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행복이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지속

2014. 2. 19-2014. 3. 25

by JJ

2014. 2. 19

유난히 병원출입이 잦은 달이다. 잠잠하던 딸, 아들이 연이어 독감에 걸렸고, 조카가 입원을 해서 병문안을 다녀왔고, 사촌형님이 하늘나라로 가서 장례식장에 다녀왔다. 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원인 모를 가슴통증, 혓바닥 갈라짐, 발목은 삐어서 치료 중이고, 감기 몸살까지 진행 중이다.


좌우지간 아프지 말아야 한다. 아이를 키우면서 달라진 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스킨십의 즐거움, 두 번째는 주는 즐거움.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던 에로스나 아가페는 너무 상투적이었던 것 같다.


2014. 3. 5

몸이 한결 가볍다. 소위 말하는 약기운이 퍼지는가 보다. 지독한 몸살이다. 몸살치고는 아주 센 놈이 왔다. 손가락 하나도 까딱이기가 힘들 정도다. 모두가 언젠가 죽지만, 모두가 영원히 죽지 않을 것처럼 살고 있다. 그래서, 모두가 죽으므로 진정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가 빨리 찾아야 한다.


2014. 3. 12

E마트에 장을 보러 가는데 플래카드 광고에 이런 문구가 적혀 있었다.

“좋은 물건을 싸게”

그렇다. 좋은 물건이라도 비싸게 파는 것은 광고를 할 필요가 없다. 품질은 기본이고 가격이 중요하다. 진정한 고수들은 품질은 좋고 가격은 최대한 싸게 사는 것이다. 유희도 마찬 가지다 싸고 즐겁게 노는 것이 고수다.


3. 20

아내의 생일이다. 여느 때와 같이 별 다른 이벤트 없이 지나갔다. 작은 케이크를 하나 사서 단출하게 아이들과 엄마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여보 생일 축하해. 요즘 아이들 돌보느라 힘들지? 당신의 사랑으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라고 있어. 늘 고마워. 우리 가족이 건강하고 행복할 수 있도록 나도 기도하고 있어. 행복을 얻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키는 것은 더 중요한 것 같아. 당신의 사랑을 먹고 자라는 아이들이 있고, 당신의 존재가 있기에 나의 존재도 있는 거야. 생일 축하하고 열심히 살아보자.


2014. 3. 22

행복이란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지속


2014. 3. 25

아들은 또 코피가 나고 입술이 깨졌다. 이번이 몇 번째 인지 셀 수도 없다. 정말 예측불허다. 딸은 오늘도 역시 열심히 레고를 만들고 있는데 아들이 옆에 와서 자꾸 훼방을 놓는다. 참다못해 딸이 한 마디 한다.

“너 왜 그래! 인간이면 말귀를 알아들어야지! 너 동물이야?”


일곱 살 된 아이가 구사하는 언어라고 생각하니 웃음이 난다. 혹시 우리 부부가 그런 말을 사용한 적이 있는지 뜨끔하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