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울 같은 바다 풍경과 함께한 시간
둘째 날 아침,
창밖으로 비치는 KL의 풍경을 보며, 다시 한 번 내가 이곳에 왔음이 실감났다.
오늘은 작년에 아쉽게 하지 못했던 ‘스카이미러’를 가기로 한 날이다.
1년을 기다린 만큼 설레이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스카이미러는 동남아의 우유니 사막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조수간만의 차로 바닷물이 빠지면 얕은 물 웅덩이가 남는데, 그 위에 하늘이 거울처럼 비치며 만들어내는 자연의 장면을 찍는 촬영지다. 말 그대로, 자연이 아주 잠깐 허락해주는 풍경이다.
사실 스카이미러를 꼭 하고 싶었다면 미리 예약을 했어야 했다.
하지만 나는 말레이시아로 들어가기 이틀 전에야 서둘러 예약할 곳을 찾기 시작했다.
원래 계획은 도착 후 며칠 쉬고 다음 주쯤 여유 있게 다녀오려 했지만 스카이미러는 ‘원하는 날’에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오직 ‘물때’가 결정하는 일정.
우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시간은 딱 하루, 도착 다음 날 오전 10시 출발이었다.
보통 스카이미러 투어는 새벽 5~6시에 출발한다. 조수간만의 차로 인해 보통은 오전 9시~10시쯤 촬영을 시작하는 일정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간혹 한달에 한 번 정도 조금 더 늦게 출발할 수 있는 날이 있다. 오늘이 바로 그 날이다.
새벽같이 나서야 하는 일정이었다면 무리였겠지만 우리는 오전 10시에 몽키아라에서 출발하는 일정 덕분에 여독을 조금이나마 녹여내고 출발할 수 있었다.
늦게 출발하는 만큼 촬영 시간은 한낮(12~2시)이라 더위를 걱정했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약간 흐린 날씨였다. 사진은 쨍한 하늘에서 더 예쁘게 나오지만 몸이 덜 지친 덕분에 촬영을 즐길 여유도 남았다.
스카이미러를 가기 전 오크 스위트 로비에 있던 카페에서 간단히 브런치를 먹었다.
지금은 없어졌지만, 그곳의 빵과 커피는 여행 초입에 딱 어울리는 맛이었다.
따뜻한 커피 한 모금에 아침의 긴장이 풀리면서 오늘 하루가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이 작은 한 끼가, 바다 위에서의 긴 시간을 버틸 힘이 되었다.
선착장에서 배를 타고 한참을 달리자 어느 순간, 사방은 바다뿐이었다.
30분쯤 달렸을까. 배가 갑자기 멈춰 섰다.
스태프들이 먼저 내려 바닷물을 ‘잘박잘박’ 걸어가는데 물 깊이가 허벅지에도 닿지 않는 얕은 바다였다.
분명 바다 한 가운데였는데 걸어가다니!
물이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빠져 배 위에서 꽤 오래 대기해야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바다가 천천히 물러나고 조금씩 드러나는 바닥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자연이 만들어낸 리듬 안에 잠시 멈춰 서 있는 기분이었다.
물이 충분히 빠지면 그제서야 본격적인 촬영이 시작된다.
작은 우산 텐트 속에서 스태프가 거의 누운 자세로 핸드폰을 들고 각도를 잡는다.
전문 장비도 아닌 아이폰으로 촬영하는데 하늘과 바다가 만들어내는 대칭만으로도 사진은 이미 완성된 작품처럼 보였다.
날씨가 흐려 선명한 하늘은 담기지 않았지만 엄마와 딸의 웃음은 그 흐린 풍경 속에서도 선명하게 남았다.
결과물을 보며 아이도, 엄마도 무척 좋아했다.
작년에 하지 못했던 아쉬움이 순간 한 번에 씻겨 내려가는 느낌이었다.
'바쿠테'는 19세기 초 중국에서 이주한 노동자들에 의해 싱가포르, 말레이시아에서 탄생한 음식이라고 한다.
돼지고기와 곱창, 족발, 꼬리, 갈비 등의 내장부위에 10여개 약재와 허브를 우려내는 탕으로 영국 식민지 지배 시절 유래한 음식이다. 페낭 금광에서 더위와 일로 혹사당하는 중국인 노동자들에게 저렴하면서도 영양분을 공급시킬 수 있는 음식으로 개발되었다고 한다.(출처: 주말레이시아 대한민국 대사관)
아무래도 싱가포르가 더 인지도가 있는 나라다 보니 우리나라에는 싱가포르 음식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유래를 찾아보니 말레이시아에서 탄생한 음식인 듯 하다. 그래서일까 싱가포르에서 먹었던 유명한 바쿠테집 보다 훨씬 더 진하고 맛있었다.
국물 한 모금에 피곤했던 몸이 금방 풀리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리필까지 해가며 든든하게 한 끼를 채웠다.
부모님과 함께하는 여행은 이렇게 예상치 못한 순간에 따뜻함이 스며든다.
몽키아라로 돌아와 163몰 G층에서 엄마와 생맥주 한 잔을 마셨다.
'Brew House'라는 곳인데 이름에서부터 '나 맥주집이예요'하고 부르는 것 같다.
한국보다 물가가 싼 말레이시아지만 유일하게 더 비싼 것이 바로 술 종류다.
더운나라에서 시원한 맥주 한 잔은 더위를 가시게 해주는 작은 행복이지만
가격은 작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맥주 한 잔의 행복을 포기할 수는 없다.
작년에는 아이와 둘이 와서 이런 시간을 가질 수 없었는데 이번 여행에서는 엄마와 함께 왔으니 가보기로 했다. 술과 안주만 파는 곳인가 했는데 런치 메뉴도 있고, 키즈 메뉴도 있어서 아이들과 와도 괜찮아 보였다.
마침 프로모션을 하고 있어서 10잔 쿠폰을 샀다. 아날로그식으로 이 쿠폰을 구매하면 티켓을 10장 주는데
올 때 마다 그 티켓을 내고 맥주를 마시면 된다.
한 달 동안 몇 번이나 이곳을 드나들다 보니 나중에는 직원과 서로 인사하게 될 만큼 익숙해졌다.
여행은 이런 작은 순간들이 집에 돌아가서도 오래도록 떠오르게 된다.
163몰에서 간단히 장을 보고 JAYA GROCER에서 필요한 것들을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밤이 되면 창밖으로 트윈타워가 은은하게 빛난다.
작년에는 1Montkiara 라는 쇼핑몰 뷰였는데 올해는 트윈타워 뷰인 방을 배정받아서 볼 때마다 행복했다.
멀리서 반짝이는 트윈타워의 빛을 바라보며 두 번째 날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1) 예약 방법
클룩(Klook): 픽업 포함/미포함 선택 가능
현지 투어사 직접 예약
한국 투어사 이용: 비용이 가장 비싸지만 초행이고 3인 이하라면 가장 안전하고 편함(우리는 한국인 투어사를 이용)
2) 준비물
촬영 의상(흰색·쨍한 색 추천)
양산
선크림
얼음물
간단한 간식
작은 가방(핸드폰,지갑 정도 들어가는 것)
물에 젖어도 되는 신발
귀중품은 배에 두고 내리는 것이 안전
3) 주의사항
배를 타면 화장실이 없다 → 출발 전에 꼭 다녀오기
한낮 촬영은 더울 수 있어 물 섭취 조절 필요
짐은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말레이시아는 한때 영국 식민지였던 영향으로 건물 층수가 영국식 표기를 따른다.
한국의 지하 1층 = LG 1 Level
한국의 1층 = G Level
한국의 2층 = 1 Level
처음에는 헷갈리지만 며칠 다니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