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L에서 즐길 수 있는 사소하지만 특별한 순간
엄마 없이 딸과 나, 그리고 함께 온 일행들과 보내는 KL Life의 두 번째 막이 조용히 열렸다.
작년에는 딸과 단둘이 단촐하게 지냈지만, 올해는 일행과 아이들까지 총 13명이 모인 대집단이다.
어떤 하루들이 펼쳐질지 궁금하면서도, 조금은 들뜬 마음으로 아침을 맞았다.
일행은 총 다섯 팀.
나와 내 친구 두 팀, 그리고 그중 한 친구의 동네 지인 두 팀.
재미있는 건, 그 지인 두 팀조차 서로 모르던 사이였다는 것이다.
마당발인 친구가 “우리 쿠알라룸푸르 가요”라고 말했을 때, 가고 싶어하는 지인이 있으면 “그래? 그럼 너도 가자!”가 되어 무려 다섯 팀이 함께하는 대식구 여행이 되었다.
작년에는 딸과 둘이 단촐하게 지냈지만, 이번에는 엄마와 아이들까지 모여 더 큰 무리가 되었다는 점이
또 어떤 이야기들을 만들지 궁금해지는 하루였다.
오늘은 일행 엄마들이 가고 싶어하던 수리아몰 바샤커피로 향했다.
며칠 전에도 왔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언제라도 좋다.
오늘도 Breakfast Set을 주문했다.
다섯 명이라 무려 세 세트를 시켰다.
여러 명이 함께 오면 다양한 메뉴를 맛볼 수 있어 늘 좋다.
조식 세트는 '커피 + 생과일 주스 + 페이스트리 + 메인 메뉴'로 구성되어 있고
가격은 RM 99(세금·서비스 차지 별도)다.
사과·오렌지·자몽 주스를 시켰더니 색감이 너무 예뻤다.
오렌지빛 커피와 함께 놓인 테이블은 생동감이 넘쳤다.
커피는 1910, 밀라노 모닝, 디카페인을 주문했다.
디카페인은 종류가 다양한데, 의외로 시그니처보다 싱글오리진 디카페인의 맛이 내 입맛에는 더 잘 맞았다.
아마도 바샤커피 특유의 향은 나와 크게 맞지 않는 것 같다.
샌드위치는 몽키아라 브런치 카페의 맛보다는 조금 아쉬웠다.
그렇지만 크로와상만큼은 정말 훌륭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부드럽고 쫄깃한 내가 좋아하는 식감 그대로였다.
에메랄드빛 야외 공간에서 기념사진을 찍고, 선물 코너를 둘러보며 바샤커피 특유의 여유를 즐겼다.
수리아몰 4층은 이곳의 하이라이트 같은 곳이다.
4층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낼 수 있을만큼 즐길거리, 먹거리가 많다.
우선 페트로사인스 과학관이 있다.
체험형 과학관으로 정말 잘 구성되어 있다고 해서 작년에 기대를 하고 갔지만
우리나라의 과학관도 너무 잘 되어 있기에 무언가 더 특별함을 느끼지는 못했다.
다른점이 있다면 정유회사 소유인만큼 우리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정유시설, 석유탐사시설 등이 있다.
그래도 좋은 것은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이다. 곳곳에 부스가 있었는데 대학생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생태계에 대해서 설명도 해주고 퀴즈도 내줘서 맞추고 하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우리가 갔던 때만 일시적으로 한 행사인지 매번 있는 행사인지는 모르겠다.
4층에는 맛집들도 많다.
딤섬 맛집인 딘타이펑, 돌리 딤섬이 있고
현지음식을 맛볼 수 있는 마담콴스, 오리엔탈코피, 리틍페낭이 있다.
Kinokuniya 서점도 있다. 우리나라의 교보문고 같은 대형서점으로 영어책과 문구류, 팬시용품으로 가득한 곳이다.
우리는 소화도 시킬 겸 서점으로 향했다.
말레이시아 물가를 감안하면 결코 저렴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서점을 찾는 이유는 책을 사기 위해서만이 아니니 괜찮았다. 다양한 책들과 함께하는 이 공간 자체의 분위기가 충분한 방문 이유가 되었다.
지하로 내려가 지난번에 샀던 Lot100 sour gummy를 챙긴 뒤,
파빌리온으로 향했다.
수리아몰에서 파빌리온까지는 실내와 구름다리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나라 블로그는 참 친절하다.
검색하니 파빌리온까지 가는 방법을 친절하게 알려준 블로그들이 있었다.
블로그에서 알려준 길을 따라 걷기를 15분쯤 지났을까, 화려한 파빌리온이 눈앞에 나타났다.
파빌리온에서는 Oloiya 육포와 유레카팝콘을 사려 했다.
Oloiya는 말레이시아 현지 브랜드로 비첸향과 맛은 비슷하되 더 저렴하다.
특히 하트 모양 육포는 아이가 아주 좋아해 작년에도 자주 샀었다.
아쉽게도 한국에는 반입할 수 없어 이곳에서 실컷 먹어야 한다.
팝콘은 유레카와 가렛이 유명한데 나는 다양한 맛이 있는 유레카 팝콘을 좋아했다.
작년에는 쇼핑몰마다 눈에 띄었는데 올해는 유레카가 눈에 띄지 않았다.
지도에는 있는데 실제로는 보이지 않아 결국 가렛팝콘을 샀다.
가렛팝콘은 유레카 팝콘보다 단맛이 더 진해서 내 입맛에는 조금 아쉬웠지만
아이들에게는 인기폭발이었다.
퍼블리카 쇼핑몰 지하와 연결된 옆 건물에는 현지 브랜드 Brands Outlet이 있다.
H&M이나 탑텐처럼 이너웨어부터 캐주얼, 오피스룩까지 한 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가격도 저렴하고 세일도 자주 해서 한 달 살기 중 옷이 부족한 사람에게 딱 맞는다.
우리는 2+1 티셔츠를 단체복으로 맞추기 위해 구매했다.
가격도 좋고 퀄리티도 괜찮아 매우 만족스러웠다.
양손 가득 옷과 간식을 들고 돌아가는 길이 든든했다.
말레이시아 날씨는 늘 변덕스럽다.
아침엔 해가 쨍했는데, 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와 수영을 시작하려는 순간 갑자기 비가 쏟아졌다.
하지만 아이들은 전혀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젖잖아!” 하는 표정으로 빗속으로 뛰어들었다.
엄마들은 비를 피해 테이블을 옮기며 아이들을 지켜봤다.
우중 수영이라니.
비 맞으며 즐거워하는 아이들과, 그 비를 피해가며 바라보는 엄마들.
이 장면은 오래오래 기억에 남는다.
원래는 각자 방에서 조촐하게 저녁을 먹으려 했다.
하지만 헤어지기 싫다는 아이들의 요청에
결국 모두 우리 방에서 모여 라면·고기 파티를 열었다.
중학생이 되는 오빠들이 능숙하게 고기를 구워주고,
그 모습을 멀찍이서 의자를 가져와 미어캣처럼 바라보던 아이도 참 귀여웠다.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엄마들은 엄마들대로 서서히 깊어지는 밤 속에서 수다를 이어갔다.
오늘은 관계가 한층 더 가까워진 날이었던 것 같다.
바샤커피에서 함께 나눈 아침, 파빌리온에서의 쇼핑, 비를 맞으며 노는 아이들과 그걸 지켜보는 엄마들,
마지막엔 라면과 고기로 마무리한 밤까지.
딸과 나, 그리고 이제는 꽤 익숙해진 다섯 팀의 대식구.
이 멤버로 꾸려갈 KL 2막이 더 기대되는 하루였다.
싱가포르에서 유명한 바샤커피는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으로 조식 세트를 즐길 수 있다.
조금 특별한 아침을 보내고 싶을 때 선택하기 좋은 곳이다.
1)조식 세트 구성 (RM 99 / 세금·서비스 차지 별도)
커피, 생과일 주스, 페이스트리, 메인 메뉴
RM45 초과 커피는 추가요금 발생
페이스트리: 스위트 크루아상, 커피 케이크, 페이스트리 1개, 샹티이 크림&바샤 허니 또는 캐러멜 제공
메인 메뉴: 프렌치 오믈렛, 프라이드 에그 + 비프 콩피, 프렌치 토스트 샌드위치(치킨/ 훈제연어/ 아보카도&아파라거스스)
말레이시아에서 식당을 이용할 때는 메뉴판 가격 그대로 결제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
대부분의 레스토랑에서는 6% SST(세일즈 & 서비스 택스)와 10% 서비스 차지(service charge)가 함께 붙기 때문이다.
즉, 메뉴판 금액에서 약 16%가 추가된다고 보면 된다.
이 서비스 차지는 일종의 봉사료로 앉아서 먹는 레스토랑·카페에서는 거의 기본으로 포함된다.
특히 수리아몰, 파빌리온, 몽키아라, 퍼블리카 같은 대형몰 매장들은 거의 예외 없이 10% 서비스 차지를 부과한다. 반면 맥도날드 같은 패스트푸드점, 셀프로 주문하고 가져오는 카운터형 카페, 작은 개인 식당에서는 서비스 차지가 붙지 않는 경우도 있다.
계산할 때 당황하지 않으려면 영수증의 SST 6% + Service 10% 항목을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