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함이라는 속옷에 개성이라는 겉옷을 걸치고, 액세서리를 포인트로 줘야 비로소 완성되는 패션과도 같은 것이 수필이기에 그렇게 만만한 녀석이 아님에도 다들 한 번쯤 써보고 싶어 안달 난 그 녀석이 바로 수필이다.
또한 냉장고 속 남은 재료로 뚝딱 맛있는 요리를 만들듯이 일상생활의 소소한 경험부터 심오한 철학적 사색까지 모든 것을 재료로 사용할 수 있기에, 글쓰기 훈련의 종합 선물 세트로 수필보다 좋은 것도 드물다.
아침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자리에 들기까지, 우리의 일상은 수많은 이야기로 가득 찬 무대가 아닌가. 글쓰기나 특정 사안에 대한 어려운 이론과 복잡한 지식이 없어도 수필은 이런 것들을 옆집 아줌마가 툭 던지는 이야기처럼, 내 삶에서 건져 올린 생각들을 솔직하게 풀어내면 되기 때문이다.
올 겨울 날씨가 하도 추워 펭귄이 한국에 떼로 불시착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런 감 하나로 글쓰기라는 세계에 발을 들였을 무렵 머릿속에 떠올랐던 3가지 생각을 수필로 아래와 같이 작성했다.
아무리 맛있는 인스턴트 라면도 엄마가 끓여주는 라면 맛을 따라갈 수 있을까. 글쓰기에 있어 AI가 속도를 높여주고 훌륭한 조력자는 될 수 있어도 AI에 의지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이라는 AI한계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1. 내 글은 수필인가, 감상문인가, 설명문인가? 그것이 문제로다!
벼룩시장에서 보물 찾는 모습으로 글을 써볼까 하고 결심했을 때, 나는 그저 온갖 아이디어로 북적거리는 뷔페식 주제를 가지고 잭팟 터질 것을 기대하면서 복권 긁는 심정으로 글을 써보겠다는 생각 정도에 불과했다.
그 주제가 무엇이든, 그땐 왠지 모르게 천재적인 글이 나올 것 같다는 야무진 꿈도 가져보았지만 역시 목적 없이 시작한 글쓰기는 금세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글을 쓰다 보니 어느새 내가 쓰고 있는 것이 수필인지, 감상문인지, 아니면 설명문인지 누구도 이해할 수 없는 추상적인 글이 되어 뷔페 음식을 섞어놓은 것처럼 구분이 안 되었다.
그러다 보니 나침반도 없는 상태에서 안갯속을 걷는 것처럼 글의 방향이 점점 흐릿해졌고, 길을 잃은 채로 결승선을 한참 지나쳐 마라톤을 하고 있었으며, 왜 이 글을 쓰고 있는지도 알 수 없는 상태에 빠지게 되었다.
그때, 심오한 철학 수업에 뒤늦게 참여한 기분으로 내가 쓴 글의 본질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았다. 수필이란 단지 남에게 설명하려는 글이 아니었다. 오히려 나의 생각과 느낌을 나만의 방식으로 자유롭게 기록하는 글이 수필의 본질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등 남을 위한 글이 아니라, 나를 위한 글이었음을 인식한 순간, 철학 수업에서 드디어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내 글쓰기는 조금씩 명확해지기 시작했다.
아무거나 막 넣고 작성한 정체불명의 글이 되지 않도록 나는 글을 쓸 때 목적을 가지고 시작해야 한다는 점을 깨달았다.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지, 내가 글을 쓰는 이유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해야만 글이 제대로 흐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글쓰기라는 정글에서 눈 감고 운전하면 목적지에 도착할 거라는 것이 착각이란 걸 알게 된 이후로는 글을 쓰기 전, 내가 무엇을 쓰고 싶은지 먼저 생각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각의 흐름을 정리하고 글을 써 내려가니,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처럼 글쓰기의 과정이 훨씬 수월해졌다.
결국, 글을 쓰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쓰고 있는 글이 수필인지, 감상문인지, 아니면 설명문인지 처럼 목적을 정하는 것이었다. 그냥 냉장고에 있는 재료를 아무거나 넣고 끓이면, 맛있는 요리가 나올 수 없는 것처럼 단순히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쓴다는 생각만으로는 좋은 글이 나오지 않는다.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그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지를 마음속 퍼즐 조각 맞추듯 명확히 하고 완성할 수 있을 때라야 글쓰기 예술가처럼 비로소 글의 방향이 정해지고, 그 글이 나만의 의미를 가지게 된다.
2. 모든 학문의 어머니는 글쓰기
맛있는 요리를 만들 때 좋은 재료뿐만 아니라 요리 기술이 필요한 것처럼, 학문도 깊이 있는 이해와 탐구를 위해서는 글쓰기라는 도구가 필수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처음에는 학문이란 것을 배우기 위해 그저 열심히 교과서를 읽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교과서에 숨겨진 매력이나 담긴 내용들이 평범한 돌멩이들이 아니라 설계도처럼 그 나름의 규칙과 순서에 따라 체계적으로 표현되고 정리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교과서에서 사용되는 글쓰기 방식은 평범한 빵을 만드는 솜씨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고급 레스토랑의 셰프가 예술 작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었다. 그 안에는 문제를 제기하고, 그것에 대한 논리적 근거를 제시하며, 탐정의 추리처럼 결론을 이끌어내는 일련의 과정이 깔려 있다.
이러한 과정은 모든 학문 분야에 공통적으로 적용되어 퍼즐 설명서나 만능 소스처럼 모든 학문 분야의 문을 열 수 있는 글쓰기 원리이자, 학문을 탐구하는 데 있어 필수이자 핵심적인 방법론이다.
나는 그 후 글쓰기 방식을 제대로 이해하고 익히는 것이 학문적 사고의 비밀을 풀 열쇠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교과서를 읽는 데 그치지 않고, 교과서의 글쓰기 방식을 분석하고 핵심 원리를 파악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자신의 방식으로 응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광산에서 보석을 캐거나 풍성한 수확을 얻으려면 삽과 호미, 곡괭이가 필요하듯 이런 능력이야말로 학문을 제대로 이해하고, 나아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될 것이다. 학문적 사고의 엔진을 제대로 점화할 준비가 된 것이라고나 할까.
따라서 거대한 건축 현장에서 건축가에게 다양한 설계도 작성 기술이 필요하듯이 학문다운 학문을 하기 위해서는 글쓰기의 원리를 배우고, 이를 자신의 학문적 활동에 적용할 수 있어야 한다.
글쓰기 방식이 학문적 탐구의 핵심이자 출발점임을 깨달은 이후, 글쓰기는 평범한 흙이 아니라 지식의 황금 씨앗을 심는 중요하고 비옥한 토양이자 날카로운 칼이며 튼튼한 도마라는 사실을 더욱 깊이 인식하게 되었다.
3. 글쓰기 원리, 자식에게 물려줄 마지막 희망!
슬퍼하지 않겠다며 다음 생을 다짐하면서 해외여행은 꿈도 못 꾸고, 집에서 방구석 여행을 즐기는 것은 돈이 없다는 이유로 일상에서 겪는 어려움 중 하나다. 무엇을 하고 싶어도 한정된 자원을 넘지 못해 제한을 느끼고, 원하는 것들을 사거나 경험하는 데 부족함을 느낀다.
돈이 부족한 현실 속에서도 자녀에게 값진 유산을 남기고 싶어 하는 나의 술 취한 마음에 정말 존경스럽다는 지난 과거 술좌석에서 들었던 그 말은 진실이었을까. 아무튼 나는 그런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자식들에게 물질적인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을 남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돈이 없어도 남길 수 있는 것이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더 큰 가치를 전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용돈을 올려줄 수 없는 나로서는 뇌 속의 복잡한 회로를 술술 풀어내는 지팡이이자 생각 번역기라 할 수 있는 글쓰기의 원리, 즉 사고를 글로 풀어내는 법을 전수하는 것이 그중 하나였다. 글은 사람의 생각을 얼큰하게 외부로 전달할 수 있는 강력한 도구이다.
나는 이 원리를 자식들에게 물려주면 그들이 어떤 어려움 속에서도 풀 충전된 자존감으로 인생의 난제를 해결하며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겠다는 확신을 가졌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저 문장을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보는 시각과 사고의 깊이를 키우는 일이기 때문이다.
생각 조련사 자격증이라 할 수 있는 글쓰기 원리는 자녀들 뇌 속의 야생마 같은 생각들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능력을 제공해 줄 것이다. 이는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정리하고, 그것을 남들과 소통하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능력이다. 그렇게 된다면 자식들은 자신의 의견을 더 명확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고, 타인의 의견도 잘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세상의 온갖 난제들을 글쓰기라는 마법의 망치로 뚝딱 해결해 나갈 자녀들의 그 능력은 물질적인 것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자식들이 세상에서 맞닥뜨리는 많은 문제들에 대해 글쓰기 원리를 통해 스스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돈이 없어도 나는 생각의 금고 같은 글쓰기 원리를 통해 자식들에게 어떤 역경도 헤쳐나갈 수 있도록 만능열쇠로써 잠재력 있는 선물을 주고 싶다. 물질적으로 부족할지라도, 자식들이 스스로 생각하고 표현하는 법을 배우는 것은 그들 삶에 깊이를 더하고, 어떤 환경에서도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줄 것이다.
결국, 바람에 흩날리는 먼지처럼 가볍고 얄팍한 평가나 괄시를 받을 수 있는 돈 보다 자녀들에 있어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남긴 지혜와 보석보다 빛날 무한 가능성의 가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