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누구나 바라고 추구하지만, 사람마다 그 해석은 다르다. 많은 사람은 행복을 “좋은 환경과 조건 속에서 느끼는 만족의 감정”으로 이해한다. 그러나 감정은 늘 변한다. 날씨처럼, 상황처럼 쉽게 흔들린다. 반면 마음은 감정보다 깊은 곳에서 움직인다. 마음은 자신이 믿고 따르는 궁극적 가치에 이끌리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음으로 얻어진 행복감은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나의 마음이 언제나 잔잔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행복한 사람들이 지닌 공통된 마음의 자세와 특징들이 있다. 저자는 긍정심리학, 특히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박사의 이론에 근거해서 행복의 조건을 설명하고자 한다. 마틴 셀리그만은 미국에서 긍정심리학을 창시한 심리학 교수이며 "진정한 행복(authentic happiness)"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가 제안한 다섯 가지 행복의 조건이란 1) 긍정적인 감정 (positive emotion), 2) 흐름과 몰입 (flow and engagement), 3) 긍정적인 관계 (positive relationships), 4) 의미 (meaning), 5) 성취 (accomplishments and achievements)이다.
행복한 사람은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다. 누구나 어려움과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 하지만, 행복한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하며, 희망을 놓치지 않고 헤쳐나간다. 반면에, 불행한 사람은 어려움과 곤란한 상황에 처하면,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불평, 원망, 비방, 후회의 감정에 빠지고 이러한 감정에 얽매이는 경향을 보인다.
현대그룹을 창설한 정주영 회장은 “나의 성공은 긍정적인 생각의 결과이며 누구나가 긍정적인 생각으로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좋은 일은 밀고 나갈 수 있어서 좋고, 어려운 일은 해결할 수 있어서 좋다”와 같은 긍정적인 자세를 지녔다. 그는 인천 부두에서 막노동할 때, 언제나 희망에 차 있었고 한 번도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캔자스 대학의 데보라 다너 연구팀은 180명의 수녀를 대상으로 긍정적 감정과 장수의 상관관계를 연구했다. 22세 때 쓴 수녀들의 입회 소감문을 분석했더니, 긍정적인 문장이 많을수록 70~90세 이후의 생존율이 현저히 높았다. 긍정적인 감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집단과 낮은 평가를 받은 집단 사이의 생존율은 약 2.5배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그림 참조).
연구에 참여한 모든 수녀는 담배나 술을 하지 않았고 독신으로 비슷한 사회적인 활동을 했다. 또한 이들은 같은 종류의 음식을 먹었고 같은 의료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수녀원에 들어오면서 쓴 소감문에 표현된 긍정적인 감정과 60년 후의 수명과는 높은 상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과 수명은 유전, 생활 수준, 영양, 의료, 생활 습관과 같은 여러 요인과 상관되어 있다. 이와 함께, 건강과 수명은 긍정적인 감정과 밀접한 상관을 보인다.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에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반응하기보다, 희망을 품고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행복한 사람은 흥미 있고 몰두할 수 있는 일을 가진다. 그것은 직업일 수도 있고, 취미나 여가, 혹은 봉사 활동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자신조차 잊어버리고, 지금이라는 순간에 완전히 빠져드는 경험이다. 행복은 어쩌면 몰두의 부산물이다.
몰두는 도전과 능력이 균형을 이룰 때 일어난다. 너무 쉬우면 지루하고, 너무 어렵다면 포기하게 된다. 자신의 성격 특성을 이해하고, 좋아하며 잘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첫걸음이다.
연구자들은 주변의 자연현상을 관찰하고, 듣고, 느끼는 작은 활동들이 몰두의 감각을 키운다고 말한다. 지루한 일상에서도 흥미와 의미를 찾아내는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게 현재에 온전히 머무를 때, 마음은 흐름(flow)의 상태로 들어간다.
몰두란 시간의 흐름을 잊을 만큼 집중된 순간이다. 그때 사람의 마음은 가장 평화롭고, 가장 생생하게 깨어 있다.
행복한 사람은 좋은 관계 속에서 자란다. 가족, 친구, 이웃과의 유대감이 사람을 든든하게 한다. 행복은 한 개인이 소유하는 감정이 아니라, 사귐 속에서 발생하는 영적인 감각이다. 사람은 사회적으로 살아가고, 사회적으로 행복해진다.
사람은 혼자 행복할 수 없다. 서로 의지하며 사랑과 가치를 주고받을 때, 마음은 따뜻해진다. 사회적 사귐은 신체적 건강뿐 아니라 인지적 능력까지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관계를 위해서는 나를 드러내고, 상대를 알아가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 속에서 성장 배경, 꿈, 희망, 두려움을 나누다 보면 서로를 깊이 이해하게 된다. 많은 사람과의 얕은 관계보다, 몇몇 사람과의 진심 어린 관계가 더 큰 행복을 가져온다.
행복은 결국 “함께 웃을 수 있는 마음”에서 시작된다. 서로의 삶에 따뜻한 울림을 남길 때, 그 자리가 곧 행복의 터전이 된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보다 더 큰 목적을 향해 살아간다. 의미(meaning)는 삶의 무게를 견디게 하는 내적 힘이다. 그것은 신앙, 창작, 봉사, 혹은 직업적 사명 속에서 발견될 수 있다. 삶의 의미가 분명한 사람은 흔들림 속에서도 방향을 잃지 않는다. 의미는 삶을 붙잡아 주는 보이지 않는 중심축이다.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람과 성취를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 해야 할 일이 뚜렷하고, 저녁에는 감사한 마음으로 하루를 마감한다. 성취는 단순히 결과가 아니라, 자신이 믿는 가치와 사명을 따라 꾸준히 나아가는 내면의 자세에서 비롯된다. 용기, 인내, 끈기와 같은 태도가 성취를 가능하게 하며, 그 동력은 언제나 자신의 가치와 소명에서 나온다.
이 다섯 가지 외에도 적절한 수입,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음식과 신체 활동은 행복에 도움을 준다. 그러나 진정한 행복은 외적 조건이 아니라, 삶의 가치와 태도에서 비롯되는 혼의 상태다. 행복은 감정의 일시적 파도나 우연한 행운이 아니라, 올바른 가치관과 바른 마음에서 피어나는 영적인 평형이다. 삶의 자세가 흔들리지 않는 한, 한 번 얻은 행복은 오래 지속된다. 행복은 붙잡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는 혼이 누리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