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은 기독교의 영생, 심판, 부활 신앙과 연관이 되므로 아주 중요한 단어이다. 일반적으로, 한국 기독교회는 영혼에 관한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교리를 갖는다.
영혼은 영생하는 존재이다.
영혼은 신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 그러므로, 영혼은 도덕성, 이성, 자유의지를 가진다.
죽음이란 일시적으로 영혼이 육체에서 분리되는 상태이다.
죽음 이후 영혼은 신의 심판을 받고, 그에 따라 천국 또는 지옥으로 간다.
영혼의 구원뿐만 아니라 육체의 부활을 함께 믿는다.
그러면, 한국 기독교회에서 말하는 “영혼”이란 무엇인가? “영”과 “혼”을 통칭하는 용어인가? 아니면, “혼”을 지칭하는 용어인가? 사실, 한국 기독교회가 사용하는 “영혼”은 히브리어 “nephesh”, 헬라어 “psyche”, 영어 “soul”에 상당하는 말이다. 즉, 한글, “혼”에 해당하는 말이다. 그러면, 왜 “혼”이란 말을 두고, “영혼”이란 용어를 굳이 선택하는 것일까? 몇 가지 이유로 설명해 볼 수 있다.
한국 기독교회의 교파들 간에 “영”과 “혼”의 구분에 관해서 다른 교리나 주장을 가지고 있다. 영혼의 구분에 관해서, 교파 간의 주장은 신학적 전통, 성서 해석 방식, 인간관에 따라 크게 두 흐름(이분설과 삼분설)으로 나뉜다. 이분설(dichotomy)에서 사람은 몸과 영혼(soul and spirit) 두 부분으로 구성된다. 이분설은 영과 혼을 구분하지 않고 포괄적으로 본다. 삼분설(Trichotomy)은 사람을 몸, 혼, 영 세 부분으로 구분한다.
가톨릭 교회는 신학적으로 영과 혼을 구분하여 볼 수 있지만, 교리적으로 하나의 영혼(anima spiritualis)으로 통합해서 이해한다. 가톨릭 교회는 영혼은 생명의 원리로써, 몸과 결합하여 하나의 인격체를 이룬다고 가르친다. 이러한 교리는 “영혼은 단일하며, 인간 전체의 생명과 이성의 원리이다”라고 말한 토마스 아퀴나스의 사상과 이어진다.
장로교회와 같은 전통적인 개신교회는 영과 혼을 명확히 구분하지 않는 이분설을 채택하고 있다. 이에 반해, 워치만 니 교단은 삼분설을 확고히 주장한다. 오순절 교회와 일부 침례교회도 삼분설을 따른다. 감리교회는 영과 혼을 기능적으로 다르게 이해하지만, 경우에 따라서, 통합적으로 본다. 영과 혼을 구분하는 기독교회의 공통적인 이해를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이 글을 쓰면서 저자도 느끼지만, “영”과 “혼”을 명확하게 구분하여 설명하기란 상당히 어렵다. 둘 다 보이지 않는 실체이기도 하지만, 이 둘이 일체로 작용하여 생기는 중첩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문학이나 한국인의 일상언어에서 “영혼”을 두루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할 것이다.
기독교 찬송가에서 영어 “soul”은 대부분 “혼”이 아닌 “영혼”으로 번역되어 있다. 한국인이 좋아하는 찬송가 중 하나인, “내 영혼이 은총 입어”에서의 “영혼”은 영어, “soul”을 번역한 말이다. 아마, 한국인에게 “영혼”은 “혼”보다는 좀 더 신성한 느낌을 주는 것 같다.
한글 성서 번역에서도 같은 경향을 볼 수 있다. 다음은 한글 성서에서 영어 “soul”에 해당하는 히브리어 “nephesh”나 헬라어 “psyche”를 “영혼”으로 번역한 예이다.
“몸은 죽여도 영혼(soul)은 능히 죽이지 못하는 자들을 두려워하지 말고” (개역개정, 마태 10: 28)
그러나, 어떤 번역본(공동번역, 새번역 등)은 상황에 따라 “soul”에 해당하는 원어를 “생명”, “마음”, “목숨”으로도 번역하였으므로 “soul= 영혼”이라는 번역이 항시 일정한 것도 아니다. 하지만, 한글 성서번역에서, “혼”이나 “넋”이란 용어 보다 “영혼”을 선호하는 경향은 분명하다. 이러한 경향을 언어의 낙인화(stigmatization) 혹은 사회언어학적 회피로 설명할 수 있다. 특정 용어나 표현이 부정적인 사회적 이미지와 결합되어, 새로운 세대가 그 단어를 기피하거나 사용하지 않는 현상이다.
“혼”이 주자학에서 나온 개념이지만, 한국 전통에서는 유교, 불교, 무속신앙 등 다양한 맥락에서 사용되고 있다. 한국인의 제사에서 죽은 사람의 혼을 부르는 풍습도 있다. 이러한 배경 때문에, 한국기독교회는 “혼”이나 “넋”이란 용어를 기피하고 “영혼”이란 용어를 선택하는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일상 언어에서 “혼”과 “영”을 구분하는 인식이 약해, 혼을 지칭할 때도 “영혼”이란 보편적인 표현을 선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경향은 언어학에서 말하는 “다칭 현상”과 “부분-전체 오류”를 만들고 있다. 다칭 현상이란 하나의 대상이나 개념을 여러 개의 서로 다른 명칭으로 부르는 언어적 현상을 말한다. 문학 등에서 의미 확대나 상징성을 위해 활용하기도 하지만, 개념 정의를 중시하는 철학과 신학에서는 피해야 할 사항이다. 부분-전체 오류란 대상이나 개념의 한 부분을 전체로 지칭하거나, 전체를 한 부분으로 지칭하는 언어적 오류이다. 예로서, “모니터”를 “컴퓨터”라고 부르는 경우이다. 이렇게 되면, 용어에 관한 이해가 모호하게 되고 의사소통에 혼돈을 가져온다. 사실, 한국 기독교인의 “영혼”에 관한 이해가 모호하다.
여러 가지 이유로, 한국 기독교회는 한글, “혼(soul)”에 상당하는 원어를 “영혼”으로 번역하거나 지칭하고 있다. 그렇다면, 그러한 입장을 분명히 하고, 번역이나 언어 사용에서 일관성은 유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