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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물고 싶고 핥고 싶다.

아빠는 지금보다 더 비굴해질 수도 있다.

by JJ

2013. 12. 22

퇴근길에 아이들에게 줄 장난감을 한 보따리 샀다. 성탄절 선물이다. 애들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니 기분이 좋다. 장난감을 매번 엄마가 사줬지 아빠는 사준기억이 없다. 그래서인지 가끔 아이들이 엄마만 따르는 것 같은 서운 힐 때가 있다.


아들은 내 새끼지만 너무 이쁘다. 가장 이쁜 짓을 할 때 인가 보다. 딸도 그랬다. 어쩌면 그리도 하는 짓이 이쁠까? 깨물고 핥고 싶을 정도다. 상상 이상으로 너무 이쁜 순간들이 있다. 아이들은 나도 몰랐던 나의 새로운 모습들을 발견하게 해 준다.


아이들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가에 웃음이 생기고 활력이 생긴다. 보기만 해도 좋다는 말을 이럴 때 쓰는가 보다. 에로스와는 다른 것 같다.

연애는 느낌이 통해야 하고, 결혼은 뜻이 맞아야 한다.


2014. 1. 4

딸은 일곱 살이 되었다. 딸의 질문은 이제 차원이 달라졌다. 어제는 TV 송신에 대해 질문을 했다. TV를 켜면 어떻게 사람이 저렇게 나와서 이야기를 하는지 신기하다고 했다. 그 과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잠시 고민했다.


솔직히 나도 그게 신기하다. 내가 딸에게 설명해 줄 수 있는 지식은 이미 바닥이 났다. 이제 책에서 찾아보자는 말을 하기도 미안하다. 궁여지책으로 학교 가면 배운다는 슬픈 피드백을 날렸다. 멀지 않은 미래에 딸은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을 것이다.


2014. 1. 9

추운 날.

20년 만에 이렇게 추운 환경에서 일을 보는 것 같다. 군생활 이후로 가장 춥다. 영하 10도가 넘는 데 오토바이를 타며 일했다. 그게 불만이라는 얘기는 아니고 인생은 어떻게 흘러갈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다.


먹고살기 힘들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해 준 날이다.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 든 할 수 있는 게 부모라고 한다. 사랑이기도 하고 책임감이기도 하다. 아빠는 지금보다 더 비굴해질 수도 있다.


2014. 1. 14

아내와 싸웠다. 서로 생각 차이가 커서 격론을 벌이던 중 감정이 격해졌다. 아내는 아무 대꾸 없이 설거지만 했다. 시간이 지나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미안하다. 큰 소리를 칠 필요까지는 없었다.


못났다. 아내도 나도 계속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더 지혜로운 엄마로, 아빠로 아내로 남편으로.

다시 전세계약 날짜가 다가온다. 잘 풀어야 할 텐데.


2014. 2. 10

아들은 배변 훈련에 열심이다. 얼마 전부터 변기통에 용변을 보기 시작했다. 아들은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아빠는 너무 정체되어 있다. 시간이 흘러도 별반 달라지는 것이 없다. 달라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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