임을 빛내는 이들이 눈에 들어왔다

최고의 절친이라며 행사마다 항상 함께 했던 사회자,

모든 프로젝트의 디자인을 맡아주고 사회 초년생의 공감을 이야기를 나누었던 오늘 행사의 도우미,

그리고 이 결혼식을 포함한 그 수많은 시작들을 함께 참가했던 나를 포함한 이제는 낯이 익숙한 사람들까지.


무엇이든 만들고 시작하는 이의 매력에 빠진 사람들,

눈에는 이 시간을 함께 충실히 채우고 싶은 의지가,

입가에는 이 시간이 너무나도 행복하고 즐겁다는 웃음이 가득했다


지인의 하루를 축하하는 그들 역시, 자신만의 또 다른 시작을 준비하고 있을 것이다.

막연히 옆을 돌아보니 나와 함께 참석한 이 역시 빛나는 미래를 맞이하기 위해 오늘을 살아가고 있었다.




인생이 고달프다며 아프다며 머무르고 소비하고 애태우기만 했던 나의 25년,


누군가의 시작을 바라보며

나 역시 다시 일어날 수 있을까, 이런 시간을 채워낼 수 있을까 막연함이 들었지만


두 달 전의 그녀와 모래 사장 위의 누군가를 생각해보니

나 역시 오늘도 새로운 삽질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공간에서

너무나도 따뜻한 공기 속

활짝 웃는 당신의 미래에 찬란한 기쁨만이 함께 하길 바란다.


그리고 그를 지켜주는 수많은 사람들을 바라보니

어쩌면 당연히 맞이하게 될 모습이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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