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원이는 정말 달리기가 하고 싶었던 것일까?
1. 들어가며
영화 ‘말아톤’에서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지닌 주인공의 모습과 그런 주인공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어머니의 모습이 나온다. 그들은 마라톤을 통해 한 발짝씩 나아가는 듯했으나, 과연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사람이 ‘좋아서’ 혹은 ‘원해서’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마라톤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지 고민에 빠지게 된다.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 더욱 알아보고자 한다.
2. 영화에서 나타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극 중 주인공인 윤초원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인물로 나오는데, 우선 신체적인 부분에서 나타나는 모습을 관찰해보았다. 초원은 쉬는 틈 없이 계속 손가락을 까딱거리며 움직이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눈을 보면, 대화를 할 때 눈을 마주치기보다는 먼 허공을 응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말투 역시 억양이 보통의 사람들과는 달리 단조롭거나 높고, 말과 말 사이가 빠른 것을 볼 수 있다.
행동적인 부분에서는, 관심을 가지는 것을 대하는 태도가 일반인과 다름을 알 수 있다. 초원은 얼룩말, 초코파이, 짜장면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몇 가지 정해져 있다. 특히, 얼룩말을 좋아하는 초원은 얼룩말과 관련된 정보를 전부 빠삭하게 외워 그대로 말할 수 있다. 또한 얼룩말무늬를 보면 무작정 따라가는 경향이 있는데, 이때의 초원의 모습은 마치 자신만의 세계에 빠진 것 같아 보였다. 이 때문에 지하철에서 얼룩말 무늬 치마를 입은 여성을 만지는 등의 불의의 사고가 일어나게 되었지만 자신의 행동에 대해 반성하거나 놀라는 등의 모습보다는 계속해서 여자의 남자친구에게 맞고 있는 등의 모습을 통해, 행동적인 부분에서 보통의 사람들과 다른 점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감정적인 부분에서는, 쉽게 눈물을 흘리거나 화를 내는 모습을 관찰할 수 없었다. 어린 시절 초원이 병원에서 ‘어머니가 아프다면 초원이는 슬플까? 기쁠까? 속상할까?’ 등의 질문을 했을 때 답이 없었던 것처럼 감정에 반응하는 부분이 약함을 알 수 있었다. 또한 앞서 언급한 내용처럼 지하철에서 맞았을 때 아프다거나 화가 나는 등의 감정 표현보다는 ‘저의 아들은 장애가 있어요.’ 라며 반복하여 문장을 소리치기만 하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감정적 부분이 결여되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자신이 십몇 년을 해왔던 마라톤에서도 적용되는데, 초원의 어머니는 초원이가 마라톤을 즐기고 있다고 생각하며 계속 마라톤을 하길 원했지만 알고보니 초원은 어린 시절 어머니가 무심코 자신의 손을 놔버렸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그 날 이후, 달리지 않으면 어머니가 자신을 또 버릴 것이라는 생각으로 달려왔던 것이다. 그런 초원의 말을 들은 어머니는 ‘초원이가 좋아서 하는 것일까? 아니면 또 버려지기 싫어서 하는 것일까?’에 대한 고민을 시작한다. 이는 좋고 싫음에 대한 반응 역시 부족한 부분이라 볼 수 있다. 후반부에서는 병상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보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동생이 관찰하는데, 이를 보며 놀라는 것을 보아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형에게서 관찰하기 어려웠던 모습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3. 영화에서 나타나는 자폐 스펙트럼 장애 치료 방법
극 중에서는 정확한 치료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다만, 마라톤이 주는 순기능을 잘 이용했을 뿐이었다. 특수학교 선생님이 말씀하길, 초원이 손을 물어뜯는 습관이 많이 사라졌다고 한 것을 보아 마라톤이 주는 긍정적인 요소는 있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마라톤을 하며 병이 완치되는 모습은 확인할 수 없었다. 여전히 얼룩말 무늬를 보면 관심을 가지고 손을 까딱거리며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모습이 나온다. 하지만 후반부 장면에서 마라톤을 달리다 지칠 때 어머니의 모습을 생각하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하나씩 떠올리며 다시 달리는 장면을 통해서 마라톤이 주는 의미가 초원에겐 대단한 것임을 알 수 있었다. 이외에도 마라톤을 달리기 위해 스스로 춘천 가는 버스를 타는 등의 모습을 통해서 마라톤이 직접적으로 병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하진 못했지만 삶을 살아가는 방향성을 제시해줄 수는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4. 끝으로
영화 말아톤을 보면서 많은 생각에 빠졌던 것 같다. 가슴이 꽉 막히는 느낌이기도 하며 뭐라 쉽게 영화를 끝난 뒤 형용할 수 없는 감정이 올라왔다. 과연 이 영화의 결말은 해피엔딩이라 할 수 있을까? 초원은 늘 그랬듯 열심히 뛰지만 앞으로의 가족들과의 생활이 여전히 순탄할지에 대한 걱정과 이러한 현실을 살고 있을 사람들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에서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하철이나 대중교통을 타면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분들을 꽤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하철 도착음에 맞추어 노래를 부르거나, 자리를 몇 개 차지하면서 누군가 앉으려고 하면 소리를 지르는 분들을 보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그런 분들을 꽤 무서워했다. 그러면 안 되지만, 예상하지 못한 행동이 나에게 다가올 것 같아 최대한 그들의 눈에 띄지 않게 행동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다. 하지만 영화를 감상하면서 ‘도대체 나는 무엇을, 왜 무서웠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곱씹은 것 같다. 그들 역시 그들의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인데 나는 왜 공포심을 느꼈던 것인지 부끄러웠다. 사실 영화만을 본다고 모든 것이 바뀌지는 않지만, 적어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 분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뀐 것 같다. 연민도 안쓰러움도 아닌, 그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임을 알게 되었고 그들 옆에서 늘 죄송한 표정으로 계셨던 보호자 혹은 부모님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에 대해 감사함을 느끼게 되었다. 앞으로 그들의 삶이 초원이 세렝게티를 달리는 상상을 했을 때처럼 매 순간 자유로워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바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L4s43JbQH7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