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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사랑 Sep 30. 2021

국민 비호감이라 불리는 남자

2022 대통령 후보 스피치 분석, 이재명의 말하기 vs 노무현의 말하기


"국민 비호감이라 불리는 남자"


2022 대선 후보, 이재명 경기도 지사의


“화천대유, 대장동 개발사업 의혹”에 대한 언론 위기 대응


 스피치 분석


(오마이뉴스, 총 16분 29초, 대본 없는 즉석 스피치, 유튜브 검색 위 제목으로 검색 가능)


* 이 글은 스피치 분석 글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BMKm86eI64


“말을 잘하는 것과 말재주는 다른 것이다.


국가 지도자의 말은 말재주 수준이 아니고 사상의 표현이고 철학의 표현이다. 가치와 전략, 철학이 담긴 말을 쓸 줄 알아야 지도자가 되는 법이다.”


(대통령의 말하기, 윤태영, 7p)


# 대통령을 뽑을 때에는 반드시 그의 말을 점검해야 한다.


“말만 잘하는 사람을 뽑아서 뭐 하냐?


”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당연히 대통령이 될 사람은 무엇보다 실력이나 인격 등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겠지만 그 실력과 인격을 오롯이 표현할 수 있는 것, 숨길 수 없는 것이 바로 “말”이다.


심리 검사에서도 정신 이상 여부를 측정할 경우 말이 어눌한지, 급한지, 빠른지, 어휘력은 어떤지, 시선은 어떤지 등의 언어성 검사에 중점을 둔다. 스톤, 가드너, 카텔 등의 심리학자들도 지능을 검사할 때 반드시 어휘, 언어에 대한 이해, 논리력 등을 검사 항목에 넣는다.


한 마디로 말은 그 사람의 사상과 신념, 개인적 특성을 포함하는 심리 등을 여과 없이 드러내기 때문에 정치 지도자의 말을 평가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말은 그 사람 자체이다. 말은 절대 조작할 수 없다.”말을 통해 사람들을 한두 번이야 속일 수 있겠지만, 다수를 계속해서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누군가 5년 전에 했던 말, 10년 전의 말, 그리고 지금의 말을 관찰하여 일관성이 있는지, 반복된 주장을 하고 있는지 등을 점검해 본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진실을 말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 노무현의 말하기 VS 이재명의 말하기


전 국민에게 말의 중요성을 알리고 말로 사랑을 받았던 고 노무현 대통령, 그의 스피치와 이재명의 스피치는 유사한 점이 많다.


그런데 왜? 같은 말을 해도 누군가는 사랑받고 누군가는 미움 받을까? 실제 이재명 후보의 스피치를 유튜브에서 검색해보면 워낙 공격을 많이 받아서인지는 몰라도 대부분이 위기 대응, 해명과 관련된 영상이 많았다.


고 노무현 대통령이 인간적이고 따뜻한 면모를 스피치에 자주 담았다면 이재명 후보는 다소 비호감적이고 날 선 말들을 자주 한다.


남의 눈치를 보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모습, 상스러운 표현이라도 할 말은 하는 이재명 후보의 모습을 보노라면 ‘지나치게 강한 사람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그는 사회 취약계층,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낮은 자세로 경청하고 자신의 명함까지 건네주며 꼭 연락하라고, 도와준다고 말하기도 한다.


무엇이 이재명 후보의 진짜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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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명한 욕설 사건, 공격적인 말투 때문에 욕을 많이 먹는 그의 말은 생각보다 과소 평가 되어있다.


세 가지 정도만 살펴보자.


1. 문구의 반복을 활용한 강조.


강조해야 할 내용이 정확하게 반복적으로 강조됨으로써 메시지의 힘이 느껴진다.


“이 해당 지역의 토지 투기 세력과 손잡은 것도 국민의 힘


공공 개발하자고 로비하고 압박해서 민영 개발 만든 것도 국민의 힘!


성남시 공공 개발 추진을 막은 것도 국민의 힘!


민간 사업자 참여 시키라고 압력 넣은 것도 국민의 힘!


여기서 뇌물 받아먹은 것도 국민의 힘!


나중에 새로 사업 참여한 토지 투기 세력들한테서 이익 챙기고 투기 이익 나눠 먹은 것도 국민의 힘!


다 나타나고 있지 않습니까?”


만약 위의 말을 풀어서 쓴다면 몇 분이 소요되는 지루하고 따분한 이야기로 들리고, 국민들의 입장에서는 시간을 갉아 먹힌다는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러나 위의 말에서는 강조해야 할 내용이 정확하게 반복적으로 강조됨으로써 메시지의 힘이 느껴진다.


 이 부분에서 마틴 루터 킹이나 고 노무현 대통령의 스피치 스타일이 떠오르기도 한다.


I have a dream. (킹 목사의 연설 )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조지아의 붉은 언덕 위에서 노예들의 아들들과 노예 소유주의 아들들이 형제애가 넘치는 테이블에 함께 앉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꿈입니다.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언젠가는, 불의와 억압의 열기로 숨이 막히는 미시시피 조차도 자유와 정의의 오아시스로 바뀔 것이라는 꿈입니다.


2006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의 “한일 관계에 대한 특별담화문”


“독도는 우리 땅입니다. 그냥 우리 땅이 아닙니다. 40년 통한의 역사가 뚜렷하게 새겨져 있는 역사의 땅입니다. 독도는 일본의 한반도 침탈 과정에서 가장 먼저 병탄되었던 우리 땅입니다. 일본이 러일전쟁 수행을 목적으로 편입하고 점령했던 땅입니다”(대통령의 말하기, 윤태영, 144~145쪽)


<<동일한 문구가 반복되면 듣는 이가 지루함을 느낄 것으로 우려하지만 오히려 정반대다. 사람들의 귀는 리듬과 운율에 끌리기 마련이다.>>(대통령의 말하기, 윤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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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반문하며 강조한다.


화천 대유가 제 것이었으면 제가 저한테서 뺐었겠습니까?


차라리 민간 개발하지 뭐 하러 공공 개발 하겠어요?


LH가 공공 개발을 하고 있는데 왜 샀겠습니까? 수용 당하기 위해서?


저한테 사업권 뺏겨서 감옥 가고 사업 망해서 엄청나게 피해를 본 그들이, 저한테 공산당 소리 하면서 920억 추가로 더 뺏긴 그 집단이 저한테 무슨 좋은 감정이 있겠습니까?[9:19]


그분 아들이 거기 7년 다녔다는데 그 내부 내용 다 알 것 아닙니까?


제가 관계 있었으면 옛날에 저를 죽였겠죠.


위와 같이 반문하며 강조하는 것은 듣는 이들을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주고 주의 집중을 시킨다.


“그럼 제 아내를 버리란 말입니까?”


“반미 하면 왜 안 됩니까?”


이런 식으로 고 노무현 대통령도 반문하며 주의를 집중시키는 스피치를 자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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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쉬운 언어로 이해도를 높이고 해학과 풍자를 녹여낸다.


[9:36]


거기 유명한 우리 곽상도 의원 계시잖아요. 남의 것 잘 후벼파는 사람~ 그분 아들이 거기 7년 다녔다는데 그 내부 내용 다 알 것 아닙니까? 제가 관계 있었으면 옛날에 저를 죽였겠죠. 그때가 언젭니까?


 박근혜, 이명박 그 엄혹한 시절에 제가 광화문에서 농성하고 싸우고 그럴 땝니다. 이 대장동 사업은 국민의 힘이 부정부패를 저지른 대표적인 적폐 사업입니다. 적폐 사업.


그나마 제가 있었기에 망정이지 제가 없었다면 100% 그 사람들이 해 먹었겠죠.


2014년에 제가 재선될 때 이때가 4년 동안 싸워 가지고 공공 개발하냐, 민영 개발하냐 도시개발 공사를 만드냐 못 만드냐 4년 동안 싸우다가 그때가 분기점이었습니다.


그때 아까 얘기한 민간 개발업자한테 돈 받아먹고 돈 먹은 사람의 형이고, LH에 직접 사업을 추진했던 신영수 국회의원이 아예 국민의 힘 성남시장 후보로 나왔어요.


그럼 그 사람이 됐으면 어떻게 됐겠습니까? 당연히 국민의 힘이 원하던 대로 민간개발하고 완전히 도둑 잔치했겠지요. 제가 그때 그나마 이겨서 덕분에 겨우 민관 개발이라도 할 수 있게 된 겁니다.


[12:36]


문제는 이 나라 망국의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토지 투기 세력들의 토지 불로소득을 막아야 합니다. 그리고 토지 불로소득을 먹고 사는 부패 세력이 바로 국민의 힘입니다.


그래서 이 국민의 힘을 국민의 짐이라고 조롱하는 거예요.


자기들이 부정부패 저지르다가 부정부패 막아서 조금만 해 먹어서 억울한 건 이해하는데, 원래 그런 집단이니까. 그런데 저보고 부정부패를 했다고 밀어붙이는 이런 후안 무치한 적반하장이 세상에 어딨습니까?


이런 이재명 후보의 말하기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말하기와 유사하다.


“게가 구멍이 크면 죽는다.”


(외국 순방 시 엄청나게 큰 숙소 호텔을 보며)


안방이 단결하면 머슴이 괴롭다.


(제천 지역 혁신 토론회 환담)


돈 있으면 형님이고 돈 떨어지면 거지 대접받는다.


(개헌 특위 오찬)


고 노무현 대통령도 이처럼 쉽고 해학적인 언어를 자주 사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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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6분이 넘는 이재명 후보의 이 즉석 스피치에는


 약 6,500개 정도의 댓글이 달려있다.


“속이 시원하다.”


“페이퍼도 잘 안 보고, 저렇게 정리 잘해서 쏙쏙 얘기하네.”


“이 대장동 민관사업을 얼마나 신경 쓰고, 직접 관리 감독한 게 보인다. 절대 각본을 읽지 않는다. 그때 그 상황을 완벽하게 머릿속에서 꺼내어 말한다.” 등의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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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스피치 분석처럼 이재명 후보의 말하기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비견될 만큼 뛰어나며 유사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그의 말하기는 지나치게 저 평가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아야 할 것이다. 다소 말투가 거칠다는 점이나 가족 갈등에서 비롯된 욕설 사건 등에 과도하게 주목하는 대신 말의 일관성과 진실성, 논리성 등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우리는 일부 정치인들의 말과 가식에 속아 많은 세월을 허비해왔다. 반복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번지르르한 말의 포장지보다는 말의 내용과 의미, 그 진실성, 가치 등에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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