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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사랑 Sep 30. 2021

느림의 미학

밀란쿤데라의 느림

느림, 밀란 쿤데라


“느림”이라는 것은 그에게 무슨 의미일까?

무슨 의미이길래 밀란 쿤데라는

제목을 기꺼이 느림으로 정했을까?


 <<퐁트뱅은 길게 뜸을 들인다. 그는 뜸의 거장이다. 그는 오직 소심한 사람만이 뜸 들이는 걸 겁내며, 뭐라 대답해야 할지 모르면서, 성급히 엉뚱한 문구들을 내뱉어 조소를 자초하고 만다는 것을 알고 있다. 퐁트뱅은 매우 장엄하게 침묵할 줄 알며 은하수조차도, 그의 침묵에 감명받아, 초조히, 그 대답을 기다릴 정도이다.>>

말을 잘하는 것은 쉴새 없이 말을 쏟아내는 달변가가 아니라 얼마나 잘 쉬어갈 수 있나 즉, 포즈를 언제 어떻게 사용하는지도 중요하다.

포즈에 따라 자신감 있고 여유가 있는 사람으로 비치기도 심리적으로 불안정해 보이기도 한다.

피아노 연주도 그렇다.

단순히 건반에 손가락을 올려놓을 때가 아닌 언제 어떻게 손가락을 떼는지.. 그에 따라서도 그 연주의 느낌이 달라질 것이다.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달빛”을 들어보면 시작하기 전 그 잠깐의 침묵 또한 하나의 연주처럼 아름답게 느껴진다.


밀란 쿤데라는 이렇게 느림의 미학을 말하며 “뜸”을 아름답게 표현했다.


<<느림과 기억 사이, 빠름과 망각 사이에는 어떤 내밀한 관계가 있다. 지극히 평범한 상황 하나를 상기해 보자. 웬 사내가 거리를 걸어가고 있다.

문득 그가 뭔가를 회상하고자 하는데 기억이 나지 않는다. 그 순간 기계적으로 그는 자신의 발걸음을 늦춘다. 반면 자신이 방금 겪은 어떤 끔찍한 사고를 잊어버리고자 하는 자는 시간상 아직도 자기와 너무나 가까운 자신의 현재 위치로부터 어서 빨리 멀어지고 싶다는 듯 자기도 모르게 걸음을 빨리한다.

실존 수학에서 이 체험은 두 기본 방정식 형태로 나타난다. 느림의 정도는 기억의 강도에 정비례하고 빠름의 정도는 망각의 강도에 정비례한다.>>


삶에서 기억하고 싶은 것에는 속도를 늦춘다.

즉, 삶에서 느림이 많다는 것은 행복한 순간이 많다는 것이 아닐까?

하루 24시간 중 나에게 몇 시간이나 그 순간이 느리게 느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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