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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man)과 인간(human)

by 남상석

앞선 글에서 “사람(man)”을 “살아 있는 혼(living soul)”로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람(man)”과 “인간(human)”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표준 국어대사전은 두 단어를 모두 “생각을 하고 언어를 사용하며, 도구를 만들어 쓰고 사회를 이루어 사는 동물”로 풀이한다. 뜻은 같지만, 쓰임과 뉘앙스는 다르다. “인간(人間)”은 글자 그대로 “사람과 사람 사이”를 뜻한다. 주로 사회적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를 지칭한다. 사회 속 인간은 정치적·경제적·문화적 활동을 하며, 그 속에서 권리와 의무가 생긴다. 그래서 “사람의 권리”라 하지 않고 “인간의 권리”, 곧 인권(human rights)이라 한다.

또한 누군가를 비참하게 대할 때, “비인간적인 취급(inhumane treatment)”이라 하고, 인간의 현실적 욕망과 행복을 중시하는 인간 중심의 예술, 철학, 문학 사상을 인문주의(humanism)라고 부른다. 즉, “인간”이라는 말에는 사회적 관계, 제도, 문화, 권리와 같은 현실적 층위가 깔려 있다.

흥미롭게도 “야, 이 인간아” “야, 이 사람아”와 같은 구어에서는 두 단어의 어감이 뚜렷이 다르다.
“인간아”는 다소 거칠고 비하된 느낌이지만, “사람아”는 정감 있고 따뜻하다.
다음 노랫말을 보자.

별을 사랑한 사람아, 사람아
이루지 못한 사랑을, 사랑을
아쉬워하지 말아라, 작은 사람아
너를 지키고 있으니

이 노래에서 “사람아” 대신 “인간아”를 넣어 읽으면 금세 어색해진다. “사람”이라는 말에는 이미 존재의 따뜻함이 깃들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은 다른 동물과 비교할 때 쓰인다. 예를 들어 “인간은 언어와 도구를 통해 문화를 발전시킨다”라고 할 때처럼, 동물적 본능을 넘어선 존재로서의 인간을 강조한다. 반면 “사람”은 신(神)과의 관계에서 주로 쓰인다. “신과 사람”, “사람으로서 신을 만난다”는 표현에서처럼, “사람”은 존재와 그 존귀함을 드러낸다. 요약하자면, ‘인간’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이고, ‘사람’은 존재 자체로 존귀한 혼의 자리를 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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