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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 : 안면장애에 대하여

헬멧을 써야 등교하는 아이

by 옹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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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일 정도만의 업로드입니다. 그전까지 저는 다양한 영화를 보고, 웃고, 울었습니다. 그런데, 정신병적 증상을 다룬 영화에서 상업성이 더 두드러지는 것을 보고 한동안 괴리감에 빠졌습니다. 심리 장애를 가진 것이 누군가에게는 '일상'인데, 이걸 이렇게 상업적으로 다루어도 될까?라는 그런 생각 말이죠. 그렇지만 영화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렇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다, 라는 메시지를 주는 영화를 만나고서는 생각을 잠시 덮어두기로 했습니다. 사담이 길었습니다만, 오늘 만나볼 영화는 '원더'입니다.



1. 원더?


원더라는 영화는 2017년 개봉으로 1시간 53분의 영화입니다. 주인공으로는 안면 장애 어기와 그의 부모님, 누나, 친구들이 나옵니다. 선천적 안면장애를 가진 어기의 삶을 잠시나마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영화에서 나타나는 어기의 심리적인 모습과, 외형 장애를 가진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물들의 모습을 다각적으로 분석해보겠습니다.



2. 등장인물


태어날 때부터 수십 번의 수술을 거친 어기는 선천성 안면 장애를 가지고 태어납니다. 그런 어기의 탄생에 가족들은 행복해합니다. 어기의 어머니는 진행하고 있던 연구를 중단한 채, 어기를 보살핍니다. 어기의 교육을 담당하고, 어기의 주 관심사인 과학을 함께 공부했죠. 어기의 아버지 또한 어기에게 좋은 귀감이 되었습니다. 어기의 부정적인 면을 바라보기보다는, 긍정적인 면을 바라보며 유쾌하게 넘기고자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어기의 누나 비아는 어이가 학교에 들어가기 전 어기의 유일무이한 친구였습니다. 부모만큼이나 어기를 사랑하고 어기와 함께 하는 시간을 많이 할애했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어기의 인간관계는 넓혀지게 됩니다. 학교 교장선생님은 어기에게 친구를 만들어주기 위해, 입학 날 3명의 친구를 부릅니다. 그중에 어기에게 가장 중요한 인물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잭'과 '줄리안'이죠. 은 어기와 유일하게 친구를 한 인물입니다. 어기의 생김새를 보고 부정적인 생각이 들기보다는, 어기가 가진 과학적 재능에 감탄합니다. 함께 시험에서 문제를 해결해나가거나 어기가 가진 유쾌한 모습을 보일 때 잭은 완전히 어기의 친구가 되었습니다. 반면, 줄리안은 그런 어기가 탐탁지 못했습니다. 괴물 같은 생김새라며 친구들을 포섭하여 따돌리고, 잭을 끌어들여 어기를 뒷담 화하게 만듭니다. 결국, 어기와 잭의 사이를 갈라지게 하는 주요 인물이 되기도 합니다.



3. 등장인물의 심리적 특징


- 어기의 이야기 -

우선 어기는 선천성 안면 장애로 편견에 많이 시달린 듯합니다. 어기의 누나 비아의 친구가 선물로 준 헬멧을 학교 입학 날에도 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자신을 가리기 위한 하나의 도구로 헬멧을 자주 착용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헬멧 역시 친구들을 사귀면서 찾지 않게 되는데 이는 편견의 따가운 시선으로부터 성공적으로 이겨낸 모습이라 볼 수 있었습니다.



- 비아의 이야기 -

저는 어기의 누나 비아에 초점을 맞추고 싶습니다. 영화를 보다 보면 비아 같은 누나가 있나, 싶을 정도로 어기를 위해 시간을 할애하고 어기를 사랑합니다. 비아도 자신만의 세계가 있을 텐데 말이죠. 비아에게는 가족들에게도 소개해줄 만큼 단짝 친구 미란다가 있습니다. 비아 역시 새 학기를 시작할 때 자연스럽게 미란다를 찾을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방학 동안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미란다의 머리가 염색되어 있었고, 짙은 화장으로 비아를 만납니다. 더욱 수상한 것은, 비아가 아는 척을 해도 미란다는 그저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입니다.


갑작스럽게 혼자 다니게 된 학교에 비아는 힘들어합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잭에게 배신당한 어기가 학교를 가지 않겠다며 말썽입니다. 늘 어기 가족의 중심은 어기를 통해 돌아갑니다. 당연하면서도 그 당연한 사실이 가끔은 힘들게 느껴지는 비아는 오늘도 꾹 참습니다. 그러던 중, 얼떨결에 영화 동아리에 입부하게 된 비아는 연극을 준비하고, 주인공으로서 부모님을 초대하고 무대를 보이면서 자신의 소리를 오롯이 부모에게 전달합니다. 한결 후련해진 표정으로 무대를 내려오는 비아를 보며 '부모화된 자녀'의 특징이 두드러지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부모화된 자녀'란 아이가 부모처럼 행동하도록 강요된 역할입니다. 비아는 단짝 친구와의 거리감에 힘들다고 느끼면서도 부모님이 어기로 인해서 힘들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한 마디도 하지 않습니다. 또한, 부모님이 다가가지 못하는 어기의 부정적인 면에 대해서 자신이 한 발짝 어기에게 다가가 응어리진 어기의 마음을 풀어줍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어른스럽고 침착해서 어른들은 '우리 아이가 철이 들었다.' 혹은 '다 컸다.'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건 아닙니다. 어른인 척하는 어린이가 더욱 자라면 더 어른인 척하는 더 큰 어린이일 뿐입니다. 애정이 고프고, 과도한 책임감을 떠안게 되고, 감정 표현이 서툴러지는 등 부적절한 심리 특징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과한 책임을 맡기기보다는 아이가 원하고, 행하고자 할 때 필요한 과제를 내주고 이를 칭찬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 미란다의 이야기 -

미란다는 비아의 가정이 너무나 부러웠습니다. 어기의 얼굴이 신경 쓰이지도 않을 만큼 화목하고, 다정한 가족을 보고 있으면 미란다의 가정이 너무나 평범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크리스마스가 되어도 트리 하나 꺼내지 않는, 그런 엄마를 보고 있자니 늘 화목한 비아의 가족이 원망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런 상태에서 방학을 따로 보내게 되었고, 오랜만에 다른 친구들과 놀았던 미란다는 비아의 험담에 합세합니다. 그렇게 둘 사이는 틀어지게 됩니다. 이를 통해 열등감이 오히려 단짝 친구와의 오래된 관계를 부수게 하는 원천인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줄리안의 이야기 -

영화에서 꼬마 빌런(?)으로 나오는 줄리안은 영화 초반부터 끝까지 내내 어기를 괴롭힙니다. 어기에게 건넨 쪽지에게는 '괴물은 꺼져'와 같은 메시지가 들어있었고, 어기의 사물함에 어기의 모습이 빠져있는 단체 학급 사진을 걸어두고서는 '괴물'이라 칭합니다. 이러한 줄리안은 장애인을 바라보는 데 있어서 '동물화' 혹은 '대상화'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장애인을 바라보는 편견의 시선이 기저에 깔린 것으로, 장애인을 동일한 인간으로 취급하지 않습니다. 결국, 줄리안은 도를 넘은 장난으로 교장선생님께 불려 갑니다. 부모님과 함께 온 줄리안은 무척이나 불안해 보였죠. 줄리안의 부모는 어기와 같은 장애인 학우와 함께 학교를 다닌다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전학을 가겠다며 소리쳤습니다. 이에 교장선생님은 '그러시던지' 하던 표정으로 끌려나가는 줄리안을 보게 됩니다. 어쩌면, 줄리안도 어기를 괴물로 보게 된 것은 부모로부터의 영향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4. 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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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다 감상하고 난 다음에는 좀 착잡했습니다. 안면 장애임에도 불구하고 꿋꿋하고 밝게 살아가는 등장인물을 보며 '대단하다'라고 느꼈는데, 이것 역시 장애인의 삶을 영웅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장애에 대해서 극복하는 인물들을 보며 '대단하다', '장하다'라고 말하는 것이 과연 맞는 것인지 스스로 곱씹어보았습니다. 왜냐면, 등장인물은 여느 초등학생과 다름없는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너무 심오하게 생각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장애를 바라보는데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런 부분에서 영화 원더는 선천적이고 드러나는 외형 장애를 바라보는데 있어서 어떤 자세가 필요한지 깨닫게 해주는 영화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안면장애를 위한 도움을 줄 수 있는 기관을 소개하며 마치겠습니다.


https://miral.org/donate/special_view.asp?bbsIdx=19249&bbsCode=custmSponsr


검색한 결과, 거의 유일무이하게 안면 아동을 위한 도움으로 검색되었습니다. 밀알의 따뜻한 마음과 함께 아직 더 많은 사회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느끼며 영화 '원더' 리뷰 마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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