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도, 수사도 논점이 먼저다!

by rainstorm

이거 범죄 아니고 그냥 좀... 사고 친 것 아닐까? 이처럼 수사 현장에서 마주치는 가장 흔한 질문 중 하나는 "이게 범죄인가, 아닌가?"이다. 범죄 여부를 판별하는 데 필요한 첫 번째 도전은 바로 논점을 찾는 일이다. 논점이 없으면 사건은 그저 하나의 수수께끼일 뿐이다. 그런데 이게 끝이 아니라 글쓰기도 그렇다.


논점 없는 글쓰기란 단서 없이 수사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논점은 글쓰기의 DNA이자 문제해결의 열쇠이다. 범죄가 발생했는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것만큼, 글에서 주제나 핵심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수사실무에서 논점을 잡는 법을 깨달은 후, 문득 깨달았다. “글쓰기도 범죄처럼, 논점 없이는 망한다!” 사실 수사는 논점을 좇으며, 글쓰기는 그 논점을 명확하게 풀어내는 것이라 할 수 있다.


1. 수사 실무, 쟁점만 알면 된다!


형사 배지만 달면 누구나 할 수 있고, 셜록 홈스가 될 수 있을 줄 알았다. 나는 바로 현실판 셜록 멍청이였던 것이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이건 뭐... 범죄 현장은 미궁 속이고, 증거들은 숨바꼭질이나 하려고 했었다. 형사라는 직업을 처음엔 로맨틱하게 생각했었지만 생각보다 어려웠고, 서류 더미에 파묻혀 사는 것이 바로 난감한 형사의 숙명임을 알게 되었다.


그 옛날 가득했던 로망은 오간데 없고, 경찰이라는 직업, 참 만능인 거 같았다, 이래저래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정도로 고달플 때는 시궁창 같다는 생각도 가져 보았다. 범인 잡는 건 기본이고, 각종 행사나 재난시에는 정리 및 구조대 역할까지 만능 재주꾼? 만능 해결사?라고나 할까. 너무 많은 기능 때문에 정작 내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지 헷갈릴 때도 있었다. 물론 퇴직 후에는 매일이 미스터리 드라마처럼 흥미롭다.


사건 해결을 눈치로 할 수는 없었다. 다른 업무는 어떻게든 때우지만, 수사는 범인 잡아다가 내가 눈치껏 풀었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모든 신병과 사건은 검찰송치를 통해 법원에 까지 가는 것이다. 따라서 한 치의 오차도 없어야 하기에 내가 소설 속 셜록 홈스인 척해야 하는데, 현실은 그냥 셜록 멍청이었던 것이다. 범인이 내 앞에서 저 잡아가세요!라고 자백하더라도 늘 긴장 속에서 증거를 찾고 분석하는 작업이 녹록지 않았다.


범죄 밝히는 것이 업무가 되면 엑스레이 눈을 하고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듯, 범죄 현장을 꼼꼼히 살피게 되고, 범인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오게 된다. 선임들의 수사서류를 뒤적거리고,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며 배웠다. 쟁점에 대한 수사라는 필살기를 익히고 나니, 수사 과정에서 겪는 모든 두려움이 사라졌다. 반복적인 실무를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게 된 이 기술들은 이제 나의 일부가 되었다. 덕분에 그 어떤 수사 상황에서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논점 같은 딱딱한 개념 따위는 실무가 최고 다는 경험을 가지고 있다. 개념은 이론이고 실무는 현실이다. 이론으로만 잔뜩 들어봤자 물 속에서 불피는 기술을 배우는 격이었다. 논점이라는 게 정말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막상 실무에 부딪혀보니 별거 아니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공식만 외우고 있으면 문제를 못 푸는 것처럼, 논점도 마찬가지이다. 실제 사례를 통해 직접 부딪히고 해결하다 보면, 어느새 논점이라는 게 눈에 보이게 된다. 논점을 이론으로만 공부하면 길을 잃기 쉽지만, 실제 사례를 통해 경험을 쌓으면 어떤 문제든 해결할 수 있게 된다.

2. 글쓰기와 수사, 논점만 알면 해결된다!


경찰 일이라는 게 영화처럼 액션만 있는 게 아니다. 24시간 운영하는 편의점처럼, 별의별 일이 다 생긴다. 경찰은 매일 다양한 범죄 현장에서 사건을 조사하고, 범인을 추적하며, 수사를 진행한다. 총을 쏘고 범인을 잡는 일이 전부가 아니라,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추리 소설의 주인공처럼 문제를 해결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따라서 경찰의 일이 단순한 액션 그 이상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찰도 사람인지라, 범죄 현장에 가면 누가 범인인지 헷갈려서 고민할 때가 있다. 셜록 홈스처럼 단번에 범인을 찾아내는 건 드라마에서나 나오는 일이다. 그래서 경찰들은 꼼꼼하게 증거를 찾고, 상황을 분석해서 ‘진짜 범인’을 가려내야 한다. 괜히 착한 사람 잡아다가 억울한 사람 만들어 놓고 ‘죄송합니다’ 하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범죄 수사는 흥미진진한 추리 게임과도 같다. 학교 시험 문제를 풀 듯이, 증거를 하나하나 따져보고 논리적으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범죄마다 꼭 들어가야 하는 재료들을 구성 요소라고 부르는데, 범죄를 판단할 때는 범죄 행위에 이 구성 요소들이 모두 들어있는지 하나씩 확인해야 한다. 예를 들어, 절도죄를 꾸미려면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위가 있어야 한다. 물론 부모님 돈을 슬쩍하는 것은 별개의 구성요건이다. 흔히 말하는 친족상도례라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범죄요리에 꼭 필요한 재료들이라고나 할까. 그래야 맛있는 요리가 완성되는 것이다.


법이라는 건 참 재미있기도 하다. 똑같은 행위라도 상황에 따라 죄가 되기도 하고, 아무렇지 않은 일이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친구를 때리는 건 나쁜 짓이지만, 강도를 아작 내는 건 정당방위가 될 수 있다. 법이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오늘은 비가 오고 내일은 맑듯이, 상황에 따라 법의 해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상황에 따라 법이 다르게 적용되는 걸 위법성이라고 한다. 이런 복잡한 법의 세계에서 길을 찾는 것이 법리검토인 것이다.


더 나아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지 여부도 따져 봐야 한다. 만약 정신 질환으로 인해 판단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 상태에서 범죄를 저질렀다면, 형사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다. 책임 능력은 범죄자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의미를 이해하고,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있는 형사책임 능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어린아이가 장난감을 망가뜨렸다고 해서 어른처럼 혼낼 수 없는 것 아닌가. 범죄행위로 보이지만 아무나 다 처벌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수사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논점」을 찾아내는 것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쟁점이라고도 한다. 범죄 사건에서는 여러 가지 논점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를 명확히 분석하고 파악하는 것이 수사에서의 핵심이다. 형사는 시종일관 죄명별 구성요건해당성, 위법성, 책임성을 따진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범인은 누구일까? 왜 저질렀을까? 범행 도구는 무엇일까? 이런저런 육하원칙에 입각한 궁금증을 꼬리에 꼬리를 물고 따진다. 수사관들은 이런 궁금증들을 풀기 위해 범죄 현장을 꼼꼼히 살펴보고, 증거를 분석하고, 사람들을 조사하는 것이다.


논점은 양파 같아서, 사전을 통해서 벗기면 벗길수록 눈물을 흘렸고, 머리가 복잡해졌던 경험이 있다. 어려운 수학 공식을 보는 것 같다고나 할까. 하지만 수사 현장에서는 논점이라는 단어가 훨씬 더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다가온다. 이걸 알아내면 사건이 해결될 거야!라고 생각되는 핵심 부분이 바로 논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현장에서 직접 부딪히며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 바로 논점을 분석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사전에서 배운 지식도 중요하지만, 현장에서 터득하는 직관력이야말로 진짜 논점 분석의 핵심이라 하겠다.


수사는 의료 진단과 같다. 의사가 환자의 증상을 분석하여 병명을 진단하듯이, 수사관은 사건의 증거를 분석하여 사건의 본질을 파악해야 한다. 이때 핵심적인 문제점을 찾아내고 해결하는 것이 바로 논점 분석의 목표이다. 수사에서도 범죄라는 사건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건의 핵심, 즉 논점을 정확하게 파악해야 한다. 논점을 모르고 수사를 한다면 퍼즐 조각을 뒤죽박죽 섞어놓고 답을 찾으려는 것과 하나도 다를 바 없다. 논점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별도 없이 깜깜한 밤중에 길을 잃은 것처럼 헤매기만 할 뿐이다.


수사와 글쓰기는 전혀 다른 분야 같지만 사실 깊은 연관이 있다. 형사가 범죄 현장에서 단서를 찾아 범인을 밝혀내듯, 작가는 자신의 머릿속에서 떠오른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핵심적인 논점을 잡아내야 한다. 글쓰기는 곧 논점을 풀어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수사든 글쓰기든 결국 우리는 복잡한 상황 속에서 핵심을 꿰뚫어 보고, 이를 명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것이다. 당신 안에 숨겨진 셜록 홈스를 발견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결국, 논점 분석은 수사나 글쓰기뿐만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영역에서 필요한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의 CPU처럼, 논점 분석 능력은 우리의 생각을 정리하고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수사나 정보 업무를 꿈꾸는 분들에게는 더더욱 중요한 능력이다. 논점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분석하는 능력을 갖춘다면, 어떤 사건 현장이나 복잡한 자료 속에서도 핵심을 꿰뚫어 보고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안개 낀 밤하늘에서 별을 찾는 것처럼, 논점 분석은 우리에게 정확한 방향을 제시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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