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여 년 전 주식을 처음 알았을 때 어떤 고수가 말했다. 사놓고 기다리는 시간에 성경, 불경, 코란, 논어, 맹자, 그리스 로마신화,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는다고 했다. 등산을 하거나 골프를 치러 다니기도 한다고 했다. 그때는 그게 뭔 소리여? 하는 생각을 했다.
A 종목을 1백만 원 치 샀다. 3일 만에 10%가 올랐다. 10만 원 수익이다. 1년 정도 묻어두면 30% 수익날 확률이 높다. 그럼 30만 원 수익이다. 그런데 주식은 확률게임이므로 시장의 악재등으로 주가가 내려갈 수도 있다. 6개월 후에는 30% 수익이 났는데 1년 후에는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그런데 확률적으로는 분명 올라갈 확률이 높다. 어떻게 하면 될까? 10% 수익 났을 때 팔아야 할까? 기다려야 할까?
만약 투자 금액이 1억 원이라면 어떨까? 10%면 1천만 원이고 30%면 3천만 원이다. 10억이면 1억이고 30 프로면 3억이다. 1년 후에 시장이 안 좋아서 주가가 하락해서 5프로 손실을 봤다고 치자. 그러면 5천만이 손실이고 총 3억 5천만 원의 돈이 공중으로 사라지는 것이다. 실제로는 5천만 원이 손실이지만 심리적으로는 3억 5천만 원이 날아갔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물론 기업이 좋으면 추가로 또 사들여서 결국에 수익을 낼 수도 있지만 추가로 매수를 해서 더 손실이 커질 수도 있다. 금액이 커지면 불안한 심리도 훨씬 크게 요동친다. 매일, 매 순간 주가창을 들여다보고, 미국주식 분석하고 우리나라, 세계경제 기타 등등 모든 것을 분석하고 공부한다. 그렇다고 불안감이 사라지는가? 더 알아서 덜 불안한 것도 있겠지만 더 알아서 더 불안한 것도 있다.
그래서 그 고수는 마지막으로 주식을 잊으려고 그렇게 책들을 읽으려고 했나 보다. 100만 원 투자해서 30만 원 정도 손실 보는 것은 흔들림이 없다. 1억, 10억, 100억이 들어가면 생각도 다르고 마음가짐도 달라야 한다. 운도 있고 배짱도 있어야 한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 외로울 때도 책을 읽고, 돈이 없을 때도 책을 읽고, 심리나 처세를 위해서도 책을 읽는다. 주식투자자가 돈을 벌기 위해서 주식책을 읽는 것이 아니라 불경이나 성경을 읽는다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는 이제 공부하는 경지를 넘어섰고 심리를 다스리는 일만 남은 것이다. 입신양명하고 출세를 한 사람들이 한순간에 패가망신하는 이유도 비슷한 이유다. 마음을 다스려야 한다. 돈, 권력, 육체 탐욕을 없애야 한다. 정치인, 연예인, 일반이 모두 마찬가지다. 다 갖았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아차 하면 나락으로 떨어진다.
제시 리버모어는 주식의 선구자이자 유명한 트레이더다. 큰 리스크를 감수하며 투자하여 엄청난 수익을 얻었다. 시장에는 속칭 워런버핏형과 제시리버형의 투자방법이 있다고 한다. 그 고수는 제시형의 트레이더였다.
가장 현명함 사람은 현제도 즐겁고 미래도 즐거운 사람이다. 미래의 즐거움을 위해 현재의 고생과 고난을 강요하거나 저당 잡히는 것은 너무 가혹한 것이다. 현재도 소소한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장기 투자가 힘들면 소액으로 단타를 치는 것도 방법이다. 덜 지루하다. 물론 이것은 아주 숙련된 프로 트레이더들의 영역이다. 괜히 따라 하다가 죽도 밥도 안되니 조심해야 한다.
연애할 때 애인을 기다리는 시간은 유난히 지루하다. 빨리 보고 싶기 때문이다. 왜 안 오나 조급해진다. 그때도 책을 읽으면 좋다. 지루한 시간을 가치 있게 보낸 것 같은 보상심리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최악의 경우 애인이 아파서 못 나오거나 약속을 펑크내면 그 좌절감이나 허탈함, 서운함 같은 것 때문에 마음이 상한다. 그래도 책이라도 몇 줄 읽었느니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면 된다.
누구를 기다리든 무엇을 기다리든 기다리는 시간을 잘 이용해야 한다. 잘 기다리면 인생이 바뀔 수도 있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강하게 데시를 할 필요도 있지만 인내심을 갖고 기다리면 저절로 굴러들어 오기도 한다. 방법은 많다. 문제는 불안한 내 심리다. 글을 쓰며, 혹은 그림을 그리며 기다리는 것도 방법이다. 잘 기다리자. 인생은 인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