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조선을 연 왕, 태조 이성계

태조 이성계와 수보록

by 그린



세종대까지 수보록은 계속 연행되었지만, 이후에는 기록 속에서 사라졌다가 1980년대에 재현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선을 세운 왕, 이성계



출처: 국가유산청 국가유산포털 조선태조어진


그는 고려 말의 혼란 속에서 새로운 왕조를 열었다.

수많은 전쟁과 정치적 갈등 속에서 권력을 잡았으나,

동시에 그는 새로운 질서를 세워야 하는 왕이기도 했다.


왕조가 시작된다는 것은 단지 왕이 바뀌는 일이 아니다.

나라의 제도와 예법, 그리고 궁중에서 울려 퍼지는 음악까지도.

많은 것이 새롭게 정리되어야 한다.


조선의 궁궐에서는 왕과 왕실의 권위,

그리고 국가의 질서를 드러내기 위해

다양한 궁중 음악이 연주되었다.


혹시 태조 이성계가 왕위에 오르기 전부터 그 운명이 이미 예견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는 사실을 들어본 적 있던가?

바로 수보록이라는 춤과 노래, 즉 당악정재에 그 이야기가 서려 있다.


수보록은 태조가 왕위에 오르게 될 것을 미리 알렸다는 내용을 노래하고 춤으로 표현한 공연이다.

태조 2년(1393년), 정도전이 가사를 지어 올렸고, 4인 1구의 한시에 16구로 이루어진 구성이다.


지리산 석벽 속에서 발견된 진귀한 책,

태조가 왕위에 오를 것을 예견한 보록(寶籙)이

발견되었다는 것이 본 정재에 담긴 이야기이다.


이는 태조가 왕이 되는 과정이

이미 하늘에 의해 정해졌음을 상징한다.


당악 정재 수보록은 중앙의 무용수가 보록(무구)을 들어 올리고, 18명의 무용수가 정해진 자리에서 발을 디디며 노래와 춤을 이어간다. 둥글게 돌며 연주되는 보록사(寶籙詞)는 왕위 등극과 국가의 번영을 함께 기원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단순한 춤과 노래가 아니라, 왕권과 새 왕조의 정당성을 시각·청각으로 보여주는 종합 예술이었다.

무용을 행할 때 함께 부른 죽간자 구호와 치어는 다음과 같았다.


하늘의 부서(符瑞, 왕이 천명을 받을 상서로운 징조)를 받아


크고 신령하고 길이 이어질 운수를 열었으니,


모두들 기쁨에 넘쳐


찬양하고 축하하나이다.


이는 이것이 단순한 공연이 아니라, 왕권과 새로운 왕조의 정당성을 백성과 신하들에게 보여주는 종합 예술이었다는 것을 시사한다. 태조가 나라를 세운 당위성을 시각과 음악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문화적 장치였던 셈이다.


새로운 나라를 세우고 정당성을 부여하고자 안간힘 썼던 정도전과 태조의 흔적이라고 여겨지며,

어느 시대건 문화는 시대의 당위성을 부여하고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되었던 수단이었다는 점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조차도

우리가 듣고 말하고 행하는 문화에 따라

굳건하다고 믿었던 신념과 이념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되새길 수 있겠다.


세종대까지 수보록은 계속 연행되었지만, 이후에는 기록 속에서 사라졌다가 1980년대에 재현되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전해진다.




https://www.gugak.go.kr/ency/topic/view/398

해당 링크는 국립국악원의 국악사전이다.

국악사전에서는 1980년대 국립국악원에서 재현한 수보록 연행 장면과 악학궤범 속 궁중 정재 수보록 배열도와 회무도를 열람할 수 있다.



* 참고문헌

김영운_국악개론

국립국악원 국악사전_키워드: 수보록(집필자_김경숙)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사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