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물고 싶은 마음을 남기고

엄마와 헤어지는 날

by Harest

✨KL 아홉 번째 기록: 밤부힐, 수영장, 파라다이스 다이너스티, 공항

(열 번째 기록을 먼저 발행해 버렸네요^^;; 조금 번거로우시더라도 아홉 번째 기록을 먼저 읽고 열 번째 기록을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시간은 잘도 간다.

벌써 엄마가 한국으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막상 오늘이 되니 엄마도 아쉬우셨는지 더 있다 갈걸 그랬다고 그러신다.

그러게 설 지나고 천천히 가시라니까 굳이 설 전에 가시겠다고 우기시더니

이제 와서 후회하고 계신다. 못 말린다.



◆ 초록으로 맞아준 밤부힐


오늘은 밤부힐(Bamboo Hills)에 가보기로 했다.

고급 카페와 레스토랑이 몰려있는 이곳은 생긴 지 얼마 안 되었다.

작년에 이곳이 정말 예쁘다고 해서 가 보고 싶었는데 기회가 안 되어 못 갔던 곳이다.

그 사이 더 유명해지고 음식점도 더 많이 생긴 모양이다.

KL의 MZ들에게 핫플레이스라고 한다.

MZ는 아니지만 가봐야지.



도착하니 초록이 가득한 정원이 가장 먼저 우리를 맞아주었다.

길게 늘어진 분홍빛 꽃이 너무 신기하고 예뻐서 가까이 다가가보니 조화였다.

생각해 보니 여름의 나라에 없을 법한 봄의 색깔 꽃이었다.

사계절이 있는 나라에 사는 나는 한 계절만 있는 이곳이 부러운데

한 계절만 있는 이곳에서는 봄의 꽃도, 한겨울의 눈도 부러움이 된다.


여러 카페 중 최근에 생기고 평이 좋은 Botanica+Co로 향했다.

이름이 낯익다 했더니 엄마와 Entier에 갔을 때 Alila 호텔 1층에 있던 그 카페의 체인인가 보다.

그곳은 살짝 실망스러웠지만, 이름 끝에 '+'가 붙은 것을 보니 조금 더 고급진 느낌이지 않을까 기대하며 카페 안으로 들어섰다.

탁 트인 내부에 깔끔한 인테리어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엄마와 딸도 마음에 드는 눈치다.


아침 일찍 나선 덕에 아직 한산했다.

오늘의 메뉴 선정은 딸에게 맡겼다.

영어로 된 메뉴판을 열심히 쳐다보며 먹고 싶은 메뉴를 고르는 모습이 귀엽다.




◆ 커피 주문 해프닝


문제는 커피 주문에서 생겼다.

커피 메뉴에 single과 double이 있었는데 눈치껏 1샷과 2 샷이겠거니 하며 주문하면 되었을걸

굳이 확인해 보겠다고 직원에게 물어본 것이 화근이었다.

주문받던 젊은 직원의 흔들리는 눈빛을 읽었다. 당황한 눈치다.

아이와 체험 다니는 곳과 웬만한 곳은 영어가 통해서 이곳도 당연히 영어가 통할 줄 알았는데 나의 오산이었다.

물어보는 메뉴마다 설명을 어려워하더니 커피주문 마저 위태롭다.

계속 "Two espresso and two latte?"라고 해서

"No. Just two latte"라고 여러 번 강조하며 주문을 마쳤다.

그렇게 주문이 무사히 끝났다고 생각했지만, 엄마는 저 사람 표정을 보니 왠지 4잔이 나올 것 같다고 하셨다.

"에이 설마~ 몇 번을 다시 얘기했는데. 제대로 나오겠지."라고 넘겼다.


그러나....

엄마의 촉이 맞았다.

에스프레소 2잔이 떡 하니 먼저 나온다. 하하하.

매니저로 보이는 사람이 와서 상황을 듣더니 미안하다며 에스프레소를 돌려보냈다.

혹시 하는 마음에 잘못 들어간 주문은 직원이 자기 돈으로 부담하느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다.

그러기엔 주문받은 청년이 난감할 것 같아 그냥 우리가 지불할 테니 테이크아웃 잔에 담아달라고 했다.

그 말을 들은 매니저는 정말 안도하는 표정으로 연신 고맙다고 했다.

여기서는 주문을 잘못 받으면 주문받은 사람이 자기 돈으로 지불해야 하는 시스템이라는 말을 다시 한번 덧붙이며 말이다.

오늘의 일로 한국의 이미지가 더 좋아졌길 바라본다.



쿠알라룸푸르의 카페는 웬만하면 커피가 다 맛있다.

심지어 스타벅스도 한국보다 맛있는데 커피를 좋아하는 일행분과 그 얘기를 하며

원두가 가까운 곳에서 와서 신선해서 그런가 하는 추측을 해 보았다.

이곳의 커피도 고소하고 진한 향이 내 취향에 쏙 맞았다.

브런치 메뉴는 비주얼과 분위기에 비해 아주 맛있다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그 시간을 즐기기에는 충분히 괜찮았다. 단, 단호박 수프는 내가 기대한 크리미 한 맛보다는 단호박 수프와 단호박 죽의 중간쯤 그 어딘가였다.


그래도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야외 테라스로 나가보았다.

야외 정원도 예쁘게 꾸며져 있었다.

비가 내려서 실내로 선택했는데,

덥지 않은 오전이나 밤이라면 야외로 나가는 것도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 줄 것 같다.


카페를 나와서 밤부힐을 한 바퀴 돌아보았다.

고급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뜻밖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바로 '하남 돼지집'이었다.

이슬람교가 국교이며 이슬람교인이 전체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말레이시아에서

돼지고깃집이 그거도 밤부힐같은 고급 레스토랑 밀집지역에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말레이시아인들이 한국에 호감도가 높다는 것을 여러 번 느꼈지만

우리에게는 흔한 고깃집이 고급 레스토랑가에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 은근히 자랑스럽기도 했다.




◆ 낮 수영과 샤오롱바오


몽키아라로 돌아와 아이는 낮 수영을 즐기고,

엄마는 선베드에 누워 아이들이 수영하는 모습을 지켜보셨다.

"더 있다가 가고 싶다"는 말을 몇 번이나 되뇌며 아쉬움을 숨기지 못하시며 말이다.


엄마의 KL 마지막 식사는 파라다이스 다이너스티에서 하기로 하였다.

작년부터 먹어보고 싶었는데 도전하지 못했던 8색 샤오롱바오를 먹어보기로 했다.

각 색깔마다 만두피에 들어가는 재료들이 다른 듯한데 엄마와 나의 결론은 역시 '베이직한 것이 가장 맛있다'였다.

한 번 먹어봤으니 다음에는 그냥 오리지널 샤오롱바오만 먹는 걸로 해야겠다.




◆ 공항에서의 작별


하루가 어찌나 쏜살같이 지나가는지 어느새 엄마가 떠나야 할 시간이 되었다.

로비에 모두 모여 기념사진을 찍고 엄마를 배웅해 주었다.

이 로비에서의 기념사진 촬영은 누군가가 떠날 때마다 계속되는 우리의 작은 의식이 되었다.


처음 도착 했을 때의 공항은 설렘으로 가득했지만, 떠나려고 온 공항은 아쉬움이 짙게 물든다.

같은 공간도 마음에 따라 이렇게 다르게 느낄 수 있음을 새삼 깨닫는다.



엄마 혼자 출국장으로 보내려니 내내 마음이 쓰였다.

엄마는 혼자 갈 수 있다고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였지만 그래도 내 마음 한편이 찝찝한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출국장 너머 엄마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딸과 지켜보다 엄마가 완전히 보이지 않고서야 발걸음을 옮길 수 있었다.

나중에 들으니 엄마는 남는 시간에 혼자 라운지도 찾아가서 음식도 드시고 여유롭게 비행기에 탑승하셨다고 한다.


초등학교 교사셨던 엄마는 워킹맘이 흔하지 않던 시절 아이 셋을 키우며 일을 하셨다. 예전에는 육아휴직이라는 제도가 없어서 첫째인 나를 낳고는 아예 사직을 하셨었다. 각 2년 터울의 3남매를 키우고 있자니 너무 갑갑해서 아빠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시 임용고시를 쳐서 선생님이 되셨다고 한다. 내 기억 속의 엄마는 어떤 일이 일어나든 척척 해결해나가시는 슈퍼우먼이었다. 그래도 이제는 연세도 있으시고 혼자서 잘하시려나 걱정했는데 역시 엄마다.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아쉬움을 뒤로한 채 엄마와의 여행은 끝이 났다.

이제 딸과 나, 그리고 일행들과 함께할 한 달 살기의 2막이 남았다.



<쿠알라룸푸르 100배 즐기기 9>


1. 밤부힐(Bamboo Hills) 맛집 가이드

밤부힐은 최근 쿠알라룸푸르에서 가장 주목받는 F&B 단지로,
초록 정원과 고급 레스토랑이 한데 모여 있다.
낮과 밤 분위기가 모두 좋아 MZ 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몽키아라에서 차량으로 15~20분 정도 소요된다.


■ Tap Room KL (Pizza Duo 협업)

컨셉 수제맥주 + 정통 나폴리 화덕피자
분위기 초록 뷰, 캐주얼 브런치·펍
추천 포인트 낮엔 브런치, 밤엔 피자·맥주 조합이 좋다

■ Ginger KL

컨셉 모던 호주요리 + 인도 향신료
분위기 글래스하우스, 고급 조명, 우아한 다이닝
추천 포인트 기념일·특별한 저녁 / 정교한 플레이팅

■ Locarasa Bamboo Hills

컨셉 말레이·양식·인도 메뉴가 모두 있는 올라운드 레스토랑
특징 아침 메뉴(9–11시) 제공, 디저트 종류 다양
추천 포인트 가족 방문 / 식사+디저트를 한 번에 해결 가능

■ Botanica+Co at Bamboo Hills

컨셉 정원형 브런치·양식·칵테일
특징 자연광 가득, 넓은 좌석, 대표 메뉴 페스토 파스타
추천 포인트 브런치·사진 맛집, 여유로운 낮 식사


✔ 상황별 추천

브런치·사진 분위기 → Botanica+Co

고급스러운 저녁 → Ginger KL

피자 + 맥주 → Tap Room KL

가족 방문 / 다양한 메뉴 → Locarasa


2. 맛집 찾기 꿀팁

1) 지도를 원하는 지역으로 이동

구글맵을 실행해 밤부힐·몽키아라·KLCC 등 가고 싶은 지역으로 지도를 먼저 이동시킨다.


2) 주변 식당·카페 아이콘 클릭

커피잔(카페), 포크·나이프(레스토랑) 아이콘을 눌러 지도에 표시되는 곳들을 확인한다.

3) 별점 + 리뷰 수 체크

별점 4.2 이상, 리뷰 300개 이상이면 실패 확률이 낮다.

사진을 꼭 확인해야 실제 분위기 파악이 가능하다.

4) 같은 방식으로 찾을 수 있는 것들

호텔

관광지·즐길거리

식료품점(Jaya Grocer 등)

마사지샵(해당 지역으로 지도 이동 후 검색)


✔ 낯선 지역에서는 이 방식이 가장 안정적이고 실패 확률이 적다.






월, 수, 금, 일 연재
이전 10화바샤커피와 우중 수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