뷔페 음식에도 메인 요리, 사이드 메뉴, 디저트가 있듯이 글쓰기에도 중요성에 따라 우선순위를 정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어떤 글쓰기 이론서들은 글쓰기 초보자가 우선적으로 뭘 먼저 집어야 할지, 뭘 원하는지, 뭘 알아야 할 것인지에 대한 판단을 하기 어려웠고 막막했었다. 엉뚱한 길로 안내하면 독자는 길을 잃고 헤맬 것임에도 알아서 찾아오라는 식이라고나 할까.
온갖 글쓰기 전문 용어와 복잡한 규칙들이 암호처럼 얽혀 있어 이게 무슨 뜻인지, 도대체 복잡한 문장의 출구는 정녕 어디일지 머리를 긁적이게 만들 때도 있었다. 종종 암호해독 작업에 도전해야겠다는 느낌마저 지울 수 없었던 것이다. 막상 글을 쓰려고 하면 머릿속을 새하얗게 만들어 글쓰기를 어렵게 하는 주된 요인이라 하겠다.
요리의 핵심 재료를 모르면 신뢰받는 주부라도 요리를 할 수 없는 것이며, 글쓰기가 어려운 이유 역시 글쓰기의 핵심 요소에 대한 명확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다.
글을 잘 쓰기 위한 구체적인 접근 방법이나 아이디어, 또는 목적지 없이 무작정 글을 쓰려니, 잘 쓴 건지 아닌지 판단할 기준이 없는 초보자는 글쓰기 과정에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일이다.
초등학생 일기장 수준이었던 왕년의 추억을 소환해 보겠다. 오늘은 뭘 쓸까? 고민하다가 하루가 다 가고, 결국 텅 빈 술병을 흔들며 마지막 한 방울을 억지로 쥐어짜듯 글을 쓰곤 했었다. 텅 빈 냉장고 앞에서 뭘 해 먹을지 고민하는 자취생처럼 머릿속은 온통 텅 비어 주제를 고르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실타래가 엉킨 것처럼, 글의 구조 역시 항상 엉망진창이었다. 어떻게 시작하고,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 도통 감이 안 잡혀 글을 쓰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일도 다반사였다.
술 취한 사람이 횡설수설하는 것처럼, 글을 쓰면 쓸수록 문장은 점점 더 산으로 가기도 했었다. 관객 없는 무대에서 혼자 연기하는 광대처럼, 외롭고 부끄러웠던 것은 물론 등골마저 서늘했다.
글쓰기, 그거 주제, 구조, 서술의 삼각관계라 할 수 있다. 주제는 첫눈에 반한 운명의 상대, 구조는 짜릿한 밀당, 서술은 심장을 쿵쾅거리게 하는 결정적 한 마디처럼 필수라 하겠다. 이 세 가지가 삐끗하면 글은 엉망진창의 삼각관계처럼 꼬여버리고 만다. 그러니 글쓰기 전에 이 세 가지, 꼭 기억하고 시작할 일이다. 안 그러면 독자들은 이게 뭐야! 하면서 서둘러 뒤돌아설지도 모를 일이다.
주제분석은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단계로, 주제 분석 없이 글을 쓰는 건, 눈 감고 운전하는 것과 같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면, 엉뚱한 곳으로 가거나 제자리에서 맴돌 수밖에 없는 것으로, 글의 방향성과 메시지를 명확히 설정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둥은 너무 약해서 보강해야 한다 라며 안전 점검하는 건축 감독관처럼, 구조 분석은 글의 완성도를 높여 준다. 이처럼 구조분석은 글의 논리적 흐름과 각 단락 및 문장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이해하고 구성하는 중요한 과정이다.
서술 분석 없이 글을 쓰는 건, 결혼식장에 트레이닝복을 입고 가는 것과 같다. 즉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도 어색하고 불편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처럼 서술분석은 문체와 어투를 통해 글의 품격을 높이고 독자와의 소통을 원활하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글쓰기 고민을 극복하기 위해 주제는 첫인상, 구조는 센스 있는 대화, 서술은 매력적인 표정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 이 세 가지를 잘 조합하면, 첫눈에 반한 것처럼 독자를 사로잡는 글이 가능하게 된다. 이 순간 글의 매력은 충분해지는 것이며, 더 이상 두려워할 이유가 없어지게 된다. 자신감은 빵처럼 부풀어 오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