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스물아홉 살, 나는 마침내 '성공'이 무엇인지 안다고 생각했다.
세 번째 개인전이 끝나고, 관람객 방명록을 읽어보다가 한 줄이 눈에 들어왔다.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답네요. 언젠가 꼭 성공하실 거예요."
그때만 해도 나는 성공을 '인정받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유명한 화가가 되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는 것. 그게 성공이라고 믿었다.
하지만 지금 회사 CEO가 된 나에게 사람들은 "성공했네"라고 말한다. 그런데 이상하다. 나는 여전히 성공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거짓말 #006: "노력하면 반드시 성공한다"**
이보다 잔인한 거짓말이 또 있을까.
대학 4년 동안 나는 정말 열심히 했다. 새벽 6시에 일어나서 작업실로 향했고, 밤 12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왔다. 주말에는 미술관을 돌아다니며 작품을 연구했고, 방학에는 공모전 준비에 매달렸다.
소설도 마찬가지였다. 하루에 최소 2천 자는 써야 한다는 나만의 규칙을 만들어서 지켰다.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분석하고, 문학 이론서를 읽어가며 공부했다.
졸업 후에도 2년간 더 노력했다. 공모전에만 수십 번 응모했고, 개인전을 세 번 열었고, 창작집도 두 권 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공모전에서는 번번이 예선 탈락이었고, 개인전은 적자였고, 창작집은 지인들만 사갔다. 출판사에서는 "상업성이 떨어진다"며 원고를 돌려보냈고, 화랑에서는 "아직 이르다"며 전시를 거절했다.
'노력'과 '성공' 사이에는 생각보다 많은 변수들이 있었다. 타이밍, 운, 인맥, 시장 상황, 트렌드... 노력만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들이 너무 많았다.
가장 쓰라렸던 건, 나보다 덜 노력한 것 같은 사람이 먼저 성공하는 걸 보는 것이었다. "재능이 다르니까"라고 스스로를 위로해야 했다.
**거짓말 #007: "1등만 기억하는 세상"**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가슴이 조였다.
고등학교 때부터 들어온 말이었다. "1등만 기억하는 세상이야. 2등은 아무도 기억 안 해." 그래서 1등이 되어야 한다고, 최고가 되어야 한다고 배웠다.
하지만 정작 세상에는 1등이 될 자리가 그렇게 많지 않았다. 화가 중에서도 1등, 소설가 중에서도 1등이 되어야 한다니. 그럼 나머지는 모두 실패자란 말인가?
MD로 일하면서 깨달았다. 세상은 생각보다 다양했다. 1등이 아니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일들이 많았다. 브랜드를 기획하고, 상품을 개발하고, 팀을 이끄는 일들. 이런 일에는 명확한 1등이 없었다.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하고 있었다.
아마존 셀러로 독립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베스트셀러 1위를 목표로 했지만, 정작 중요한 건 꾸준한 매출과 고객 만족도였다. 1등이 아니어도 충분히 성공적인 비즈니스를 만들 수 있었다.
**거짓말 #008: "성공은 혼자 하는 것이다"**
자수성가, 셀프메이드맨... 성공한 사람들의 신화에는 항상 '홀로' 이뤄낸 서사가 있었다.
나도 그런 걸 꿈꿨다. 혼자서 작업하고, 혼자서 성취하고, 혼자서 인정받는 것. 그게 진짜 성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MD로 일하면서 깨달았다. 성공은 결코 혼자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디자이너, 마케터, 개발자, 고객서비스팀... 모든 사람들의 협력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
CEO가 된 지금은 더욱 확실해졌다. 직원들, 파트너사, 고객들, 심지어 경쟁사까지도 내 성공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들이었다. 나 혼자 잘해서 되는 일은 하나도 없었다.
화가나 소설가였을 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독자들, 갤러리 운영자들, 편집자들, 비평가들... 이들의 도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 텐데, 나는 '순수한 개인의 성취'에만 매달려 있었다.
**거짓말 #009: "성공하면 행복해진다"**
MD로 첫 월급을 받았을 때, 나는 드디어 행복해질 줄 알았다.
안정적인 수입이 생겼고, 부모님께 더 이상 용돈을 받지 않아도 되었고, 사회적으로도 인정받는 직업을 갖게 되었다. 이제 행복할 차례였다.
하지만 새로운 고민들이 생겼다. 승진은 언제 할 수 있을까, 연봉은 얼마나 오를까, 이 회사에서 계속 일해야 할까... 성공의 계단을 하나 올랐더니, 다음 계단이 보였다.
CEO가 된 지금도 마찬가지다. 매출은 늘었지만, 이제는 더 큰 매출이 고민이다. 직원들이 늘었지만, 관리의 어려움이 생겼다. 성공할수록 책임도 늘어났다.
행복은 성공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에서 찾는 것이었다. 화가와 소설가 시절에도 힘들었지만 나름 행복했던 순간들이 있었고, 지금도 힘들지만 나름 만족스러운 순간들이 있다.
**거짓말 #010: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다"**
이 말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위로했을까. 그리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속였을까.
화가와 소설가로서 수없이 실패했을 때, 사람들은 이렇게 말해줬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야. 이런 경험이 나중에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실패는 그냥 실패일 때가 더 많았다. 공모전 탈락은 성장의 밑거름이 되기보다는, 그냥 좌절감만 남겼다. 개인전의 적자는 다음 전시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그냥 경제적 부담만 늘렸다.
물론 실패에서 배우는 것도 있었다. 하지만 그 배움이 반드시 성공으로 이어지는 건 아니었다. 때로는 실패에서 배운 것보다, 성공 경험에서 배운 것이 더 많았다.
MD로 첫 프로젝트를 성공시켰을 때, 그 경험에서 배운 게 수십 번의 실패 경험보다 값졌다. 성공도 성공의 어머니였다.
**현실은 이랬다**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생각했던 '성공'의 정의가 너무 좁았다.
화가나 소설가가 되는 것만이 성공이라고 생각했는데, MD가 되는 것도 성공이었고, CEO가 되는 것도 성공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경제적으로도 독립하는 것이 진짜 성공이었다.
성공의 기준은 남이 정해주는 게 아니라, 내가 정하는 것이었다. '인정받는 화가'가 되지 못했다고 해서 실패한 게 아니라, '경제적으로 독립한 창작자'가 된 것으로도 충분히 성공이었다.
노력은 성공을 보장하지 않지만, 성공 확률을 높여준다. 그리고 설령 원하는 형태의 성공을 하지 못해도, 그 노력은 다른 형태의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다.
1등이 아니어도 괜찮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기여하고, 성장하고, 만족하면 그것도 성공이다.
성공은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함께 하는 것이다. 그리고 성공 자체보다는 성공을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행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의 나는 화가도 소설가도 아니지만,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쓴다. 다만 이제는 그것이 나의 전부가 아니라, 나의 일부가 되었을 뿐이다.
성공에 관한 거짓말들을 하나씩 벗겨내고 나니, 비로소 내만의 성공이 보였다. 그것은 남들이 정의한 성공과는 달랐지만, 훨씬 더 현실적이고 지속가능한 것이었다.
성공은 도착지가 아니라 여행 그 자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