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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Aug 26. 2021

기도(祈禱)

언어 기능으로 본 기도

          기도에는 기도자, 기도 대상자, 기도 형태, 그리고 기도하는 목적과 이유가 있다. 기도자는 자신일 수 있고 여러 사람으로 된 우리일 수 있다. 기도 대상자는 기도자가 믿는 하느님, 신, 절대자 등이다. 다양한 기도 형태가 있겠지만, 모든 기도는 언어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기도도 언어가 일반적으로 갖는 언어 기능을 가지고 있다. 어떤 사람에게 무엇을 감사, 요구, 부탁, 탄원, 간청하려면 언어를 사용해서 그 사람과 의사소통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기도자는 여러 이유와 목적을 가지고 기도를 통하여 기도 대상자와 의사소통한다. 이러한 의사소통의 이유와 목적을 언어 기능이라 한다. 먼저 몇 가지 주요한 언어 기능을 살펴보자.  

          언어의 첫 번째 기능은 ‘요구기능(Mand)’이다. 말하는 사람에게 무엇이 필요하거나 원하는 것을 요구하는 언어기능이다. 요구기능은 말하는 사람의 내적인 동기(動機)가 선행된다. 이 언어기능은 말하는 사람의 동기와 특정한 보상으로 통제가 된다. 이 기능은 말하는 사람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준다. 요구기능은 아동들이 가장 먼저 습득하는 언어기능 중 하나이다. 이 기능의 한 예로서, 한 아동이 물이 먹고 싶어서, ‘엄마, 물’ 하면, 이 아동은 ‘요구기능’의 언어를 사용한 것이다. 이 요구에 엄마가 물을 주면, 아동의 요구 행동은 강화된다.  

           번째 언어기능은 ‘접촉 기능(Tact)’이다. 접촉 기능은 말하는 사람이 어떤 물체, 행동, 사건 등을 인지하여 그것을 어떤 명칭으로 접촉하는 반응을 말한다. 접촉 기능으로서의 언어적 반응은 사물과 상황이 선행되고 언어적 반응은 내적 만족 또는 다른 사람의 칭찬 등으로 보상된다. 창세기에서, 하느님이 지으신 동물과 새들을 아담에게 보이시고, 아담은 이들에게 이름을 붙여 주는 일이 기록되어 있다. 또한 아담은 자신의 아내를 모든 생명체의 어머니라는 뜻으로 ‘하와 이름하였다. 이처럼 사람은 사물과 상황을 식별하고 이들에게 적절한 이름을 붙이려는 내적인 동기가 있다. 부모가 자식의 이름을 짓고, 시인이 순간에 이름 짓는 기능을 언어의 접촉 기능이라 한다. 아동이 흐르는 물을 보고, ‘엄마, 하면,  아동은 언어의 ‘접촉 기능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행동에 엄마가 ‘그래, 물이야처럼 일반적으로 칭찬하므로 아동의 언어적인 접촉 행동은 강화된다.

          세 번째 언어기능은 ‘대화 기능(Intraverbal)’이다. 대화 기능은 두 사람이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기능이다. 만약 엄마가 ‘조금 전 무얼 마셨지?’ 묻고 아동이 ‘물’ 하면, 이 아동은 언어의 대화 기능을 사용한 것이다. 이러한 행동에 엄마가 ‘그래 물 마셨지’처럼 일반적으로 칭찬하므로 아동의 대화 행동은 강화된다. 대화 기능에서 화자는 상대방의 언어적 자극에 언어적으로 반응해야 한다. 대화 기능은 질문하며 질문에 답하는 언어 반응을 포함한다. 질문에 답하는 행동이 먼저 발달하고 질문을 하는 행동이 발달한다.

          요구기능을 가진 모든 언어적 반응은 내적 동기가 선행되어야 하며, 요구한 것이 뒤따름으로 그 언어적 반응은 강화된다. 이에 반해, 접촉과 대화 기능의 언어적 반응은 일반적으로 조건화된 칭찬과 인정으로 강화된다.

          기도자가 언어를 사용하여 기도한다면, 위에서 설명한 언어적인 기능들을 사용한다. 기도자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능은 ‘요구 기능’이다. 기도자가 기도 대상자에게 ‘이것 저것을 주십시오’ 또는 ‘무엇을 해 달라’ 기도한다. 요구나 요청의 기도는 자연스럽고 당연하다. 그래서, 이러한 기도를 절제해서는 안된다. 앞에서 설명했듯이, 요구 기능의 언어 행동은 반드시 내적 동기가 선행된다. 그래서, 어떤 동기로 내가 요구하고 있는지를 살펴야 한다. 요구하는 기도는 자연스럽고 당연하지만, 기도의 동기는 윤리나 종교적인 판단 대상이 된다. 만약, 기도의 동기가 탐욕에서 나왔다면, 이러한 기도는 올바르지 못하다. 기도에는 바른 동기가 선행되어야 한다. 무엇을 구하는가 보다 왜 구하는지가 중요하다.

          사람이 하느님을 찾고, 부르며, 갈망하는 기도는 접촉 기능이 있다. 주기도문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로 시작하는데, 접촉 기능의 예가 된다. 고통 가운데서, 괴로워 부르짖는 기도자의 호소는 하느님의 심정에 닿는다. 예를 들면, 사무엘의 어머니, 한나는 괴로운 마음으로 하느님께 자신의 심정을 쏟아 놓았을 때, 하느님께서 그녀를 생각하셨다. 또한, 절대자의 섭리나 창조의 아름다움을 시로 노래하는 것도 언어의 접촉 기능이다.

          이와 함께, 기도는 기도 대상자와 대화하는 기능이 있다. 대화하는 가운데, 기도자는 기도 대상자에게 묻기도 하고 대상자의 대답을 듣기도 한다. 친밀한 대화는 안전감과 신뢰 가운데 일어난다. 언어발달을 보면, 아동들은 요구기능과 접촉 기능을 배우고 난 후 대화 기능을 배우게 된다. 기도에 발달이 있다면, 같은 원리가 적용될 것이다.

           아동들의 경우, 언어기능을 잘 습득해야, 주요한 기도 기능들도 잘 습득할 것이다.  구체적인 언어기능을 경험하지 않고서, 어떻게 추상적인 신과의 기도 기능을 이해할 수 있겠는가? 특히, 친밀한 대화는 상대를 신뢰하고 안정된 감정에서 일어난다. 부모, 형제자매, 친척, 친구와의 좋은 경험과 관계는 기도자로서의 안정된 자세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경전을 암송하는 일은 대답을 외우는 일과 같다. 기도 중, 암송한 구절들은 기도 대상자의 물음과 응답이 되기도 한다. 이와 함께, 기도자는 현실과 접촉한 삶에서 생겨나는 새로운 질문을 가지고 기도 대상자의 응답을 들어야 한다. 현실과 접촉한 삶에서 기도자의 진정한 노력은 진정한 질문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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