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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가사부터 시조까지, 글쓰기의 무한 변신

by rainstorm

드라마 대사 같은 노래가사나 짧지만 철학자의 촌철살인 같은 통찰을 제시하는 시조는 두 가지 모두 인간의 삶과 문화에 깊이 뿌리 박혀 있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와 감동을 전달해 준다.

어떤 노래가사나 시조도 기승전결이 휘몰아치고, 클라이맥스에선 폭풍 눈물이 쏟아지게 하는 그런 글쓰기의 일부이다. 다시 말해 구구절절한 노래가사나 시조 역시 각각의 주제가 있고, 특징적인 목적과 전개방식이 있는 글이라 하겠다.


이처럼 우리의 애간장을 쥐락펴락하는 노래가사나 시조, 묘사문 등 종류 불문하고 주제, 목적, 전개가 사용 설명서 처럼 모든 글쓰기의 핵심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분석할 수 있다.


1. 노래가사(홍도야 울지 마라)

글쓰기의 교과서라 할 수 있는 이 노래 가사와 관련되어 전해오는 이야기들이 많은 듯하다. 하지만 눈물샘을 자극하는 비극적인 그런 이야기들은 논외로 하고 오직 글쓰기와 관련된 내용만 서술키로 하겠다.


김영춘의 「홍도야 우지 마라」 가사의 일부인 2절 만을 우선 여기에 옮겨 보겠다. 1절보다 감정을 폭발시킬 듯 섬세한 묘사가 한 폭의 그림처럼 더욱 뚜렷하기에 분석하게 되었다.


구름에 싸인 달을 너는 보았지

(암울한 현실 속에서 고통받는 여동생 모습의 비유적 표현)

세상은 구름이요 홍도는 달빛

(세상은 어둡고 혼탁하지만, 여동생의 순수함과 아름다움은 변치 않는다는 것을 의미)

하늘이 믿으시는 네 사랑에는

구름을 걷어주는 바람이 분다.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으면 언젠가는 좋은 날이 올 것이라는 믿음을 표현)


가. 주제

여동생은 오빠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기생 알바를 했고, 오빠는 동생 잡으로 출동하는 경찰이 되어 여동생을 체포하는 숨 막히고 비극적이며 딜레마적 상황을 담고 있는 내용이다.


이 노래는 오빠 학비 벌려고 기생 아르바이트했다는 단순한 남매의 사랑 이야기를 넘어, 일제강점기라는 멘탈 붕괴의 시대적 아픔과 민족의 한을 담고 있으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인간의 강인함을 보여주는 주제를 담고 있다.



나. 목적

이 가사는 아무나 하기 힘들고 어깨춤이 절로 나오게 만드는 7·5조 음수율의 리듬적 요소와 구름에 싸인 달이나 홍도야 우지 마라 같은 직접적인 외침의 감각적 요소를 무기로 하고 있다.


또한 눈물샘에 자극을 줄 정도로 착착 감기는 쉬운 가사와 멜로디, 남매의 비극적인 운명이라는 극적인 스토리 같은 대중적 요소들의 전개를 통해 이 노래의 목적 달성에 기여하고 있다.

여동생이 극한 직업 체험의 기생이 되고, 속으로 눈물 흘리는 오빠가 경찰이 되어 여동생을 체포해야 하는 이 노래 가사의 상황은 깊은 슬픔과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으며, 세상은 구름이요 홍도는 달빛이라는 가사는 달의 요정 같은 여동생에 대한 애틋한 센스와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하늘이 믿으시는 네 사랑에는 구름을 걷어주는 바람이 분다 라는 가사는 홍도와 오빠의 사랑을 이어주는 바람으로 고난을 이겨내고 희망을 찾으려는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그 밖에도 개인의 비극을 통해 한과 회한, 순수함과 안타까움 등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몰아치는 다양한 감정을 복합적으로 표현하며 듣는 이의 마음을 울리는 깊은 감동을 선사해주고 있다.


다. 전개

막장 드라마 같은 절망적이고 비극적 상황을 제시한 후에 전도사처럼 희망을 전파하는 노래를 하고 쓰나미 같은 감정을 표출하는 데 중점을 둔 감정 표출형 전개방식임을 분석해 볼 수 있다.



2. 시조(제목 미상)


한때 과거에 응시했지만, 세상에 대한 실망과 개인적인 번민으로 인해 정치나 사회적 활동보다는 세상만사 귀찮다며 농사나 짓고 살아가기로 결심한 것으로 알려진 농촌 라이프「장 만」이란 인물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이 시조의 주제, 목적, 전개에 관한 사항들을 분석하는데 초점을 두겠다.


풍파에 놀란 사공 배 팔아 말을 사니

(풍파에 놀란 사공이 배를 팔아 말을 사니)

구절 양장이 물도곤 어려 왜라.

(꼬불 꼬불하고 험한 산길이 물 위를 가는 것보다 더 어렵구나)

이 후란 배도 말도 말고 밭 갈기만 하리라.

(이 후로는 배도 말도 다 그만두고 농사나 지으며 살리라)



가. 주제

칼바람이 뺨을 후려치고 지나가질 않나 변덕스러운 날씨처럼 예측 불가능한 것이 우리네 세상사이다. 이런 세상살이의 어려움을 풍파와 구절 양장(매우 좁고 험난한 길이나 골짜기)에 비유하는 아이디어로 생명을 불어넣은 작품이다.


여기에서의 세상살이는 바로 권력과 출세의 벼슬길을 뜻한다고 할 수 있는데, 배도 말도 말고 밭 갈기만 하겠다는 종장의 표현에서 벼슬길에 대한 사직서를 품고 밭으로 향하는 지은이의 혐오감을 드러내고 있는 글이다.

※ 이 시조에 관한 설명은 고전 문학의 이해와 감상 1(운문), ㈜ 문원각(윤희중·조규빈·정진영·염성엽 엮음)을 참조하였다.



나. 목적

이 시조는 3장 6구 12 음보의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고유의 리듬과 운율을 가지고 있다. 시조는 프리스타일이 아닌 정형적인 형식을 통해 그 아름다움과 찰진 음악적 감각을 전달한다.


이 시조는 풍파와 구절 양장 같은 비유와 상징을 통해 정신줄 놓을 뻔한 인생의 어려움과 시련을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함축적 표현은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이끌어내고, 압축파일처럼 한정된 단어 수로도 풍부한 의미를 전달한다.


시조는 세 줄 안에 우주를 담을 것 같은 짧은 형식 안에 많은 의미를 담기 때문에, 함축적이고 절제된 표현이 필수이다. 이는 독자나 청자가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찰떡같이 담아내며 더 깊은 이해를 할 수 있게 한다.

시조는 사색과 예술을 위해서 쓴다. 이 시조에서 사공이 풍파에 놀라 배를 팔고 말을 사는 상황은 멘탈이 가출하는 인생 파도의 시련과 어려움을 깊이 고민하는 장면이다. 사공은 험난한 항해에서 오는 불안과 두려움을 경험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해 사색하게 된다.

나아가 구절 양장의 험난함을 통해 물 위를 지나는 것보다 더 큰 어려움을 상징적으로 표현함으로써, 인생 도전의 고난을 몸소 체험하며 더 깊이 이해하려는 노력을 보여준다.


장인의 손길로 단어 하나하나에 예술 혼을 불어넣듯 만들어진 이 시조는 그 자체가 예술 작품으로서, 아름다운 언어와 형식을 통해 독자에게 인생의 의미 외 예술의 감동까지 준다. 구체적으로 이 시조는 풍파, 구절 양장, 밭 갈기 같은 비유적 표현을 사용하여 독자에게 생동감 있는 이미지를 전달한다. 이를 통해 시적인 감각과 예술적 깊이를 더한다.


전통적인 황금비율의 시조 형식(3장 6구 12 음보)을 통해 자동 떼창을 하게 만드는 일정한 리듬과 찰진 운율을 유지하며, 이는 가슴을 울리는 음악적 아름다움을 느끼게 한다.


다. 전개

배는 물에서 망하고 말은 길에 망하는 이 시조는 풍파에 영혼을 탈곡당하는 구체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일반적인 교훈이나 결론을 이끌어내는 귀납적 글쓰기를 따르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사공이 풍파에 놀라 배를 팔고 말을 사는 구체적 상황과 구절 양장의 험난함을 통해 인생의 어려움과 시련을 표현하는 구체적 경험을 토대로 사공은 배와 말 모두를 포기하고 농사를 짓기로 결심한다.

이는 극한 알바의 시련과 고난을 극복하기 위해 정규직 같은 더 안정궤도의 삶 방식을 선택하는 인생 2막의 리셋 결론을 도출한다.


흥과 문학의 DNA를 깨워주는 노래와 시조의 본질에는 영혼을 정화시켜 주는 깊은 문화적, 정서적 가치가 담겨있다. 노래와 시조가 없는 인생은 김치 없는 라면과 같은 것은 아닐까. 시조 한 수 잘 읊으면 문학계의 BTS가 되지 말라는 법은 현재까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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