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내면을 상실한 사람들

거울을 보면 얼굴은 보이는데 나는 보이지 않는다.

by 서정환

자신이 없기에 타인을 관찰하고 비교한다


내가 누구인지 모르니까 남이 누구인지 궁금하다. 친구의 인스타그램을 보면서 "저 사람은 나보다 행복할까?"를 생각한다. 동료가 승진하면 "나는 왜 못 할까?"를 묻는다.

비교는 습관이 되고, 습관은 중독이 된다. 남의 일상을 훔쳐보는 것이 내 일상보다 흥미롭다. 타인의 성공이 내 실패를 증명하는 것 같아서 불안하다.

하지만 정작 내가 뭘 원하는지는 모른다. 남들이 가진 것만 갖고 싶을 뿐이다.


자신이 없기에 기준도 없고 내면도 없다


"너는 뭘 좋아해?"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 좋아하는 게 있긴 한가? 아니면 그냥 싫어하지 않는 것들을 좋아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건가?

내 취향은 대부분 남의 취향이다. 유행하는 것, 추천받은 것, 무난한 것들로 채워진다. 내가 정말 원해서 선택한 게 하나라도 있을까?

기준이 없으니까 판단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남의 기준을 빌려온다. 그리고 그 기준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한다. 내가 없으니까 남을 깎아내리는 것으로 존재감을 확인한다.


잘 사는 사람을 험담하고 작은 실수도 용서하지 않는다


성공한 사람이 눈에 띄면 단점부터 찾는다. "저 사람도 사실은...", "겉으로만 그렇게 보이는 거야". 그들이 완벽하지 않다는 걸 증명하려고 애쓴다.

작은 실수 하나에도 "역시 그럴 줄 알았다"며 통쾌해한다. 남의 실패가 내 위안이 된다. 그들이 추락해야 내가 조금이라도 올라선 것 같다.

이상하다. 남이 잘 되는 게 왜 내 기분을 상하게 할까? 남이 망하는 게 왜 내 기분을 좋게 할까?

아마도 나는 내 인생을 살고 있는 게 아니라 남의 인생과 비교하며 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특이한 사람들을 부러워하면서도 저주한다


자유롭게 사는 사람들이 부럽다. 그런데 동시에 미워한다. "저렇게 살아서 나중에 어떡하려고", "책임감이 없어", "현실을 모르네".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복잡해진다. 부러움과 질투, 경멸과 동경이 뒤섞인다. 결국 "저런 건 특별한 사람들이나 할 수 있는 거야"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하지만 정말 그들이 특별해서일까? 아니면 내가 특별하지 않다고 스스로를 한정 지어서일까?


착하게 살라고 강요하며 개성을 말살한다


"그냥 평범하게 살아", "튀지 말고 조용히 살아", "남들 다 하는 대로 해". 이런 말들을 선배들에게 들었고, 이제 나도 후배들에게 같은 말을 한다.

안전한 삶을 강요한다. 모험을 하지 말라고, 위험을 감수하지 말라고, 그냥 무난하게 살라고 한다. 그게 현실적이고 성숙한 거라고 믿는다.

하지만 진짜 이유는 다르다. 내가 평범하게 살고 있는데, 남들이 특별하게 살면 내가 초라해 보인다. 그래서 모두를 나와 같은 수준으로 끌어내리려고 한다.


공허함을 남의 불행으로 채운다


결국 내 안이 비어있다. 자신만의 가치관도, 확신도, 열정도 없다. 그 공허함을 남을 관찰하고 비교하고 비난하는 것으로 채운다.

남의 실패가 내 성공인 것처럼 착각한다. 남을 깎아내리는 것이 나를 높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아무리 남을 비난해도 내가 채워지지는 않는다.

진짜 문제는 내 안에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무엇을 원하는가?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가?

이 질문들에 답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계속 남의 인생을 엿보며 살게 될 것이다.


거울을 다시 본다. 여전히 얼굴만 보인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내가 거기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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