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 욕망이 나의 뇌를 강탈했다. 한 번 손을 대자 끝없이 빠져들어 결국 나도 모르게 글쓰기와 불멸의 전투에 돌입했다. 한 번 펜을 잡으니, 악마에게 영혼을 팔아넘긴 듯 멈출 수가 없었다. 밤낮없이 글쓰기와 씨름하며 불멸의 글쓰기 대전에 참전했다. 온갖 글쓰기 관련 고민들이 뇌 속에서 팝콘처럼 터져 나오니, 소화불량에 걸린 것처럼 머리가 꽉 막혀버렸다. 글쓰기 괴물에게 잡아먹힌 듯, 헤어 나올 수가 없었다.
내 머릿속 전광판에 수필 쓰기라는 네온사인이 번쩍이며 나타났다. 뇌세포들이 단체로 수필 떼창을 부르는 듯했다. 수필은 왠지 모르게 나를 홀리는 마성의 매력이 있었다. 생각의 자유여행처럼 정해진 목적지 없이, 오직 머릿속 지도를 따라 자유롭게 써내려 가는 것이 수필이라고 들었기에 프로게이머처럼 자신감이 솟아올라 글쓰기 만능열쇠를 찾은 기분이 들었고, 수필계의 아이돌이 될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맹물에 소금만 넣어 끓인 밍밍한 국처럼 텅 빈 머릿속으로는 흥미진진한 글을 쓸 수 없어, 글쓰기를 위한 자료수집이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 문제인식-자료수집-자료분석-최적대안선택은 행정학에서 정책 결정 및 문제 해결과정의 핵심적인 단계라고 학창 시절에 배웠던 것으로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엉뚱한 글쓰기가 된다는 점을 외면할 수 없었다. 사건 해결을 위해 증거를 수집하듯, 글쓰기라는 사건 해결을 위해 자료 수집은 필수이다.
그런 사정에서 미션 성공을 위해 생각나는 대로, 손길 가는 대로 글을 쓸 수는 없는 일이기에, 글쓰기 발판 마련을 위해 자료수집이란 절차가 필수라는 사실에 직면하여 심각하게 고뇌하게 되었던 것이다. 정보가 많을수록 안전한 탐험이 가능하듯이, 자료가 풍부할수록 완성도 높은 글을 쓸 수 있는 등의 이유를 정확하게 인식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자료수집의 필요성과 그 정확한 의미를 알았을 때 뒷단계인 자료분석이란 거대한 벽 앞에 다시 한번 좌절하고 절망의 시간에 빠졌다. 자료 수집만으로 충분할 줄 알았는데, 자료 분석이라는 녀석이 툭 튀어나와 속을 썩이는 상황이 되었다.
자료 분석은 수집한 자료를 가지고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하고 해석하는 단계이다. 재료를 적절히 손질하고 조리해야 맛있는 요리가 완성되듯이, 자료를 분석해야 유용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자료수집과 자료분석은 차이가 있음을 알아냈다. 원석과 골드바의 차이였다. 자료수집과 자료분석이라는 어려운 관문을 통과하고 더 이상 분석을 두려워하지 않아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기본 개념은 문제 해결의 방향을 제시해 준다. 기본 개념을 숙지하면 더 이상 헤매는 시간에 빠지지 않고 오히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핵심 파악은 물론 효율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정보가 많을수록 안전한 탐험이 가능하듯이, 기본 개념이 탄탄할수록 문제 해결이 쉬워진다.
농부가 비밀 수단을 통해 작물을 풍성하게 수확하듯이, 글쓰기 농부는 노하우를 통해 풍성한 글을 수확할 수 있다. 노하우를 숙지하면 글쓰기 농사를 더욱 효율적으로 지을 수 있다.
자료 수집과 자료 분석의 차이를 제대로 몰라 글쓰기라는 미로에서 헤맸던 과거, 길을 잃었던 어린아이의 추억처럼 아련하게 느껴진다. 자료 수집과 분석의 함정은 글쓰기 미궁의 숨겨진 비밀 통로였던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