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딸아 그리고 아들아
이 글은 아빠가 40년 동안 써왔던 일기장이란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이 일기를 열심히 쓰면 자기 계발에 도움이 되고 훌륭한 사람이 된다고 하셨는데 아빠는 훌륭한 사람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훌륭한 사람은 못되었어도 아빠의 삶을 돌아보고 너희들과의 추억도 기록할 수 있어서 기쁘고 행복하다. 이제는 너희들도 많이 커서 예전처럼 알콩달콩한 즐거움들은 없겠지만 어떤 모습으로 성장할 것인지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구나.
이순신 장군은 난중일기를 쓰셨고, 안네 프랑크는 안네의 일기를 썼는데 아빠는 무슨 일기를 쓸 수 있을까? 아빠는 역사 속 위인도 아니고 내세울 만한 성공 스토리도 없다. 그저 심심하고 밋밋할 수도 있는 하루하루를 기록했단다. 아빠는 앞으로도 잘난 아빠보다는 그냥 아빠로 살아가겠지만 아빠가 40년간 일기를 쓰면서 한 가지 느낀 것이 있다.
일기를 쓰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기준과 믿음이 생겼다. 그래서 아빠는 살아온 날들에 대해 후회는 없어. 아빠가 완벽하게 살아서 후회가 없는 건 아니고 아쉬웠던 날들은 있었지만, 그래도 아빠의 방식대로 성실하게 살아서 후회는 없다.
아빠는 할아버지와 대화도 별로 없었고 추억도 많지 않아서 아쉽고 허전했다. 아빠가 어렸을 때 할아버지가 썰매를 만들어 주셨던 기억과, 아빠가 성인이 되고 첫 직장에 출근을 하던 날 할아버지가 구두를 닦아 주셨지. 아빠가 할아버지를 추억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 기억밖에 없단다. 그래서 아빠는 너희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려고 애를 썼던 것 같다.
도서관에 가면 훌륭한 멘토들이 쓴 책이 많으니 독서 많이 하고, 이 글은 아빠를 기억하는 글로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아빠가 바빠서 얘기하지 못했던 아빠의 이야기들이 혹시 궁금하면 한 번 읽어봐. 나중에 아빠가 너희 곁에 없을 때 생각이 나면 한 번씩 읽어도 좋고.
지금까지도 충분히 잘해왔고 지금처럼만 건강한 모습으로 엄마, 아빠 곁에 있어주면 더 바랄 게 없다.
2023년 계묘년 (癸卯年) 1월 1일
사랑하는 아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