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국 풍경, 강원도의 겨울이 시작된다.

- 뜬금없는 대설 주의보, 낭만에 빠진 산골 초보

by 산골 통신

예보에 없던 눈이 내린다.

그래서 더 특별한 걸까, 당황스러운 걸까.


귀농귀촌 2년째, 강원도스럽다는 게 뭘까 생각한다.

추위? 눈? 옥수수? 감자? 동해 바다?


충청도 내륙에서만 살다가 강원도로 귀농귀촌하여 두 번째 겨울을 난다.


그렇다.

뭐니뭐니 해도 강원도스럽다는 건 '백설'이 아닐까 한다.


그것도 예보에 없던 눈이 폭설로 변해 여기저기 눈꽃을 피운다.


독자들께서 지금 보는 사진은 오늘 오후 5시에 촬영한 것이다.


해발 700미터 산골엔 어둠이 일찍 찾아온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눈은 그치지 않고 쌓이고 있다.


아랫집에 사는 조카는 빗자루를 들고 긴 비탈길을 쓸고 있는데,

동네작가라는 나는 컴퓨터에 앉아 눈소식을 알린다.


이 글을 쓰고 나면 면사무소에서 받아온 염화칼슘을 뿌려야겠다.

작년에 쓰고 남은 걸 보관했는데, 자루가 터지고 소금도 응결돼

소금덩이를 땅에 내려치고 삽으로 떵떵거리며 부숴야 한다.

길이 뚫리면 올해 지급하는 염화칼슘을 갖다 놔야 한다. ^^


도시에 사는 친구들이 묻는다.

"강원도 폭설 오면 그거 어떻게 치우냐, 난 엄두도 못낸다."


산골 초보가 대답한다.

"작년에는 말여, 24센티 정도가 최고였고, 20센티급이라고 해야 서너 번이었다네.

기후 온난화로 미터급 눈은 물 건너 간 듯하고, 아직까지는 낭만적으로 내려서 즐기기엔 딱 좋다네."


"그럼 눈 오면 어떻게 치우냐?"


"면에서 지급된 제설기가 있어서 트럭 앞에 설치해서 쫘악 밀고 내려가면 4륜 구동 자동차가 끄떡없이 내려가지."


고립 수준의 폭설을 경험하지 못한 산골 초보의 객기어린 대답에 친구는 맥이 빠졌을까? ^^


이 글을 쓰는 지금, '평창 지역 대설 주의보'라는 문자가 뜬다.

예보에 없는 뜬금없이 내리는 눈에 놀랍기도 하지만

카메라를 들고 마당 주변을 둘러보는 맛이 장독대에 든 동치미 같다. ^^


올해 들어 가장 많은 눈이 내린다.

엄청난 눈 사태를 맛보지 못한 산골 초보의 치기어린 낭만을 탓하셔도 좋다.

그래도 너무 많이 올까 봐 은근 걱정도 된다.


강원도 평창군 진부면 해발 700미터 산골에서 맞이하는 백설 예술을 감상하시기 바란다.


'아아~~ 조카에게 혼나게 생겼다. 야간 작업이다! 눈 쓸고 염화칼슘 뿌리자~~!!!!'

* 사족: 새집 이야기

- 작년에 노랑할미새가 축대 돌틈에 둥지를 틀었다. 49일 동안 집짓기부터 포란, 육추까지 지켜 보며 이소하는 장면을 꿈꿨다. 통탄스럽게도 뱀(유혈목이)이 나타나 이소 직전의 새끼 네 마리를 집어 삼켰다. 너무나 가슴이 쓰려 목공을 공부하며 새집을 만들었다. 뱀이 접근치 못하도록 고추 지지대를 축대에 꼽아 새집을 설치했다. 내년에 둥지를 탐색할 새들을 위해 올 가을에 미리 설치하여 낯설지 않게 배려했다. 노랑할미새일까, 딱새일까, 박새일까. 노랑할미새가 찾아와 멋지게 이소하는 장면을 볼 수 있다면 작년의 슬픔이 줄어들 수 있겠다. 앗! 눈 치우러 가야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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