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년 0월 0일
회사 사보집에 내 글이 게재되었다. 쑥스럽고 기분 좋다. 약간의 원고료도 받았다.
직장이라는 곳은 군대와 학교를 반씩 섞어 놓은 것 같은 느낌이었다. 친구도 있는 것 같고, 선생님도 있는 것 같고, 고참도 있는 것 같았다. 첫 직장 생활은 처음 군대를 갔을 때만큼이나 어렵고 부자연스러웠다. 군대에서 충분히 조직생활을 배웠고 익숙해졌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직장은 또 다른 세계였다.
사람은 살면서 중요한 선택들을 하게 되는데 그중 하나가 직업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평생직장은 없어도 평생 직업은 있는 것이 좋지 않나 싶다. 무슨 일이든 오래 하면 일에 대한 철학이 생긴다. 그리고 삶에 대한 철학도 함께 생기는 것 같다. 주부도 오래 하면 철학이 생기고 뻥튀기만 60년을 튀긴 할아버지도 확고한 삶에 대한 철학이 있다. 직업을 통해서 철학을 배우는 것 같다.
내가 처음 직장 생활을 했던 1990년대는 지금의 사회 분위기와 많이 달랐다. 상사들은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울 수 있었고 여직원들은 상사들의 재떨이를 비워야 했다. 성추행과 상사들의 갑질도 공공연히 일어났다. 상사가 여직원 브래지어 끈을 잡아당기는 일도 있었고, 상사가 이사 가는 날이면 여직원들은 집청소와 걸레질도 하는 시대였다. 지금도 암암리에 일어 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때와는 다르다. 미투운동에서도 볼 수 있듯이 나쁜 짓을 하면 언제 가는 벌을 받는다.
나의 첫 직장은 직원수가 4백 명이 넘는 코스닥의 중견기업이었다.(검색을 해보니 지금도 존재한다) 어렵게 직장을 구했지만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 같아서 참 힘들었다. 회사가 탄탄하고 복지도 나쁘지 않았지만 그것만으로 회사를 다닌다는 것은 힘들었다. 이 일을 과연 오랫동안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수 없이 많이 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 일은 분명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사람과 결혼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이 사람은 확실히 아니라는 느낌이었을까? 아마 비슷한 느낌이었던 것 같다. 배부른 투정이었을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그때로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나는 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