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한 사회는 붕괴에 직면하고, 한 사회는 발전하는가?
2025년 2월, 약 1주간, 카리브해, 도미니카 공화국을 여행했다. 미국의 국무장관 루비오도 우연히 이 기간 중 중남미 국가들을 순방하고 있었다. 나는 도미니카 공화국의 수도, 산타 도밍고에서 버스로 40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세계 선교 센터에서 삼일을 머문 후, 4시간 버스로 이동하여 푼타카나(Puntacana)라는 해변에서 휴가를 보내는 일정을 가졌다. 버스로 이동 중, 중앙선을 침범하는 차량 때문에 미국에서 온 일행이 몇 번이나 비명을 지르는 소동이 있었다. 하지만, 우리 차나 상대방 운전수는 일상인양 지나쳤다. 약간은 무질서하지만, 주민들의 여유로운 일상을 옆볼 수 있었다. 같은 섬에 위치한 아이티에서는 갱단들이 사회 지도층이 거주하는 지역과 병원을 습격해 사상자를 내고 있었다. 미국 국무장관이 아이티 순방을 계획했지만, 치안 때문에 취소된 것 같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아이티는 카리브해, 히스페니올라(Hispaniola) 섬에 있는 두 나라이다. 1600년대 후반, 스페인이 지배하던 이 섬의 서쪽 지역을 프랑스가 점령해서 두 나라로 나누어졌다. 세계은행에 의하면, 아이티의 2024년 일인당 국내 총생산은 미화 1,693달러 로서, 도미니카 공화국의 것, 미화 10,717달러의 6분의 1에 불과하다. 2024년 도미니카의 연간 경제 성장률은 5.1% 였다. 라틴 아메리카 국가 중, 도미니카 경제가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23년, 아이티의 국내 총생산은 1.9% 감소했고, 지난 수년간 연속하여 마이너스 성장을 하고 있다. 아이티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가장 불안정한 나라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아이티에서 지난 일 년간(2024년) 약 백만명의 난민이 발생했다. 특히, 수도인 포르토프랭스(Port au Prince)에서 많은 난민이 발생했다. 이들은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전기, 수도, 보건 시스템의 붕괴로 고생하고 있다. 살인, 약탈, 납치, 성폭력이 만연하다. 많은 아이티 주민들이 이웃 나라 도미니카로 피난했지만, 강제 출국을 당하고 있다. 2024년 한 통계에 의하면, 35만 명 이상의 아이티 난민이 해외 여러 나라에 흩어져 있다.
많은 이들이 아이티의 정치적 불안정, 갱 폭력, 난민, 인권 문제 등으로 이 나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도미니카 공화국과 아이티는 카리브해, 같은 섬에 있는 두 나라이다. 어떻게 한 나라는 성장하고 발전하는데, 한 나라는 쇠퇴하고 붕괴에 직면하게 되었는가라고 의아해한다.
아놀드 토인비(Arnold Tynbee, 1889-1975)는 인류 역사에 나타난 26개 문명사회를 과학적 역사 법칙인 "도전-반응"의 과정으로 설명하였다. 모든 문명사회는 엘리트로 구성된 창조적 소수의 지도력 아래, 도전에 응전함으로 일어난다. 도전에 반응하는 문명사회는 성장하지만, 사회 지도자들이 독재적인 소수에 의한 국수주의(Nationalism), 군사주의(militarism), 전제정치 (tyranny)에 빠져들면서 창조적인 반응을 멈추면 그 사회는 쇠퇴한다. 어떻게 보면, 문명사회는 자연적인 이유에 의해 망하지 않고 스스로 멸망한다.
저자는 아이티의 지도자와 국민이 어떤 역사적 도전에 어떻게 반응하여 오늘 붕괴에 직면하게 되었는지를 살펴보려 한다.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
아이티의 정치는 이원집정제(semi-presidential)를 채택하고 있다. 입법부와 행정부 선거는 분리되어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임명한 내각은 의회의 신임과 불신임의 대상이 되는 프랑스로부터 도입한 정치제도이다. 아이티의 정치는 불안정한 역사를 보여준다. 쿠데타에 의한 정권 교체가 여러 번 있었다. 아이티의 정권은 독재로 분류된다. 라틴 아메리카 나라 중 끝에서 네 번째로 선거에 의한 민주주의가 발달한 국가이다.
장 베르트랑 아리스티드(Jean-Bertrand Aristide, 1953 년생) 전 대통령의 무능도 아이티의 현 상황에 크게 기여했다. Aristide는 선거에 의해 당선되어 군사 쿠데타에 의해 해외로 망명했다(1991-2004). 그는 본래 가톨릭 사제로 서약했고, 해방신학을 지지한 인물이었다. 그는 아프리카-크리올 문화를 발전시키려는 노력을 했다. 아프리카의 미신, Vodou를 전통문화로 인정했다. 그의 재임기간 중, 문법 체계가 부족한 크리올로써 교과서를 만들려는 노력이 있었다. 2003년, 그는 프랑스 정부에 미화 210억 달러의 보상금 지불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의 보상금 요구는 때늦은 감이 있고, 대책 없는 요구였다. 그 후, 그는 프랑스와 서방세계의 지지를 잃었다. 2004년 군사 쿠데타가 발생하고, 그는 미군이 제공한 군용기를 이용하여 중앙아프리카 공화국으로 망명했다. 얼마 후, 그는 자신을 축출한 쿠데타가 미국에 의해서 지휘되었고, 그는 미군에 의해 납치되었다는 억지 주장을 했다.
아이티의 정치적인 투명성은 낮고 부패는 만연하다. 국제적 조사에 의하면, 아이티는 가장 부패한 사회 중 하나로 인식되어 왔다. 아이티의 정치적 투명성(2020년)은 180개 조사 대상국 중 170위로 나타났다. 아이티의 사회 불안전과 치안 부재는 정치적 부패를 대변한다. 정치적 부패는 국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티는 경제, 교육, 사회를 포함한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친다. 아이티에 제공된 외국 원조는 오히려 부패 요인으로서 작용하였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대통령제 대의 민주주의 체계를 유지한다. 미국처럼, 정부가 행정을 맡고, 입법권은 상하 양원제인 국회가 가진다. 사법은 행정과 입법으로부터 독립되어 있다. 도미니카의 정치제도는 상당히 안정되어 있다.
타락한 종교
아이티의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지만 공식적인 종교는 없다. 아이티 주민의 50%가 로마 가톨릭, 주민의 25%가 개신교도이다. 이웃한 도미니카 종교 비율- 로마 가톨릭 64%, 개신교 23%에 비교해서 크게 다르지 않다. 가톨릭이 중심 종교인 중남미 국가들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다른 점이라면, 아이티 가톨릭 신도 대부분이 Vodou 또는 Voodoo라는 아프리카 미신을 행하고 있다. 기독교와 미신은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 하지만, 아이티 가톨릭 지도자들은 Vodou를 토속문화로 허용하였다. 그래서, 신도들이 십자가와 우상을 같은 몸에 지니게 되었다. 문화적 갈등이나 사회적 반발 없이, 기독교를 받아들이려는 노력이었다. 이러한 종교 혼합은 신앙의 순수성과 영적 정체성을 잃게 한다. 성경 계시록에는 많은 물 위에 앉아있는 음녀가 등장하는데, 이와 같은 종교 타락을 상징한다. 종교 타락은 사회 지도자들을 포도주에 취하게 하여 정신없게 만든다.
실익 없는 독립
아이티는 프랑스의 식민지배로부터 독립하였다. 폭동과 무력 항쟁으로 프랑스 주둔군과 농장주를 몰아내고 독립을 이룬 것이다(1791-1804). 하지만, 아이티의 혁명은 프랑스의 경제 제재와 무역 단절로 이어졌다. 결국, 아이티는 프랑스에게 미화 150백만 달러의 보상금과 이자를 지불하는 조건으로 국제 간 무역을 재개할 수 있었다. 이 빛은 80년 동안 지불되었고 1922년에 지불을 완료했다. 아이티의 독립은 국민들에게 경제적 혜택을 주지 못했다.
게다가, 아이티 혁명이 이후 시도된 민주주의 사회에 뚜렷한 정신적 유산을 남기지 못했다. 인도, 한국, 중국에서 일어난 독립운동이 비폭력이었고, 자유와 평등이란 인류 보편적 가치를 지지하고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하지만, 아이티의 독립운동을 이끈 정신적 가치를 찾을 수 없다.
도미니카 공화국은 보다 나중, 1821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했는데, 아이티가 겪은 경제적인 문제에 봉착하지 않았다. 도미니카는 가까이 있는 미국의 정치 체계를 도입함으로 비교적 쉽게 선거에 의한 민주주의를 정착시킬 수 있었다.
밀림과 농지 훼손
히스페니올라 섬의 비는 동쪽으로부터 온다. 도미니카는 동쪽 부분의 섬을 차지하고 있으므로 더 많은 강우량을 가진다. 이 섬의 높은 산과 강들은 (10,000 피트 이상) 도미니카에 속해있다. 도미니카의 평야지대(지도의 녹색 부분)는 세계적으로 부유한 좋은 토양을 가지고 있다. 이에 비해, 아이티 쪽은 산악지역(지도의 회색 부분)이지만 농사에 적절한 지역이 적다.
프랑스는 아프리카로부터 노예를 강제로 데려와 농장을 개발하고 사탕수수를 재배했다. 벌목한 목재는 본국으로 실어갔다. 아이티 식민지의 인구밀도는 높았고, 주민은 나무를 연료로 사용했다. 농장 개발과 나무에 의존한 연료는 밀림을 파괴했다. 1950년, 밀림 개발과 목재 수출은 중단되었지만, 주민들의 나무에 의존한 연료 사용은 계속되었다. 한때, 국토의 25%를 차지하던 아이티의 밀림지역은 1980년 10%로 감소하였고, 1994년에는 4%로 감소하였다. 밀림 수탈 때문에, 약 50%의 농사에 적합한 토양이 바다로 쓸려가 척박한 땅이 되었다. 아이티의 자연환경도 열약하다. 이와 함께, 아이티 정부의 훼손된 밀림과 농토에 대한 정책이나 회복시키려는 노력도 열약하다.
도미니카 공화국도 비슷한 밀림 개발의 후유증을 겪었다. 1922년 국토의 75%를 차지하였던 밀림이 1980년에는 12%로 감소하였다. 하지만, 도미니카 공화국은 숲 조성 사업과 함께, 숫 연료대신 천연가스와 같은 대체 연료를 사용하는 정책을 폈다. 도미니카는 13개 국유림 공원을 만들어 일반인의 밀림 접근을 금지시켰다. 나무는 다시 자랐다. 오늘날, 도미니카는 28%의 국토를 숲으로 조성하였다. 도미니카의 주요 산물은 사탕수수와 커피이다. 도미니카에서 차로 이동하면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은 끝없이 펼쳐진 사탕수수 밭이다. 소규모가 아니라, 상업적인 규모이며, 수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아이티에서 일어난 지진과 폭풍 피해를 기억하고 있다. 2010년, 2021년 일어난 지진으로 아이티는 수십만 명에 달하는 인명 피해를 입었다. 매년 닥치는 열대성 폭풍과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자연재해는 아이티의 정치적, 사회적 불안을 증가시켰다. 도미니카는 비슷한 자연환경에서 그다지 큰 피해를 입지 않고 있다.
버려진 인권
국제 인권 감시 기구에 의하면, 아이티의 인권 상황은 재앙적 수준이다. 치안부재와 함께, 범죄 집단에 의한 살인, 납치, 성폭력이 급증하고 있다. 정부는 범죄 집단으로부터 국민을 지키지 못하고 있다. 사법 조직은 있으나 마나이고, 범법 행위를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범죄 집단은 정치 지도자와 경제인들과 연관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언어 장벽을 만드는 교육 정책
아이티의 공용 언어는 크리올과 프랑스어이다. 크리올은 프랑스어의 언어 체계와 문법 그리고 아프리카 방언을 혼합한 언어이다. 크레올은 아이티 주민의 입말로 쓰이고, 프랑스어는 교육기관에서 글말로 쓰인다. 중등교육과 고등교육 출판물은 프랑스어로 되어있다. 오늘날 거의 모든 주민(99%)이 크리올에 유창하고, 교육받은 2-3%의 주민, 특히 지도층만 프랑스어를 사용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아이티 주민들은 프랑스어에 대하여 문맹이며, 스페인어는 외국어로 배워야 한다. 유럽 이주자와 투자자에 도미니카는 매력적이었지만 아이티 그렇지 못하다. 모국어로 여기는 크리올은 아이티 주민들에게 오히려 사회, 경제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문해율(literacy rate)이란 한 사회에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문해율은 일인당 국민소득과 양의 상관관계, 실업률과는 음의 상관관계를 가진다. 즉, 문해율이 높으면, 국민 소득이 높고, 실업률은 낮다는 뜻이다. 미국의 경우, 초등학교의 6학년 수준의 문해 능력을 갖춘 사람은 약 6만 3천 달러, 3-5학년 수준의 문해 능력을 가진 사람은 4만 8천 달러 수입, 이 보다 낮은 문해 능력을 가진 사람은 3만 4천 달러 정도의 수입을 만든다.
국제 연합 개발 계획(UNDP) 의하면, 최근 10년간 아이티의 문해율은 55-60% 수준이다. 아이티 주민 중 40% 정도는 글을 읽거나 쓰지 못한다. 최근 아이티의 문해율이 향상되고 있지만, 세계의 평균 문해율 82%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 크리올을 교육 언어로 사용하여, 오히려 주민들의 문해율을 낮추게 하고 있다.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이웃나라 도미니카의 문해율은 87%이다.
결론
아이티의 정치 불안과 폭력으로 지난해 약 백만명의 국내, 국외 난민이 발생했다. 살인, 약탈, 납치, 성폭력이 만연하지만, 범죄는 처벌받지 않는다. 갱단이 주택가를 습격하고 병원을 점거하기도 한다. 거리에 버려진 시체를 피해 행인과 오토바이들이 그냥 지나쳐간다. 부패한 정치- 타락한 종교- 정신없는 정책- 민생 파탄- 군사 쿠데타- 독재- 폭동- 난민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여, 오늘 한 사회가 붕괴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왜 아이티 사회가 이렇게 불행하게 되었는가? 총균쇠의 저자, Jared Diamond (2005)는 프랑스의 식민지배와 수탈, 정치, 무역, 교육, 특히 밀림 파괴와 같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오늘날 아이티를 불행하게 되었다고 설명한다. 불행한 요인들의 복합적인 작용이 아이티 사회의 붕괴를 낳았다는 결론이다.
아이티는 열대 해양성 기후의 아름다운 해안을 가지고 있다. 관광자원을 잘 개발하면, 지리적으로도 미국, 캐나다, 중남미 등에서 관광객을 끌어 들일 수 있다. 국토도 도미니카에 비해 척박하지만, 한때, 사탕수수와 목재 등을 유럽으로 수출한 국가이다. 1960년까지, 일인당 국민 총생산이 거의 같았던 두 나라가 각각 발전과 붕괴로 다른 길을 걸었던 지도자와 국민들의 도전에 대한 응전이 빠진 분석이다.
한 사회의 붕괴는 결정 능력의 쇠퇴에서 일어나며, 결정 능력의 쇠퇴는 외부적 자극에 선행한다. 즉, 응전에 필요한 결정 능력의 쇠퇴가 도전에 훨씬 선행하여 일어난다. 결정 능력의 중심에는 정신적 가치가 있다. 아이티의 독재 정부, 쿠데타, 폭동, 심지어 독립운동도 어떤 정신적 가치에 의해 일어났는지 분명치 않다.
정치 지도자의 결정 능력은 시행된 정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아이티 정치 지도자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법질서 유지와 치안 확보이다. 모두가 공감하는 과제일 것이다. 아이티 정치 지도자의 가장 눈에 띄는 실책을 꼽는다면, 무역이나 직업에 유용한 영어나 스페인어 대신, 크리올과 불어를 공용어로 채택한 것이다. 크리올은 국민의 교육 수준을 낮추고, 불어는 주민들의 경제적인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다. 무역과 농업 정책도 국제 사회의 요구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도전에 대응하는 외교, 무역, 환경, 교육 정책에서 현명한 지도자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국민의 정신적인 교사들인 기독교 지도자들이 정의 사회를 위해서 어떤 목소리를 내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궁금하다. 분명한 것은 가톨릭 지도자들이 미신을 인정하고 허용하여서 신앙의 순수성과 정체성을 잃게 하였다.
아이티의 법질서 유지와 치안 확보를 위한 국제적인 안전 지원지원이 시급히 필요하다. 지금의 인권 상황이라면, ( )령, 독립국이란 대안도 있다. 미국령, 푸에르토리코 또는 프랑스령 세네갈 같은 모범도 있다. 물론, 무력에 의한 반응이 아닌 변화와 도전에 대한 아이티인의 반응이 되기를 바란다. 아이티 사회가 하루빨리 질서를 회복하고, 자유, 평등, 이웃사랑으로 특징되는 정의 사회를 향해 나아가기를 바란다.
참고문헌
Jared Diamond (2005). Collapse: How Societies Choose to Fail or Succeed by Jared Diamond. Viking, a member of the Penguin Gro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