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숙함이 마음을 놓아주는 날

익숙함이 주는 안도감

by Harest

KL 세 번째 기록: 첫 등원, 이슬람 예술 박물관, 41층 인피니티풀 수영

KakaoTalk_20251201_193941383.jpg 학원 가는 길에 만난 도마뱀


아침 공기가 유난히 가볍게 느껴지던 날이다.

작년과는 다른 풍경 속에서, 아이의 첫 등원이 시작되었다.
로비에 모인 여섯 아이가 나란히 서 있는 모습이 낯설면서도 정겹다.

작년엔 아이와 나, 둘뿐이던 발걸음이 올해는 작은 대열처럼 출발한다.
아이들은 지나가다 만난 도마뱀과 기념사진을 찍으며 첫 등원의 긴장보다 즐거움이 조금 더 앞선 표정을 짓는다.



◆ 도보 1분 거리, 너무 편한 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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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보 1분.

이 짧고 편안한 거리 덕에 아침의 여유가깃든다.
원장님은 1년 만에 만난 아이를 한눈에 알아본 듯 반갑게 이름을 불러주셨다.
그 따뜻한 순간을 바라보며 ‘올해도 즐거운 시간이 되겠구나’ 싶은 마음이 든다.

아이를 학원에 맡기고 엄마와 나는 이슬람예술박물관으로 향했다.

작년에 아이와 함께 왔을 땐 아이의 지루함에 마음껏 보지 못했던 아쉬움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올해는 한국어 도슨트 투어가 생겼다는 소식에 미리 예약해두었다.


◆한국어 도슨트 투어로 다시 본 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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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무엇인지 이해되는 시간이었다.

설명을 들으며 천천히 걷다 보니 낯설던 문양과 건축 양식이 하나의 이야기처럼 이어졌다.

내 눈에는 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모스크들도 저마다의 서사가 있었고,

세계 각지에 이렇게나 많은 모스크가 있다는 사실에도 놀라웠다.

사실 작년 쿠알라룸푸르에서 한 달 살기를 하기 전까지는 이슬람교와 히잡을 쓴 사람들에 대해

다른 시선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살아가면서 그 또한 하나의 문화임을, 그리도 또 하나의 생활모습임을 이해하게 되었다.


말레이시아에 대해 호감을 가지게 된 계기는 다양성을 인정해주는 그들의 너그러운 시선 때문이었다.

더운 나라에서 머리에는 히잡을 쓰고 팔 다리를 모두 다 긴팔로 가린 사람이 있는가하면

미국이나 유럽의 한 여름에 볼 수 있는 레깅스에 민소매의 차림의 사람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들은 그렇게 자기만의 '편안함'을 가지고 조화롭게 살아가고 있다.


이 문화에 대해 조금 더 열린 마음으로 박물관 안의 예술품을 감상하다보니

화려한 그 문화와 예술에 대해서도 더 열린 눈으로 바라볼 수 있었다.


투어가 끝나니 싱가포르 여행의 여파인지 엄마가 조금 힘들어하셨다.
시내에서 점심을 해결할까 하다 결국 숙소로 돌아와 쉬기로 했다.

덕분에 더 천천히, 더 가볍게 하루를 이어갈 수 있었다.


◆ JAYA에서 장보기 + 작년에 반했던 병우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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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YA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사며 작년에 마셨던 고소한 병우유도 다시 챙겼다.

병을 깨끗이 씻어 가져오면 다음 구매 때 10링깃 할인을 해주는 작은 보너스도 있다.
말레이시아에서 생활을 두 번째 이어가면서 이런 사소한 정보 하나하나가 참 든든하게 느껴진다.


우리나라에서 파는 생수와 가장 비슷한 생수가 무엇인지, 어떤 쌀로 밥을 하면 좋을지, 아이가 좋아하는 치즈는 어떤 것인지, 어떤 브랜드의 요거트가 맛있었는지와 같은 사소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

한 달 살기를 하기 시작하면 처음 일주일 정도는 그 생활에 적응하고 세팅하는데 에너지를 많이 쏟아야 하기에, 애써 찾아보지 않아도 되는 그 익숙함이 오늘따라 더 편안하게 다가왔다.

아이를 낳기 전엔 새로운 곳을 가는 설렘이 좋았다.
해외든 국내든 한 번 간 여행지를 다시 찾는 일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아이가 생긴 후 낯선 환경에서 오는 긴장이 커져서인지 늘 익숙한 장소를 되찾게 된다.

n번째 갈 수록 그곳에 갔을 때 새로운 정보를 찾아야 하는 에너지는 줄어들고,

그 시간과 공간을 더 여유롭고 온전하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올해도 다시 몽키아라를 선택했을 때 새로운 곳에 대한 아쉬움이 전혀 없었다.
그리고 그 선택이 옳았음을 도착하는 순간부터 알아차렸다.

다시 살아보는 도시가 이번에는 어렵지 않고 첫 순간부터 힐링 그 자체였기 때문이었다.



◆ 5층 수영장 + 41층 인피니티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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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학원에서 돌아오고 우리는 수영장에서 만나기로 했다.

우리가 머무는 곳은 두 동으로 나뉜 주상복합인데, 한 동은 5층에 수영장이 있는 오크 스위트, 다른 한 동은 41층 인피니티풀이 있는 오크 레지던스다.

일행 중 한 팀이 레지던스에 묵는 덕에 올해는 두 곳을 모두 이용할 수 있었다.


작년엔 41층 수영장이 너무 궁금했지만 아는 사람이 없어 발길을 들이지 못했었던 곳.

탁 트인 KL 시티뷰를 내려다보니 가슴속까지 시원해지는 기분이었다.

게다가 KL의 랜드마크 타워 3개(페트로나스 트윈타워, KL타워, 메르데카118)가 모두 보이는 풍경을 보고 있자니 정말 KL에 온 것이 실감났다.

작년에 메르데카 118은 한창 준공중이었는데 그 사이 완공되었다고 하니 더욱 반갑게 느껴졌다.
아이들은 끝없이 물속으로 뛰어들고, 나와 엄마는 풍경과 아이들 사이를 오가며 사진을 남기느라 바빴다.



◆저녁은 무조건 여기! 파라다이스 다이너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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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파라다이스 다이너스티’에서 포장해왔다.

작년 마지막 날, 마지막 끼니로 선택했을 만큼 이 곳의 샤오롱바오를 좋아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딘타이펑이 유명하지만 말레이시아에서는 꼭 이곳을 가보기를 추천한다.

딘타이펑 보다 조금 더 깊은 맛의 육수가 흐르는 샤오롱바오를 더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샤오롱바오를 먹으려면 이곳의 두배 이상의 가격을 줘야 하므로

여기 있는 동안 많이 먹고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샤오롱바오, 새우완탕면, 매운 딤섬, 공심채 볶음.
엄마가 계신 덕에 메뉴는 더욱 풍성해졌다.

첫 입을 베어 물었을 때의 기분 좋은 감탄 또한 그대로였다.



익숙한 곳에 다시 온다는 건 여행의 설렘을 반쯤 내려놓고 마음의 안정과 느긋함을 채우는 일 같다.

작년엔 모든 것이 새로워 정신없이 지나갔지만 올해는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레 몸에 익는 풍경들이

나를 편하게 품어준다.

여행이 ‘도전’에서 ‘머무름’으로 바뀌는 시간.
그 변화가 오늘 하루에 고요하게 스며 있었다.


<말레이시아 100배 즐기기 3>


★이슬람 예술 박물관 & 국립 박물관 한국어 도슨트 정보


아는만큼 보인다!

한국어 도슨트 투어를 신청해서 이슬람의 예술과 말레이시아의 역사를 알아보세요.

특히 말레이시아 국립 박물관은 말라카 투어가 계획되어 있다면 꼭 그 전에 듣고 가시는 것을 추천한다.

말레이시아 역사에서 말라카는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기때문이다.


1. 이슬람 예술 박물관(Islamic Arts Museum Malaysia)

한국어 가이드: 매주 월요일 오전 10:30

운영 방식

- 3~6월 & 9~12월: 워크인

- 1~2월 & 7~8월: 예약제

소요 시간: 60~90분

입장료: 성인 20링깃 ,학생(18세 미만) 10링깃, 만 6세 이하 무료


2. 말레이시아 국립 박물관

한국어 가이드

- 매주 화·수요일 10:10 - 매월 둘째·셋째 토요일 10:10

운영 방식

-3~6월 & 9~12월: 워크인

-1~2월 & 7~8월: 예약제

소요 시간: 90~120분

입장료 : 성인 5링깃, 어린이(6-12세) 2링깃, 6세 미만(무료)


※ 일정은 변동 가능성이 있으므로 네이버 카페 ‘마이말레이시아’에서 '한국어 가이드'로 검색해서 최신 정보를 확인하길 추천한다.





월, 수, 금,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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