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를 먹으며***

by JJ

춥다. 겨울의 절정이다. 힘든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따뜻한 방안에 누워서 넷플릭스를 보는 것이 요즘의 행복이다. 퇴근길에 집 앞에 가게에서 강냉이를 샀다. 강냉이를 먹으며 넷플릭스를 보는 평온함.


따뜻한 집+강냉이+넷플릭스.

이것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면 다른 것에서도 행복을 느끼지 못한다. 작은 것에 행복할 줄 알아야 한다. 평범하고, 궁상맞은 일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그 평범한 일상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은 영원히 행복할 수 없다.


평범한 일상을 유지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아주 어렵고 힘든 일이다. 모든 일이 그렇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모든 것이 무너지기도 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치킨을 사주기 위해서 부모는 세상에 나가 얼마나 많은 땀을 흘려야 하는가? 평범한 치킨 한 조각을 먹기 위해, 평범한 일상을 누리기 위해 우리들은 얼마나 매일 치열하게 사는가.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너무 정치에 빠져있으면 정치적 인간이 되고, 너무 주식에 빠져있으면 주식형 인간이 된다. 하루가 멀다 하고 로켓을 쏴 올리는데 천자문만 들여다보고 있어도 안된다. 한쪽으로 치우치면 안 된다.

과하면 안 된다. 한쪽이 과하면 다른 쪽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너무 많아도 안되고 너무 적어도 안된다. 너무 많으면 교만해지고 너무 적으면 비참해진다.




마누라와 "아바타 불과 재"를 봤다. 이렇게 황당무계한 SF 영화는 내 취향이 아니지만 마누라가 보자고 해서 봤다. 화면도 크고 사운드도 좋고 달달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보니 좋았다. 우리가 잉꼬부부도 아니고, 영화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는 아니었지만 나이 먹고 극장에 가서 팝콘을 먹으며 영화를 볼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새삼 소중하게 느껴졌다.


그렇게 잡아먹을 것처럼 싸울 때는 언제고 시간이 지나니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는 시간이 온다. 삶은 계속되어야 한다. 딸은 아침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그림을 그린다. 방학특강이다. 밥 먹는 시간 빼고는 그림을 그린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다. 아인쉬타인에게 상대성 이론을 어떻게 발견했냐고 물으니, 아인쉬타인이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밥 먹고 그것만 생각했으므로"


성과는 시간을 얼마나 때려 박았느냐에 비례하는 것 같다. 개인차는 있겠지만 대체로 시간에 비례하는 것 같다. 뭐 하나 얻으려면 기본적으로 때려 박아야 하는 시간이 있다. 1만 시간의 법칙이라는 책도 있다. 이건 진리가 가까운 말이다. 그 시간이 우리 딸에게도 필요하고 나에게도 필요하다. 지천명이 지난 나이지만 아직도 필요하다.


더 시간을 때려 박아야 할 것들이 있다. 나이 먹으며 의욕과 열정이 없이 시들다가 죽는 것보다 뭐라도 하나 붙잡고 시간을 때려 박아야 한다. 이제 연륜이란 것이 있기 때문에 시너지 효과가 나타날 수도 있다. 나이가 먹어도, 늙어도 가만히 앉아서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면 안 된다.


존재감 때문에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의미를 부여해야 존재감이 생긴다.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