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벳멜렉 이야기
매사에 하나님의 뜻을 구하거나 기도해 보겠다면서 해야 할 일을 뒤로 미루는 태도가 있다. 이들의 "기도해 보겠다"는 말은 "지금 관심 없다" "생각해 보겠다"라는 말처럼 들린다. 할 수 있는 일을 "기도해 보겠다"면서 하지 않는 것은 게으른 태도이다.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언제 해야 할지가 분명치 않은 경우가 있다. 그래서, 사람의 지식, 지혜, 의논, 조언이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본인의 양심으로 선악을 구별하고, 옳은 일을 선택하여 행동에 옮긴다. 생업과 관련하여 매일 추진하고 성취해야 할 과제나 마주치는 문제들이 있다. 자신의 앞일을 위해 준비하는 일들도 있다. 이 모든 일들을 주도적으로 감당해야 할 사람은 본인이다. 하나님께 다 맡겨 버리고 당사자는 믿기만 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는가?
하나님은 사람의 마음에 여러 가지 동기를 심어놓으셨다. 선과 악을 분간하는 판단력도 주셨다. 선악 간에 선택할 수 있는 자유 의지까지 허락해 놓으셨다. 많은 경우, 선한 동기로써 판단하고, 기도하고, 소신 있게 행동해야 한다.
이 모든 일 후에, 우리는 하나님 앞에서 결산해야 한다. 만약, 하나님께 다 맡기고 나는 기도만 한다면, 결산은 무슨 의미인가? 사람이 계획하고, 결정하고, 주장하는 일들이 있기 때문에, 결산이 필요하지 않는가? 하나님은 사람에게 "너희는 스스로를 강하게 하며" "용기를 내라" 명하시는 데, 사람이 스스로 용기를 내어해야 할 일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녀를 지원하고 격려하지만, 정작, 학교에서 공부하고 시험을 보는 사람은 자녀이다. 자녀가 부모의 뜻만 묻고, 부모의 얼굴만 쳐다보고 있으면,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모든 부모는 자녀들이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기를 원한다. 이런 점에서, 이방인 에벳멜렉의 이야기가 도움이 된다. 에벳멜렉은 환관으로 왕에게 나아가 "이래서야 되겠습니까?"라고 말하고, 물구덩이 속에서 예레미야를 건져낸 사람이다.
예언자, 예레미야가 예루살렘 성이 망할 것이라 예언했다. 예루살렘 성이 바빌로니아 왕의 군대에 의해 불타고 점령당할 것이며, 바빌로니아 군인들에게 항복하는 사람들만이 살리라 말했다. 나라의 고관들이 시드기야 왕에게 말했다. “이 사람은 마땅히 사형에 처해야 합니다. 그가 이런 말을 해서, 이 도성에 남아있는 군인들과 온 백성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습니다.” 시드기야 왕이 예레미야를 그들에게 내주었다. “그가 여기에 있소, 죽이든 살리든 그대들 뜻대로 하시오. 나라의 대신들이 예레미야를 붙잡아서 물웅덩이에 집어넣었다. 고관들은 예언을 무시하였고 왕을 압박하여 예언자마저 죽이려 했다.
그런데, 왕의 시종, 에벳멜렉이 시드기야 왕에게 나아가 고관들이 한 일들은 악하다고 규탄하면서, 그대로 두면 예언자, 예레미야는 그곳에서 굶어 죽을 것인데 “이래서야 되겠습니까?”라고 탄원했다. 왕의 명령을 받은 에벳멜렉이 왕궁의 의복 창고에서 헤어지고 찢어진 옷조각들을 꺼내다고 밧줄에 매달고 예레미야를 물웅덩이 속에서 끌어내었다.
얼마 후, 예루살렘 성은 바빌로니아 군대에 의해 불타고 멸망되었다. 백성들은 죽임을 당하거나 포로로 잡혀갔다. 이 가운데, 에벳멜렉은 하나님으로부터 구원을 약속받았다. "내가 너를 반드시 구해서 칼에 죽지 않게 하겠다. 네가 나를 의지하였기 때문에 내가 너의 생명을 너에게 상으로 준다.”
에벳멜렉은 에티오피아 흑인이었다. 그는 내시로서 관원이 된 환관이었다. 에벳멜렉은 기도 중 이상이나 천사의 지시를 받고 행동하지 않았다. 그는 소신대로 왕에게 스스로 나아가 고관들의 악을 규탄했다. 그의 소신은 고관들의 소신과 달랐으므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일이었다. 세례자 요한을 예언자로 받아들였던 사람들과 갈릴리 지역에서 예수를 따랐던 자들은 백성들이었다. 백성의 지도자, 제사장, 학자들은 가진 지식과 세력으로 요한과 예수를 배척하였다. 이들은 옳은 일을 보고도, 따르지 않았고, 그릇된 일을 보고서는 침묵했다. 선행을 위해서 많은 지식, 높은 학력, 대단한 자원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방인, 에벳멜렉은 스스로 왕에게 나아가 “이래서야 되겠습니까?”라고 탄원했다. 그리고, 헤어지고 찢어진 옷조각들을 가지고 예언자를 물웅덩이 속에서 구해냈다. 하늘에 계신 하나님께서는 오늘도 이 땅에 사는 개개인의 삶을 살피시고 각 사람의 행동과 행실에 따라서 갚아 주신다 (예 32: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