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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상석 Dec 20. 2021

행복의 조건

         행복(幸福) 이란 무엇일까? 행복은 모든 사람이 바라고 추구하는 복이지만, 사람에 따라 그 해석도 다르다. 행복을 어떤 환경이나 조건 가운데 놓일 때, 느끼는 만족하는 감정(感情)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 행복을 행복한 감정으로 보면, 행복은 사람의 노력으로 일정하게 누릴 수 있는 지복(至福)이 될 수 없다. 왜냐하면, 환경과 조건은 변하고, 사람의 감정도 항시 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행복을 영감(靈感)으로 느끼는 영혼의 만족한 상태로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사람의 감정은 환경과 심리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변한다. 하지만, 영혼은 정신과 영적인 가치에 의해 색깔과 무늬가 나타나므로 감정과는 다르게 일정하다. 그래서, 마음으로 얻어진 행복감은 물리적인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사라지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나의 마음이 항시 행복을 누릴 수 있을까?  

         행복에 관한 연구 결과를 살펴보면, 행복한 사람들이 지닌 공통된 마음의 자세와 특징들이 있다. 저자는 긍정심리학, 특히 마틴 셀리그만(Martin Seligman) 박사의 이론에 근거해서 행복의 조건을 설명하고자 한다. 마틴 셀리그만은 미국에서 긍정심리학을 창시한 심리학 교수이며 ‘진정한 행복(authentic happiness)’의 저자이기도 하다. 그가 제안한 다섯 가지 행복의 조건이란 1) 긍정적인 감정 (positive emotion), 2) 흐름과 몰입 (flow and engagement), 3) 긍정적인 관계 (positive relationships), 4) 의미 (meaning), 5) 성취 (accomplishments and achievements)이다.

      첫째, 행복한 사람은 희망적이고 긍정적이다. 모든 사람이 어려움과 곤경에 처하게 되지만, 행복한 사람은 어려운 상황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하며, 희망을 놓치지 않고 어려움을 헤쳐나간다. 반면에, 불행한 사람은 어려움과 곤란한 상황에 부닥치면, 부정적으로 반응한다. 불평, 원망, 비방, 후회의 감정에 빠지고 이러한 감정에 얽매이는 경향을 보인다.  

        현대그룹을 창설한 정주영 회장은 “나의 성공은 긍정적인 생각의 결과이며 누구나가 긍정적인 생각으로 성공할 수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그는 “좋은 일은 밀고 나갈 때 좋고, 어려운 일은 해결할 때 좋다”와 같은 긍정적인 자세를 지녔다. 그는 인천 부두에서 막노동할 때, 언제나 희망에 차 있었고 한 번도 불행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긍정적인 마음의 자세는 건강한 삶과 높은 상관이 있다. 캔사스 대학의 데보라 다너와 동료들(Deborah Danner et al., 2001)은 180명의 수녀를 대상으로 긍정적인 감정과 장수에 관한 연구를 수행했다. 연구자들은 180명의 젊은 수녀들이(평균 연령 22세) 수녀원으로 들어올 때 쓴 소감문에 표현된 감정을 점수로 평가하였다. 이들이 75~95세가 되었을 때, 소감문에 표현된 긍정적인 문장의 수와 생존율과 사망률은 강한 상관관계를 보여주었다. 긍정적인 감정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집단(점선으로 된 사분위수 3, 4)의 수녀들은 낮은 평가를 받은 집단(사분위수 1, 2)의 수녀들보다 훨씬 오래 살고 있었다. 긍정적인 감정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집단과 낮은 평가를 받은 집단 사이의 생존율은 약 2.5배의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그림 참조).  

사분위수에 나타난 180명의 수녀 나이와 생존율

         연구에 참여한 모든 수녀는 담배나 술을 하지 않았고 독신으로 비슷한 사회적인 활동을 했다. 또한 이들은 같은 종류의 음식을 먹었고 같은 의료혜택을 받았다. 하지만, 이들이 수녀원에 들어오면서 쓴 소감문에 표현된 긍정적인 감정과 60년 후의 수명과는 높은 상관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건강과 수명은 유전, 생활 수준, 영양, 의료, 생활 습관과 같은 여러 요인과 상관되어 있다. 이와 함께, 건강과 수명은 긍정적인 감정과 밀접한 상관을 보인다. 삶에서 일어나는 여러 가지 크고 작은 일에 회의적이고 부정적인 감정으로 반응하기보다, 희망을 품고 긍정적으로 대처하는 자세가 중요하다.  

         둘째, 행복한 사람은 흥미 있고 몰두(engagement)  있는 일과 활동이 있다. 흥미 있고 몰두할  있는 일과 활동은 직업일  있고, 취미, 여가, 봉사 활동일  있다. 자신조차 잊어버리고 지금이라는 순간에 완전히 몰두할  있는 매력적인 일이나 과제가 있어야 한다. 행복은 어쩌면, 몰두의 부산물이다. 몰두는 도전과 자신의 능력이 균형을 이룰  일어난다. 그래서, 자신의 성격 특성을 알아내고 자신이 좋아하고 잘하는 일을 찾아내는 일이 중요하다. 관련된 연구들은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자연 현상을 관찰하고, 듣고, 즐기는 활동을 권장하고 있다. 그리고, 지루하게 느껴지는 일상에서 흥미와 의미를 찾고 몰두를 연습할 것을 권한다.

         셋째, 행복한 사람은 가족, 친구, 이웃과 좋은 관계에서 생기는 유대감과 사귐이 있다. 어떻게 보면, 행복은 한 개인이 소유하는 감정이라기보다, 사귐 가운데서 발생하는 영적인 감각이다. 인간은 사회적으로 생존하고 사회적으로 행복해진다. 다르게 말하면, 사람은 혼자 행복할 수 없고, 더불어 행복하다. 우리는 관계를 통하여 지원하고 지원받으며, 사랑과 가치를 나눌 수 있다. 사회적 사귐은 보다 나은 신체적인 건강과 인지능력에 기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귐을 위해서, 나를 잘 드러내고 상대방을 적극적으로 알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화 가운데서, 성장 배경, 꿈, 희망, 흥미, 장점, 두려움 등에 관해서 알게 되면, 훨씬 더 구체적으로 서로를 도울 수 있다. 피상적인 많은 사람과의 관계보다는 가까운 소수와의 관계가 더 중요하다.

         넷째, 행복한 사람은 자신과 이웃을 위해 의미 있는(meaningful) 일이나 활동을 한다. 여기에서, 의미란 나 자신보다 큰 목적을 말한다. 삶의 의미나 목적은 개인마다 다르다. 창조적인 과제나, 종교적, 영적인 활동을 통해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또한, 봉사나 사회적인 활동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많은 사람은 직업을 통해서 삶의 의미를 실현한다. 그래서, 직업을 선택할 때, 자신의 적성과 사회의 필요를 고려해서 결정해야 한다. 삶의 목적이 뚜렷한 사람은 장수하고, 삶의 만족을 느끼며, 보다 적은 건강의 문제를 겪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다섯째, 행복한 사람은 자신이 하는 일에서 보람과 성취감을 느낀다. 아침에 일어나면, 하루의 할 일이 뚜렷하고, 저녁에는 하루의 보람을 느낀다. 성취는 목표를 향해 전진할 때 일으나는 결과이다. 성취는 용기(grit), 힘, 인내와 같은 자세을 요구하며, 강한 동기로부터 이러한 자세가 나온다. 그래서, 자신의 가치, 소명, 사명과 일치하는 목표는 성취할 가능성이 높다. 매일 아침, 일으나면 기쁜 마음으로 해야 할 일이 있고, 잠자리에 들 때, 감사한 마음으로 누울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위에서 설명한 다섯 가지 이외의 다른 조건들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적절한 수입,  좋은 수면, 음식과 영양 상태, 신체적인 활동 등을 행복의 조건에 포함시킬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행복이란 영감(靈感)으로 느끼는 영혼의 만족한 상태로 볼 때, 위에서 설명한 마음의 자세가 행복의 조건으로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행복은 환경이나 신체적 조건에 따라 바뀌는 감정 상태가 아니다. 행복은 잡고 놓치는 행운도 아니다. 행복은 올바른 삶의 가치와 자세에서 얻어지는 마음의 상태이다. 삶의 가치와 자세가 변하지 않는 한, 한번 얻어진 행복은 일정하며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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